본문 바로가기

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아팠던 이유는..

올해는 지인들이 아프다는 소식을 유독 많이 접한 것 같다.
그래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기본 건강검진을 받았는데도, 쿤은 나에게 정밀 검사를 한번 받아보자며 병원을 알아봤다. 쿤은 회사에서 매년 검사를 받지만, 프리랜서 학생인 나는 학교에서 하는 기본 검사(혈액 검사조차 없는)가 전부였던 것이 못내 신경쓰였나 보다.

일본에서도 건강검진은 2~3만엔(30~40만원) 정도 하지만, 남편의 부양가족인 경우에는 검사비가 무료라 했다. 게다가 나이를 때문에 검사항목도 많아졌다. 나는 검사항목이 많은 것을 걱정했고, 쿤은 검사비가 무료라는 말에 쓰윽~하고 웃었다..(T.T)

하지만, 일도 학교도 너무 바쁜 나머지, 봄에 받았어야 할 검사를 지난 달에서야 겨우 받을 수 있었다. 병원을 유독 무서워하는데다 혼자 덜렁 외국인 자격으로 가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쿤은 동행까지 해 주었다..(비록 병원 대기실에 있는 편안한 쇼파에서 잠은 잤지만...ㅋㅋ). 약 두 시간 정도에 걸쳐 검사가 이루어졌다. 일본의 건강검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몰라서 내심 걱정하고 갔는데, 간호원들을 포함해서 일을 보는 직원들이 친절히 안내해 주었다.

혈관이 좁아 피를 뽑을 때마다 애를 먹는 다다다가 고픈 배를 움켜쥐고 30분 동안 팔을 흔들며 혈관을 찾아내려 했던 것 이외에는 검사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검사가 끝나자 거의 점심 시간이 되었고, 나도 쿤도 밥을 굶어 힘이 없었다. 오랜만에 같이 나온 김에 맛난 식사도 하고 드라이브도 하며 기분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고 나서, 받았던 검사가 하나씩 자꾸 생각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했던 검사인데, 일본이라 조금 달랐던 미묘한 차이들이 신경쓰이는 것이었다. 유독 검사 시간이 더 걸렸다든가, 나이때문에 검사항목이 더 추가되었던 점 등이 낯설기도 했다. 마음은 답답해지는데, 검사 결과는 한 달 후에나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런 이상한 기분을 경험한 며칠 후부터 막연한 걱정이 확신으로 바뀌어 갔다.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게다가 몸의 여기 저기가 아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적이 없었던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쿤에게 검사 결과를 빨리 알 수 없겠냐고 물었고, 쿤은 병원에 전화를 했다. 건강 검진 결과를 물어보고 문제가 있다고 하면 병원을 찾으려고 했던 것이었다. 병원측에서는 전화로는 검사결과를 알려줄 수 없다고 했고, 대신 오늘(전화하던 날) 중으로 결과를 뽑아서 우편으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에 결과가 도착했다. 걱정과는 달리 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과였다.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때서야 나는, 쓸데없는 걱정이 없는 병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들이 아프다는 소식을 연이어 접하면서, 내 마음도 많이 쇠약해져 있었던 것이다.

몸의 건강만큼 마음의 건강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검사결과를 꼼꼼하게 살펴보던 쿤이 결과가 이상하다며 한 마디 했다. 순간 불안함이 밀려왔다.

다다다  : 뭐가 이상해??
쿤        :
이 문구말야.

[좀 마른 편입니다. 적절한 식사와 운동을 통해 체중을 늘리려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다다다  : 그게 뭐 어때서??
쿤       : 나라면 "운동 열심히 하셔서 톡 튀어나온 뱃살 좀 빼세요~~" 라고 쓴다...!!
다다다  : (-.-;;)

마음 고생으로 다소 힘이 없었는데, 쿤의 장난기 어린 말에 뜨끔함을 느꼈다. 그래서 결심했다.

운동하자. 그리고 마음을 편하게 먹자.

여러분들도 모두 건강 잘 챙기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