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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인들이 온돌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를 몸소 경험하다

이맘쯤 되면 내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 아 추워~! "

서울의 매서운 영하의 겨울을 맛본 일본 친구들은, 내가 일본의 겨울이 춥다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단다.
이곳 간사이 지방(오사카 주변)은 영하로 거의 내려가지 않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추운 겨울이란 실외가 아닌 실내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에는 온돌이 없다. 유카단보(대부분 거실에만 설치되어 있다.)라는 온돌 비슷한 것이 생겼지만 20년된 우리 맨션에는 해당이 안되는 이야기다. 

작년, 처음으로 맞이한 일본의 겨울,
스토브, 코타츠, 전기 장판으로 견디기엔 참으로 혹독한 겨울이었다.
(운도 없지..작년 겨울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유독 추웠다. 100만의 추위라나 뭐라나.. 올해도 그렇다니 걱정이다.)

집에서 곰처럼 옷과 목도리와 양말을 껴입고 생활하는 것도 불편했고, 아침에 일어나 '후~'하면 입김이 하얗게 생기는 것도 생소하기만 했다. 

한국의 온돌은 나에게 완벽한 난방 시스템이었다.
한국을 향한 향수병의 근원지는 먹거리와 난방이었다.  

일본의 집이 춥다는 것은 비단 외국인인 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일본인들 스스로도 일본집은 춥다고 말하기 때문이다.(오래된 집이 많아 더 그렇다.)

'만약 일본인이 한국의 온돌을 경험한다면 그 매력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거야. 한류 붐의 또다른 패턴을 낳을지도'..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내 생각에 확신을 더했던 것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학창시절 영어 선생님의 이야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일본 할머니들이 한국에 놀러와 하룻밤 온돌방에 등을 푹 지지면 움츠러진 어깨와 허리도 쫙 펴진다.
일본에 돌아가서도 한국인만 만나면 온돌 사이코(최고)라며 엄지손을 치켜 세운다.

일본인들은 한국이 온돌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호텔에서 묵으니 그럴수밖에 없다.) '아파트에서는 반팔로 살아요' , '집 전체가 온돌이죠' , ' 빨래 널면 몇시간 만에 바싹 말라요' (일본은 겨울에 빨래가 안 말라 낮에 베란다에 널어야 함) 라고 하면 '에~~' 하면서  매우 놀라곤 한다.

그러나...

가끔은 한국의 온돌을 경험한 친구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다들 온돌을 좋아할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공기가 너무 탁해서 숨이 막히더라.
건조해서 목하고 코가 아파.               (다다다 - 일본 온 뒤로 춥긴해도 달고 살던 목감기가 사라졌다.)
방바닥이 뜨거워서 잠들기가 힘들어.    

그 중에서 내가 가장 놀랐던 이야기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간 일본인들이 코타츠를 싸짊어지고 (요즘은 한국에서도 살 수 있다.) 가서 온돌난방을 이용하지 않고 코타츠로 한국의 엄동설한을 난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위에 나온 것들과 다르지않다.

                                  http://store.shopping.yahoo.co.jp/mutow/82330-01.html
                             일본의 난방 기구 코타츠. 테이블과 다리부분이 불리되어 사이에 이불을 넣는 구조.
                              테이블 밑에는 전기로 열을 달구는 팬같은 것이 달려 있다.
                         바닥에 까는 이불이 별도로 있어 두 이불 사이에 앉아 손과 발 혹은 몸(저 안에 들어가 자기도 함)을 넣으면 따뜻하다. 
                       

한국의 온돌에 적응못하는 일본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유카단보는 좀처럼 이용하지 않는다, 전기장판은 별로 안 좋아한다길래 이유를 물어보니 등이 따뜻하면 이상하단다. 집이 추워 우풍이 있어도 등만 따뜻할 수 있으면 편히 잘 수 있는 한국인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일본인들은 탕목욕으로 한국인들은 방구들로 몸을 푸는 것 같다. ㅋㅋㅋ)

그런데, 지난 주 나는 그들을 이해할 수 밖에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제제작년에도 제작년에도 못 느꼈던 답답함..
아파트인 시댁에서 잠을 자며 숨이 턱 막혀옴을 느꼈다. 
밤새 몇번이나 깨어 베란다로 연결된 방창문을 열고..
이리뒤척 저리뒤척 밤새 뒤척이다 일어나 물을 찾아 들이켰다.
전날 밤을 새고 가서 피곤할만도 한데 잠보인 내가 잠에 집중할 수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뿐인가..얼마나 그리워했고, 얼마나 울부짖었던 온돌과의 상봉아닌가..그런데..그런데..

친정집은 주택이어서 아파트보다는 공기의 탁함은 덜했지만 마찬가지였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워낙 추위를 타던 나였기에 엄마는 오랜만에 온돌에서 몸을 풀라며 방바닥에 요를 깔아주었다. 달구어진 후라이팬에 고등어 뒤집듯 뒤집기를 반복하다 결국 나는 침대로 올라가서야 편히 잘 수 있었다. (쿤은 먼저 올라가 자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이유를 물으니, 방바닥이 후라이팬인 줄 알았단다.)

적당하면 겪지 않았을 일인데, 일본에서 얼마나 춥게 사냐며 자는 사이 보일러 온도를 계속 올려주신 모양이다. 양쪽 부모님의 넘친 사랑으로 우리는 온돌의 극한을 경험하고 왔다.

그덕에 나의 몸뚱이는 정체성을 잃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일본집에 오면 춥다고 하고 한국집에 가면 답답하다 하니 말이다.
이러다 한국의 온돌의 참맛을 잃어버릴까 두렵기까지 하다.
그러면서도 이 글을 쓰는 우리집 거실의 냉기가 미워지는 것은 또 어찌해야한단 말인가..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