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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친절한 기타노 씨 한류스타 때문에 버럭하다.

매주 토요일.. 나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기타노 타에코 씨.(실명을 밝히는 이유는 마지막에 씁니다. 끝까지 읽어 주세요.^^)
그녀는 실제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 동안의 소유자로(10년 이상 젊어 보임), 소녀같은 수줍음, 녹아내리는 말투, 해맑은 미소가 아름다운 독신 여성이다. 그러나 그녀의 외모를 능가하는 가장 큰 매력은 그 어느 순간에도 화내지 않고, 여유롭게 웃으며 말하는 따뜻함일 것이다. 그녀와 이야기하다 보면 여자인 나도 가끔은 그녀의 푸근함에 빠져들곤 하니까 말이다.

내가 실수를 할 때, 내가 힘들어 할 때,,, 그녀는 사슴같은 눈으로 " 선생님~~, 괜찮아~요." 라고 한국어로 말해준다. 그녀의 "괜찮아~요"라는 말이 나는 참 좋다. 그녀만의 억양과 미소, 그리고 분위기가 있기에 그녀의 "괜찮아~요"는 매우 특별하다(나이가 나보다 어렸다면, 깜찍하다는 표현을 했을 것이다.). 내가 만나는 수십 명의 일본 사람들 모두가 친절하지만, 기타노 씨에게는 그네들의 친절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그런 그녀와 대화를 하다보면, "괜찮아~요" 다음으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호이" 라는 말이다.

"호이도 그걸 좋아해~요." "호이는 웃는 모습이 예뻐~요. " "호이는 너무너무 잘생겼어~요." ....

처음엔 "호이"가 누군지 너무 궁금했었다. 기타노 씨가 god 맴버인 손호영 씨(이후 흐름에 따라 존칭 생략)의 열렬한 팬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호이"라는 말은 "호영"이라는 이름과는 엄연히 달랐다.. 일본인이 내기 힘든 음운 'ㅕ' 와 'ㅇ' 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너무 동떨어진 발음이었고, 한국어 발음도 꽤 괜찮은 기타노 씨 였기에 "호이"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그런데,, 손호영의 별명이 "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유명 한류 스타만큼은 아니지만  그 또한 일본팬이 적지 않다고 한다.)
손호영은 무대에서의 매너 뿐만 아니라, 가볍게 지나치는 순간에도 팬들을 배려하고 신경을 쓴다고 한다. 무대에서 공연을 마치고 차를 타고 떠나는 순간에도 그는 꼭~ 차의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어 준다고 한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떠나는 마지막까지 팬들과 함께 하려는 모습이 느껴진다고 한다. '스타'라는 거만함이 없는 인간 손호영의 모습에 기타노 씨의 마음은 사로잡혔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친절한 그녀가 버럭하는 사건이 생기고 말았으니...T.T(이 눔의 입이 방정이다)

"제가 20대일 때 god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지요. 당시 기억에 따르면 윤계상이 인기 1위였고, 그 다음이 손호영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엄청난 인기였죠."(사실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ㅋ 제 주변에 윤계상 씨 팬들이 많아서리..)

"아니에요.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호이가 인기 1위였어요. 이건 확실해요"

깜짝 놀랐다. 친절한 기타노 씨의 표정이 바뀌었고, "아니에요.." 라는 말을 연발하면서, 오른 손을 좌우로 마구 흔들었다. 소녀같은 목소리는 여전했지만, 목소리 볼륨이 크게 올라갔다. 그 모든 동작과 내 말 뒤를 받아치는 속도는 번개보다 빠르게 느껴졌다.

지금껏 많은 일본인들을 만나면서, 상대방의 말을 순식간에 부정해버리고, 확실하다고 확언하는 표현을 거의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더욱 놀랐다. 내가 틀렸던 순간에도 일본인들은 여유를 가지고 기다렸다가 "아마도 제 생각에는~" , "제가 알기로는~" 이라는 말로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잘못 알았나.." 라며 슬쩍 꼬리를 내리자, 여느 때와 같은 친절하고 온화한 모습으로 돌아온 기타노 씨는 " 선생님, 괜찮아~요. " 라고 말했다. 나는 저 사건 전에도 후에도 그녀의 버럭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버럭하기는 커녕, 손호영의 콘서트 다녀오는 길에 사 온 "옥수수 차" 를 건네주거나, 한국 서점에서 사 온 한국책, CD 등을 가지고 와서는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듣고 읽고 나서 돌려달라고 한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제공해야 할 친절과 배려를 나는 그녀에게서 받고 있는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 손호영은 가족과 같은 존재이다. 나이가 찬 손호영이 좋은 여자를 만나 결혼하면 좋겠다며 친누나 같은 말도 하고, 그동안 힘든 점이 많았는데도 팬들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는 그의 깊은 마음이 기특하면서도 걱정된다는 말도 했다. 그녀의 인생에서 손호영은 전부라고 할 만큼, 기쁨이요 위로요, 행복이라 한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도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한다. 좋아하는 손호영이 한국인이고 한국말을 하기 때문에 그의 말을 자신의 귀로 듣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늘에 있는 '스타'는 어두울 수록 빛을 발하지만, 땅에 있는 '스타'는 팬이 있어야 그 위상이 빛을 발한다. 한류 스타인 손호영도 기타노 씨와 같은 많은 팬이 있기에, 그 인기가 유지된다는 뜻이다. 손호영도 그러한 것을 잘 알기에, 팬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스타라고 생각한다.

손호영을 너무나도 잘 아는 기타노 씨... 반대로 손호영에게 기타노 씨를 아냐고 물어보면, 잘 모른다고 말 할 것이다. 기타노 씨 말에 따르면 얼굴은 알지만 이름까지는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혹시라도,,, 정~말 우연에라도 손호영 씨가 이 글을 본다면, 'god 에서 절대인기의 지존이었다며, 나에게 버럭하며 열렬히 손호영을 지지하는 우리 기타노 타에코 씨'와 같은 팬이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