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찍고 쿤과 다다다 :: 일본찍고 쿤과 다다다 (5 Page)

먹을 것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뭐니 뭐니해도 양보다 질이지"
"질도 중요하지만 양이 어느 정도 되어야지"

나도 한국에 살 때는 이런 말을 참 많이 했었다. 그런데 일본에 와서는 좀처럼 저런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이런 말을 자주 하게 되었다.

" 에게게게게~ 이거 누구 코에 붙여.."
" 이게 1인분이야? 양이 왜 이렇게 적어.."

 우리 나라 사람이 유독 양과 질의 대한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비교할 만큼의 양과 질이 존재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일본에서 나는 질을 논할 여유도 없이 양을 논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많이 먹지도 않으면서, 여전히 부실한 일본의 밥상에 불만이 생기곤 한다.

내가 처음 일본에 왔을 때가 떠오른다. 장을 볼 때마다 한 개씩 파는 과일이나 야채가 일반적이라는 점이 참 신기했었다. 간혹, 세트로 포장해 놓은 것이 있어도 그 양의 격미함에 놀라곤 했다. 또, 식당에 가도 푸짐하게 나오는 한국에 비해, 반찬 하나하나까지 돈을 주고 시켜야 하는 일본의 심플한 밥상을 보고 있자면, 왜 이렇게 야박한가라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론 그래서 일본인들이 소식을 한다고 하는건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찌되었든 이런 다른 환경 속에서 자란 한국인과 일본인이다 보니 양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다른 경우가 참 많다. 그로 인해 생기는 에피소드도 참 많다. 그 중에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아마, 작년 일일 것이다. 근처에 사는 시동생 내외랑 우리집에서 떡볶이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떡이랑 몇 가지 재료는 시동생이 한국 식료품점에서 사오기로 했다. 재료를 다 샀다며 출발한다는 전화가 걸려왔고, 전화를 끊은 쿤이 한다는 말이..

"동생이 떡볶이 50인분 만들 수 있는 거 사 온대.."
"뭐 50인분? 일본에도 그런 큰 떡볶이를 팔아??  잘 됐네. 남으면 냉동실에 넣어놨다가 나중에 먹지 뭐."

한 시간 후, 시동생 내외가 도착을 했고, 올려놓은 냄비에 얼른 떡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에 짐을 받아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봉지에 있는 떡을 꺼냈는데,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50인분이라더니 1키로짜리 떡 한 봉지가 달랑 하나 있었던 것이다.

이게 당시 시동생이 사왔던 1키로 짜리 떡볶이!! 이게 50인분???  

" 50인분 샀다고 하셨죠?"
" 네, 왜요? "
" 근데, 떡이 1키로 짜리 하나네요. 우리 넷이 한 번 먹으면 끝날 것 같은데.."
" 뭐라고요? 뭐야, 이자식 50인분이라고 하더니.."
" 그 점원 일본인이죠??"
" 네...맞아요.."

그랬다. 우리한테 평범한 떡 한봉지가 일본인의 눈에는 대량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 자체적으로 만들어 파는 떡볶이를 보거나, 일본에 있는 한국 식당에 가서 떡볶이를 시켜보면, 왜 저 떡볶이가 50인분이 되는지 짐작이 간다. ㅋㅋ

   일본슈퍼에서 산 떡볶이. 떡볶이 9개+소스 한 개가 일인분. 총 2인분의 모습.                                  봉지에는 큼지막하게 2인분이라고 써 있음.

 

결국 우리는 일본 점원이 50인분까지 가능하다는 떡볶이를 한번에 다 먹어치워 버렸다. 우헤헤헤..

한국인들과 일본인들 사이에는 이렇듯 양의 차이가 존재하다보니, 한국과는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나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의 아주머니들은 내가 과일 킬러라는 사실을 알고, 과일 선물을 자주 해주시는데, 그것은 대부분 배 두 개, 망고 한 개, 포도 한 송이 이런 식이 일반적이다. 아주 간혹 한 박스를 받기도 하는데 한국에 비하면 참 작은 박스다.  

오키나와(고향)에서 온 거 라며 주신 망고 한 개 

가장 인상깊었던 과일 선물은 집 마당에서 키웠다며 가져온 유기농 미니 토마토 3~4개, 오디? 3~4개가 귀엽게 포장된 작은 컵 두 개였다. 정말 귀엽고 앙증맞아서 먹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망설였던 기억이 난다. 

집 마당에서 키웠다며 주신 선물

또 한 번은 내게 한국어 개인지도를 받는 40대 아주머니가 내게 보여줄 게 있다며 반찬 뚜껑을 열어 보였다. 안에는 5장 쯤으로 보이는 깻잎이 담겨 있었다. 이게 뭐냐고 하니, 친구(일본인)가 직접 담궜다며 선물해 준 깻잎 무침이라는 것이다. 그다지 크지도 않은 반찬통이 간소한 깻잎으로 인해 엄청 커 보였다. 한국에서 보내 온 친정엄마표 깻잎이라도 좀 드릴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쓰러움과 귀여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내가 그동안 일본인에게 선물을 할 때마다 자주 들었던 말이 있는데 "이렇게 많이 주셔서~~" 라는 말이다. 그렇게 많이 준 적도 없는데 매번 들었던 저 말은 정녕 빈말이 아니었던 것 같다.  

반대로 한국에 자주 가는 일본인들이 농담처럼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가르쳐줘도 은근히 쓸 일이 없는 한국어가 있다며... 바로 " 더 주세요~!!" 라나 뭐라나..

한국의 푸짐한 밥상이 그리워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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