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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의 일본 유학기

일본의 유학생 유치 정책에 감추어진 속내

일본은 해외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이다 못해, 과다할 정도로 열성적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유학생의 정의는 어학연수를 제외한 정규대학/대학원 과정, 단기대학, 전문학교에 재학중인 사람을 말합니다.)

해마다 일본 정부에서 해외채용으로 지급하는 국비장학생을 시작으로, 많은 사비 유학생이 일본으로 건너왔고, 
일본의 정부나 기업체에서는 대학이나 대학원 과정의 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었죠. 저 또한 이러한 혜택을 톡톡히 보면서 유학을 한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불경기라 하려 장학금 수도 많이 줄었더군요. 다다다가 국비 신청한다고 가져온 서류를 보니 금액도 형편없이 준데다, 기본 국비 유학생 마저 대폭 감축하라는 문부성의 지시에 각 학교 유학생들이 난리라고 합니다.
그러나, 줄었다 줄었다 해도 여전히 많은 외국인 학생이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유학생 10만명 받아들이기 계획

1983년, 일본은 유학생 10만명 받아들이기 계획 을 발표합니다.
명목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일본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 발전에 대한 공헌과 일본 경제의 활성화 때문이라고 했었죠. 일본 정부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지라, 일본의 유명 기업체들로 하여금 동참을 유도하였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세금 감면의 해택을 주었습니다. 그 결과 1983년에 1만명에 불과했던 일본 재류 유학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더니, 2002년에는 10만명을 돌파하게 되었죠.

ファイル:StatisticsForeignStudentsInJapan.PNG

일본 재류 유학생의 증가 수


수 많은 유학생이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일본의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생활하는 유학생들의 1년간의 경제활동 금액을 수입과 지출(학비 포함)을 합쳐 1인당 약 500만엔으로 잡았을 때, 10만 명이면 5,000억엔(약 7조원)이라는 어머어머한 숫자가 나오니까요.
이러한 일본 국가 정책은, 전쟁 패전국이라는 국가 이미지 개선과, 교육을 통한 세계 공헌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얻게 되었죠. 또, 장기적인 안목으로 우수 인재를 유입, 유치하고, 그 인재들로 인한 사회공헌 효과를 보기도 합니다.

이런 일본은 2008년 또 다른 유학 정책을 발표합니다.
바로 유학생 30만명 받아들이기 계획 입니다.

유학생 30만명 받아들이기로 대폭 확대한 일본

유학생 10만명 받아들이기로 재미를 본 일본은 2008년에 "2030년까지 유학생을 30만명으로 확대하겠다"고 세계에 공언합니다. 30만명으로 대폭 확대한 이유는 미국(56만명), 영국(36만명), 프랑스(27만명). 독일(25만명)이라는 2005년 유학생 데이터를 바탕으로 탈아시아를 꿈꾸며 세계의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목적이 있었던 것이죠. 
저출산국으로 분류되고,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유학생 유치로 인한 경제적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러나,,,

유학생을 받아들이는 일본의 진정한 속셈은??

무엇일까요??

예전에 가나자와라는 곳에서 통역을 할 때, 국회의원 한 사람을 한 달 동안 세 번이나 만난 적이 있습니다. 비록 통역으로인한 만남이었지만 , 한번 두번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국회의원이 아니라 편안한 동네 아저씨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술자리를 하면서 그 국회의원 대화를 나누게 되었죠.


국회의원 : (저를 보면서)자네 말야.. 일본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인으로서 솔직하게 말해 보게.
    쿤      : 일본"인(人)"에 대해 개인적으로 증오나 원한은 없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역사, 정치...)이런 말하는 저 또한 일본에서 유학을 하며 많은 혜택을 받고 있기에 말하는 데 있어서 모순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상황은 별도로 두고 어디까지나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으로만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국회의원 : 일본.. 나도 일본이라는 나라를 위해서 일하고 있지만, 일본의 정치인은 일본이라는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고, 국익을 위해서 움직이지.. 손해가 되는 장사를 하는 사람이 있겠나..
    쿤      : 무슨 말씀이신지..
국회의원 : 일본이 왜 유학생들에게 돈을 퍼 주면서 일본에서 공부하라고 하는지 아나??

그 국회의원에 말에 의하면, 일본은 절대로 손해보는 짓은 안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일본이 왜 유학생들에게그토록 많은 기부식 장학금을 주는지 아느냐고 물었왔습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이유가 궁금해지더군요. 많은 유학생들이 일본에 살며 기부식 장학금을 받는 데 비해, 일본 학생들이 학비를 융자해서 공부하고 졸업한 뒤에는 몇 년에 걸쳐 갚아나가는 걸 볼 때면, 왜 저렇게 자국 학생들에게 인색해가면서까지 외국인에게 퍼줄까라는 의문도 있었습니다.

국회의원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한번 던지더니 딱 한마디 하더군요.

일본어의 세계 제 2 외국어화를 노리는 것이지
.


그리 크지 않은 저음의 목소리가 얼마나 강하게 가슴과 머리를 울리던지 순간 멍해지는 느낌이었답니다.

생각해보니, 일본에서 유학을 한 사람들의 일부분은 일본에 남아 일본의 인재가 되죠. 설사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일본과 관계가 있는 일을 찾으려고 하거나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서 유학을 온 학생이 공부를 마치고 귀국을 하면 일본어, 또는 일본과 관계가 있는 일을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흐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보면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외국인이 생각보다 많고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한번은 파리 에펠탑 앞에서 중국인과 일본어로 대화하며 서로 사진을 찍어준 적도 있습니다. 

한국만 봐도 그렇습니다. 일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서울을 여행할 때 영어나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 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도 새삼스럽지만 참 놀라운 상황입니다.
(일본 또한 한국어 붐이 일었고 한국어가 꽤 인기 외국어로 자리매김해가고 있지만, 일본 여행하신 분들 아실겁니다. 한국어로 여행할 만큼은 아니죠.)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통치할 때, 조선어 말살 정책을 폈던 것을 알것입니다. 언어라는 것은 단순한 의사 소통을 넘어서 문화와 사상까지 지배할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가진 보이지 않는 권력과 같습니다.  언어와 문화, 그리고 사상으로 지배를 한다면, 그것은 무형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 국회의원이 술김에 한 말인지, 저에게 각성하라고 하는 말인지 그 의도는 모르겠으나, 만약 저 말이 사실이라면 일본정부의 치밀함과 그 뒤에 감추어진 속내는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