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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 온 지 2주 만에 펑펑 울며 부른 이름은....

꼼비야~~!!
 
꼼비는 친정에 살고 있는 우리집 반려견 이름이다. 

작년 봄 나는 한국에서 하던 일을 다~ 접고 낯선 일본 땅에 둥지를 틀었다.
남편 쿤과 함께였지만 마음은 불안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점차, 웃음을 잃었고 매사 삐딱했다.



                                                    다다다와 꼼비의 단란한 한때
                                         (쿤이 그런다. 다다다와 함께 있으면 거만해 진다고...)

2주 정도쯤 지났을 때의 일이다.
자려고 누웠는데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다.
자꾸 훌쩍거리자 쿤이 내 얼굴을 쓰다듬었고, 눈물로 가득찬 얼굴을 본 쿤이 사색이 되었다.
며칠 전, 이미 한바탕 울고불고 난리를 친 뒤였기에 쿤은 다다다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쿤      : (며칠 전 네가 말한 것처럼) 직업도 없고, 네 카드도 없고, 네 차도 없어서 그래??
           지금부터 만들어가면 되잖아~!!"

다다다 : 아니 그게 아니라~~~ 엉엉어엉

쿤       : 그럼, 없는 게 또 있어??

다다다 : 갑자기 꼼비가...엉엉..꼼비가 너무 보고 싶어서....엉엉엉...

그랬다.
일본생활에서 나를 가장 견디기 힘들게 했던 것은, 직업이 없어서도 차가 없어서도 아니었다.
내가 그토록 그리웠던 것은 우리집 반려견이자 내동생 꼼비였던 것이다.
(오자마자 바로 취직해서 바빠진 지금은 잘 살고 있다.
쿤이 가끔 그런다. 쿤의 결혼생활 중 가장 지옥과 같은 2주였다고 ...
캬캬캬..미안..그땐 내가 좀 힘들었어..ㅋ)


내 주변인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반려견에 대한 나의 사랑은 정말 못말릴 정도이다.
꼼비가 생후 50일에 우리 집에 왔을때, 4시간에 한번씩 알람을 맞춰 밥을 주던 나의 열성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여러가지 있는데 생략한다..ㅋㅋ)
모르긴 몰라도, 만일
내가 한국에서 우리 꼼비랑 같이 살았다면 내 블로그는 '반려견'을 주제로 했을 것이 분명하다.

또, 미혼이던 시절 누구나 꿈꾸는 결혼의 조건...이상형...
내 결혼 상대자의 조건 1순위는 바로 '강쥐를 좋아하는 사람, 강쥐랑 함께 살 수 있는 사람' 이었다.

결혼 전, 연애시절 쿤 생일날, 생일 축하 동영상이라면서 꼼비의 '앉아, 일어나, 엎드려, 빵' 훈련 동영상을 보냈던 것도 다다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행히, 쿤은 기뻐했다. (아닌가?? -,.-)


                                           쿤 생일날 보낸 꼼비 동영상이 바로 이것..ㅋㅋ

아무튼 나의 일상은 강쥐로 시작해서 강쥐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끔 쿤이 내게 물어보는 질문이 있으니,

쿤        : 다다다~! 넌 만약 10억이 생기면 뭐할래?

다다다 : (아무런 고민없이) 나는 우선 우리 꼼비 동생을 한 세마리 쯤 더 입양을 할거야.
            그리고 주말이 되면 다 데리고 강쥐 펜션에 놀러가는 거야.
            강쥐 장난감을 사고,.....등등등..


이틀에 한번꼴은 걸려오는 친정엄마와의 통화내용은 반 이상 꼼비에 대한 내용이다.

엄마    : 다다다~!  꼼비가 눈에 눈곱이 끼는것 같아서 안약을 넣어줬거든.
            글쎄, 사람처럼 안약 잘 들어가라고 눈을 꿈뻑꿈뻑대는 거야...신기하지?

다다다 : 어머, 그랬어...ㅋㅋㅋㅋㅋ 아융...귀여워...

내가 자주 들리는 다음까페가 있으니 닥스훈트 주인들이 모여 활동을 하는 곳이다.
블로그를 하기 전까지 내가 컴을 켜고 가장 먼저 하던 일은 다음에 로그인을 한 후, 닥스까페에 들러
다른집 아기 강쥐들의 사진을 보는 것이었다.

일본에 와 꼼비와 따로 살게 되면서부터 저 까페에 대한 집착은 더욱 심해졌다.
또, 충동구매도 늘었다. 까페에서 주인들이 강쥐에게 사주는 장난감을 눈여겨봤다가 바로 인터넷 검색을 해서 한국집으로 택배를 보내는 것은 다반사.....쿤의 대답은..언제나...또? 또..또????  내꺼는 왜 없어~~? 였다.

캐나다에서 돌아오고 짐을 푸는데, 쿤이 웬 공을 하나 들고는 한마디 했다.

쿤       :  힝...다다다..쿤주려고 장난감 사왔네??? 히히 좋아라..

다다다 : 어. 그거 꼼비거야. 만지지마...

쿤       : (침대로 휙 던져버림)...칫..


나의 꼼비에 대한 과열된 사랑으로 인해서일까..쿤과 꼼비의 사이는 그리 좋지 못하다.
처음 쿤이 우리집에 왔을 때, 우리 꼼비의 질투는 아주 심했다.
우렁찬 목소리로 컹컹 짖는 것도 모자라, 쿤 발등에 매달려 BgBg(?)까지 하는 엽기적인 행동을 보였다.
내가 잠을 자려고 침대에 오르면, 예전처럼 내 옆자리를 차지하려고 뛰어오르는 꼼비의 앞을 가로막는 쿤의 손이 생긴이후 녀석의 질투는 더욱 심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쿤이 내 방에 앉아 있노라니, 꼼비가 거실 쪽에서 뚫어져라 쳐다보더란다.
그리고는 딴쳥을 부리며 슬금슬금 방으로 들어오더니 갑자기 엉덩이를 쿤의 허벅다리에 척 붙이더란다.
먼 산만 바라볼 뿐 눈은 마주치지 않더란다.
그래서 쿤이 머리랑 등을 살짝 쓰다듬자, 갑자기 "벌러덩"....

그렇게 쿤과 꼼비는 화해를 했다.

그러나~~~

여전히 밤이 되면 침대 옆 내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둘의 쟁탈전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과연 누가 내 옆자리를 차지할 것인가...
기왕이면 난 양쪽에 둘을 껴앉고 자고 싶은데 둘다 그걸 용납하지 못하는 것 같다.

오늘 내가 이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바로 오늘, 쿤과 다다다가 꼼비를 만나러 한국에 가기 때문이다.
사실은, 한국에 집안 경사가 있어 간다. 시댁 쪽 경사다보니 친정집에서는 겨우 1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 꼼비야! 조금만 기다려!"

강쥐들은 본능적으로 주인이 오는 것을 안다고 한다. 내가 인천공항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하면 어김없이 현관의 콘크리트 찬바닥에서 꼼비는 나를 기다린다. 시댁을 거쳐 친정으로 이동하는 우리들의 일정상 친정에 가는 것은 공항도착후 2~3일 후가 되는 경우가 많다. 녀석은 편한 자기집을 두고 며칠동안 차가운 바닥에서 배를깔고 꾸벅꾸벅 졸며 나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