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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문을 굳게 걸어 잠그는 일본사람들

띵동~~
벨이 울립니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택배배달 왔다고 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택배가 아니네요..
그리고는 느닷없이 풀 베는 낫을 휘두릅니다.


상황이 이해가시는지요?
1/10 일 늦은 오후, 일돈 도쿄의 어느 동네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 아니 사건입니다.(사진은 후지티비의 뉴스 캡쳐)

                                                                                80대 부부 상해

                                                                          남편 87세    중상 → 사망
                                                                          부인 81세          경상

                                                                       <범인은 본적이 없는 남자였다>

생각만해도 무섭지 않으세요?
범인은 50~60대이고, 집주인과의 싸움 소리에 동네 주민 2명이 말렸으나, 남자주인은 세 곳에 치명상을 입고 사망했다는 뉴스입니다. 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일본티비의 첫 뉴스로 올라왔습니다. 범인은 도망중이고, 범행의 인과 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어이없는 죽음을 당하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묻지마 살인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해하는 것입니다. 특별한 이유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가 있다면, 그 때 눈 앞에 있었으니까..정도입니다. 

묻지마 살인은 한 달에 한 건 꼴로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두달 전, 인근 고등학생이 알 수 없는 사람이 휘두른 칼에 수십 곳을 찔려 죽은 사건, 지난 주 마트 주차장에서 엄마와 장보던 아들이 갑자기 달려든 한 남자의 칼에 찔려 부상입은 사건.......휴우) 일본 뉴스에서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 하는 일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의 사회를 향한 불만노출이라는 표현도 합니다.
히키코모리가 되는 사람은 일정한 흐름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대인관계에서 비롯된다네요.
일본 사람들은 한국인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면이 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본인의 의견을 당당히 말하는 경우가 적다고 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혼네(진심), 다테마에(속내)라는 말처럼, 좋으면서도 싫은 척, 싫으면서도 좋은 척을 하는 경우에도 꾸역꾸역 참으면서 얼굴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대하면서 좋고 싫은 감정을 잘 표현 안 하고, 마음 속 깊이 새기면서 대인기피증으로 키운다는 흐름입니다. 그리고 점점 사회와 격리되어 가면서 히키코모리가 되고, 그러한 원인은 사회 불만으로 연결되어 쌓이는 것이죠. 그러한 불만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 사회를 향해 충동적으로 행동에 옮기는 경우가 있고, 그것이 묻지마 살인이 되는 것 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면, 일본 사람들의 행동이 더욱 차갑게 변한다는 것입니다.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벨을 누르더라도 누구냐고 물어보지도 않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것입니다. 벨은 단순한 현관 장식품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죠.
택배를 가장한 살인사건이 생기고 만 하루 밖에 안 지났지만, 배달 온 택배를 받기위해 문 여는 것을 기피하는 사례가 전국에서 속출했다고 합니다. 사건은 도쿄에서 일어났지만, 모방범죄를 대비하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애꿎은 택배 기사분들만 피해를 보네요..

이런 사회적 문제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에서도 묻지마 살인이 일어나곤 합니다. 그리고, 일본 사람들처럼 현관을 여는 것이 무서워지는 사회가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믿음과 정은 점점 사라져가고 나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4시간 주변을 살펴야하는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세상이 점점 무서워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