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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의 일본 유학기

일본 유학하면 안되는 사람

저는 9년간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했고, 지금은 모기업의 4년차 연구직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유학생 때부터 on/offline 을 통해서, 일본유학 선배로서
, 부모님의 경제적 원조가 없는 [나홀로 유학]을 무료상담해 드렸고, 지금도 가끔씩은 연락오는 분을 만나서 상담을 해 드리곤 합니다.
유학 4년 차부터 무료상담을 해 드렸으니까 지금까지 상담해드렸던 분이 2,000명은 족히 넘으리라 봅니다.
제 말씀을 듣고 심사숙고해서 유학을 포기하시는 분들이 계시는가 하면, 석사 입학과 동시에 당당히 국비장학금 받고 오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물론 제가 모든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많은 분들을 만나다 보니까 유학을 생각하시는 유형이 보이더군요.


<유학 상담 메일을 보내오셨던 분들>

오늘은 일본 유학이라는 것에 대해, 특히 계획없는 묻지마 유학을 하려는 분들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라는 뜻에서 주제 넘는 포스팅을 하려합니다.

일본유학 하면 안되는 사람

★ 유학이라는 환상에 빠진 사람
제가 만나본 사람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입니다. 비율로 따지면 50%는 되리라 봅니다. 
제게 처음 연락을 해오신 분들에게 늘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비슷합니다.

왜 일본에서 유학을 하려고 하세요~~??

- 일본에서 유학을 하면 어학도 배우고, 공부도 할 수 있으니까 졸업하면 길이 있을거 같기도 하고, 또 한국에서 가까운 점도 있어요.
- 취업할 때 유학파한테 밀리기 싫어서요...
- 요즘 해외여행 안 가본 사람없고, 주변에 어학연수 정도는 다~ 다녀와서 영어나 일어 중국어 하는 애들보면, 제가 처진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 일본에서는 알바도 할 수 있고, 장학금도 많다고 들어서, 돈이 별로 안 들거 같아요.

말 그대로 유학을 하면 뭔가 될거 같다는 환상을 가진 분들입니다. '유학=성공' 인양 생각하시면서, '유학을 하면 잘 될거야~' 하고 자기 최면을 거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런 분들께 저는 과감히 말씀드립니다. '유학=개고생' 이라고...물론 부유층 자제분들이야 경제적 어려움이 없으시겠지만, 부모님 도움이나 원조가 없는 나홀로 유학은 정말 고생 말이 아닙니다. 한국을 떠나시기 전에 일본 유학에 대한 생각이 100 이었다면, 일본에서의 실생활은 10도 안되리라 자신합니다. 이유요..?? 모든 일에는 적응이라는 시기가 있는데, 그 시기를 못 넘으시는 분들도 계시고, 계획과는 다르게 안되는 일도 많고, 알바도 안 구해지고,,, 나는 열심히 하고 싶은데 일본에서의 주변환경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도 많죠. 어설픈 계획을 가지고 오신 분들이 겪으시는 일, 바로 조바심입니다.


★ 뚜렷한 목표가 없는 사람
유학 상담을 해 드릴 때 두 번째로 난감한 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일본에 가서 에니메이션을 배우고 싶어요.
- 일본은 제빵이 유명하니까, 빵을 배우고 싶어요.
- 일본에서는 제 힘으로 벌어서 공부할 수 있으니까, 알바하면서 미용전문학교에서 기술 배우고 싶어요.

이런 분들의 유형을 정리해 보자면, 일본에 와서 하고자 하는 공부는 있으나, 그 공부가 끝나면 무엇을 할지 결정을 하지 않은 분들이라는 점입니다. 단지, 일본이 그 분야는 알아주니까 '어떻게 되지 않을까'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저런 분야의 학교는 학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며, 학원개념인지라 장학금은 전혀 못받는데다가, 하루종일 수업이 빡빡하게 있어 아르바이트는 꿈도 못꿉니다.

예를들어, 에니메이션을 배우고자 하시는 분의 경우, 에니를 배우시고 난 뒤의 계획이 없습니다. 에니를 배우는 것이 유학의 목표라면 유학을 권해드리지만, 배워서 어떠한 길을 가시려고 하는지는 대부분의 분들이 백지였습니다.
또, 제빵을 배워서 일본 취업을 희망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제빵을 배워 일본의 기업체 취업한다는 것은 상당히 힘이들고 어렵습니다. 몇몇 분들은 제빵 배워서 일본 창업을 노리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일본 직원 2명을 기본적으로 고용하지 않으면, 창업은 어림도 없답니다. 제빵 배워서 한국 가시는 분들도 많은지라 한국에서의 창업도 여러가지로 쉽지가 않습니다. 일본에서 커피를 배워서 바리스타가 되시겠다고 하시는 분도 뵈었습니다만, 비자가 안 나와서 돌아가신 분도 있었습니다. 미용배워서 일본 취업하신다는 분.. 유감스럽지만, 비자가 나오질 않습니다.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짓밟는 것은 아니지만, 배움을 끝마쳤을 때 더 이상의 길이 없다면, 안 하느니 못 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2년제의 전문학교의 경우 1년 수업료로 약 100만엔, 생활비로 월 10만엔을 생각하시면 1년에 250만엔(약 4,000만원) 이라는 돈을 들여서 어렵게 공부를 했는데, 졸업하고 갈 길이 없다면, 정말 막막한 일입니다.


★ 유학을 도피로 생각하는 사람
지금의 한국 생활에 만족을 못하고, 유학이라는 길을 선택하신 분입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이 안되고, 고등학교만 나와서 시작한 사회생활에 만족스런 대우를 못받고, 한국에서 뭐 하나 되는 일이 없고, 복잡한 가족상황, 불안정한 사회, 암담한 미래 등등...이래 저래 생각이 복잡한 와중에 옆에 있는 친구들이 해외로 훌쩍훌쩍 떠나버리고...이런 상황에서 나도 유학....?????
제가 13년간 지켜본 봐로는 1년 버티시기 힘들겁니다. 이유는 도피형 유학의 경우 역시 무엇을 하고자 하는 목적이 없는데다, 대리만족의 구실을 찾는 경우가 많거든요. 목적을 가지고,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열정으로 오신 분들도 적응하기까지 몇달 간은 마음이 우울해지고 좌절을 겪는 사람이 많습니다. 일본어는 늘지 않지, 일본친구는 생기지도 않지, 알바는 구해지지도 않지, 구해봤자 무슨 노동자 생활같지, 모처럼 만난 한국인에게 안 좋은 경험이라도 하게 되면 부정적인 마음은 극에 달합니다.


★ 고생할 각오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
13년 전, 저는 히라가나도 모른채 일본에 왔습니다. 일본어가 안되면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힘들고, 구해도 그리 좋은 일은 구하지 못하죠. 일본어가 어느정도 되기까지 청소, 공사장, 설거지, 이삿짐 옮기기 안해 본 일이 없습니다. 일을 하다보니, 아침에 어학원 가는 게 점점 버거워지더군요. 다른 친구들도 하나 둘 결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2년 간, 단 한번도 지각, 결석을 한 적이 없습니다. 때로는 새벽 5시까지 역청소 아르바이를 하고 6시에 집에 돌아와 씻고 밥먹고 어학원에 간 적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또, 일본어가 거의 안되는 사람이라면, 일본에서 대학 진학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정도는 감수하셔야 할 겁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어느정도의 직업을 가지고 사회활동을 하신 분이거나, 고생하기가 죽기보다 싫은 분이라면 교환, 파견, 국비 등의 다른 길을 추천합니다. 아무 준비도 없이 오는 일본유학은 대부분, 밑바닥생활부터 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 한국에서도 공부랑은 담 쌓은 사람
한국에서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을 보면, '일본어는 일본가서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어는 배울수록 어려운 언어입니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빠르면 1년, 늦으면 2년 정도의 수학기간을 거쳐야 겨우, 일본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할 정도의 최소의 실력이 쌓입니다. 이런 일본어는 일본생활에 있어 기본만 될 뿐 말그대로 필수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는 학과 공부도 소홀할 수 없죠. 생활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해야죠. 그 모든 것을 동시에 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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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를 해드리면, 어떤 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남이사~"
"사람하기 나름이죠"
"님께서 모든 분야에 전문가는 아니잖아요??"

예~ 저는 일본 유학 하지 말라는 뜻에서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기왕에 유학을 하실거라면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일본 상황을 조사해 보고 오시라는 겁니다.
신중한 결정과 독한 마음을 가지고 오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드릴까요?
일본생활 13년차인 저와 같은 시기에 유학을 시작한 사람들 중에 일본에 남아 있는 사람은 두 명이며, 한국이든 일본이든 취업에 성공해서 유학을 의미있는 결과로 만들어낸 사람은 단 10%뿐입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경기가 안 좋은 지금은 이러한 확률은 조금 더 떨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 상담을 할 때 제가 꼭 말씀드리는 게 있습니다. 유학하는 사람의 10명 중, 꽤 괜찮은 유학으로 이어지는 사람은 단 한명이 될까 말까라고요.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제 대학생활을 말씀드릴까요? 제가 제 아내를 만나 연애했을 때, 제 아내가 저와의 결혼을 망설이면서도 동시에 끌린 이유가 있답니다. '겨우 20여년 산 나이에 이렇게 온갖 경험을 다 한 사람도 있구나'..라며 그게 참 신기했다는군요. 사실입니다. 저는 경제적인 원조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동시에 한국에서 대학을 그만두고 온 상태에서 어학연수를 거쳐 다시 대학에 입학했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장학금, 생활비, 결혼자금까지 동시에 하지 않으면 안되었죠. 방법은 아르바이트를 많이 뛰면서 동시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 모든걸 하기 위해 잠은 줄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학 졸업할 무렵엔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었죠. 직장 생활 4년차, 30대 중반이 넘은 지금은 20대의 그때로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두 번은 못할 짓' 이라고 고개를 젓습니다.

일본 유학에는 물론, 장단점이 있습니다.
장점으로는 금전적 여유가 없는 사람도 본인의 힘으로 알바하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단점으로는 눈앞에 있는 목적을 쫓다보면, 막다른 곳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다시 한번 본인의 유학계획을 최악의 시점과 환경까지 생각해 보시고, 조금이라도 안이하고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면, 과감히 유학을 포기하는 것이 좋을 거라는 주제 넘는 충고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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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난 수많은 사람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보내신 메일을 소개합니다.


이 분의 경우, 유학 준비가 미흡했다는 반성을 하시면서,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공대를 지원하여 합격은 했지만, 과연 잘 한 것인지 상담을 해오신 분이었습니다. 4일뒤인 24일까지 입학금을 내야하는데,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물어오셨고, 조금의 방향을 알려달라는 절박함을 호소하신 분이었습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 방향을 알려드렸고, 그 분은 알겠다고 하시면서 연락을 끊으셨습니다. 그리고는 1년이 거의 다~ 되어 갈 무렵 또 다시 메일을 보내셔서 지난 1년간의 생활 이야기를 들려주셨답니다.


<크리스마스에 날아온 메일>

저는 이분의 열정을 정말 높이 삽니다. 유학을 하려는 정신이 되었다고 할까요? 아니, 마지막으로 주어진 찬스를 살리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는 표현이 맞겠습니다. 이 분은 처음부터 자신의 미래와 일본 생활에 대해 수많은 고찰을 한 분이었고, 그 고찰의 시간이 있었기에 저의 보잘것없는 상담이 동기가 되어 만족스런 유학생활으로 이어진 경우였습니다. 
물론, 앞으로의 공부법, 장학금 받는 방법, 고소득 알바 구하기, 알바와 학교 생활의 벨런스 맞추는 방법등 저 나름대로,, 저의 유학생활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세심히 알려드렸습니다. 이것은 이분 뿐만이 아닌 상담을 요청해오는 누구에게라도 하는 것이었는데, 그것을 실천하고 본인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유학생활의 중요한 열쇠가 된다는 것을 이 분이 보여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일본 유학을 생각하시는 분들...!!
그리고 지금 일본에서 유학을 하시는 분들...!!
일본 유학의 성공확률은 10%라고 생각합니다. 그 10%에 들어가느냐 마느냐는 유학하는 본인만 알수 있으리라 봅니다. 유학을 하시기에 앞서서 보다 확실한 목표를 세우시고, 일본 유학에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추신 : 대학원을 통해서 오시는 분들, 파견, 국비로 오시는 분들 등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by 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