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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의 약국 - 기다림 끝의 놀라운 반전


 일본을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화장품 등과 같이 파는 대형 약국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로부터 얻은 이미지는 아마 잡화상 같은 느낌?
일본에서 산 지, 겨우 1년 반이 조금 넘은 내가 느낀 약국의 이미지도 지금까지는 그래왔다.

그런데, 작년 봄, 아주 요상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몸이 아파 동네의 조금 큰 종합 병원에 갔을 때의 일이다.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아 병원 옆에 붙은 약국에 갔다.
약국에는 약 3~4명의 사람들이 약을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고,
안쪽에는 족히 10명은 되어보이는 많은 약사들이 있었다.

일단, 접수를 하고,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던 나는, 게시판에 대기 시간 40분이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잘못 되엇겠지라고만 생각했다. 상식적으로 그렇지 않은가. 
10명의 약사에 3~4명의 환자...어떻게 보나 5분에서 10분이면 나는 약을 타들고 집으로 향하고 있을 게 뻔한 일.
그런데 이게 왠일..30분을 기다려도 내 차례는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평일 낮이었고, 나 이외에는 연로한 노친네들 뿐인지라...약에 대한 설명이 쓸데없이 긴 건도 원인이었다.

아무튼, 내가 약을 타가지고 집으로 향한 건, 그로부터도 20분 후였던 것 같다.
성질 급한 나로서는, 짜증은 만땅. 환자를 살리려는 건지, 죽이려는 건지,
약 타다가 죽을 판국인 꼴이었기에, 다시는 이 병원은 안 온다며 씩씩거리며 집으로 갔었다.

그런데, 바로 그날
식사를 하고 약을 먹으려던 나는 깜짝 놀라고 만다.
A4용지에 정성스레 프린트된 약 사진과 약 이름, 먹는 시간대,효과, 부작용 등등이 자세하게 적혀있었던 것.
약도 같은 종류끼리 개별 포장되어 있었다.




우리나라는 보통,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약을 다 섞어 설명서 없이 내주는 걸로 안다.
그래서 그만큼 빨리 조제받을 수 있고, 먹을 때도 편하다. 
문제는, 약이 남아 보관하다가 어느 날 몸이 아파 먹으려고 할 때,
도대체 무슨 용도의 약인지 알 수가 없어 그냥 버리게 된다는 거다.
약봉지에 나름 메모를 해두지만, 약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은 알 수 없기에
나에게 소용없는 약까지 다 먹어버리는 모험을 하거나, 그냥 돈주고 사거나, 병원가거나..
그런 낭비를 해 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일본 조제약은 그럴 염려가 없다.
설명서를 보고 필요한 약만 골라서 먹으면 된다.
감기약을 지어놓고 남아 보관하다가, 다시 감기에 걸렸을 때, 증상에 따라 필요한 약만 설명서를 보고 찾아 먹으면 되는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성질 급한 한국인은, 약 받다가 싸움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웃긴 건, 그렇게 꿋꿋하게 잘 기다리기로 유명한 천하의 일본인들에게도 
조제약 대기 시간은  고통의 시간이라고 한다. ㅋ

여기서 드는 의문,
일본의 약국은 왜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릴까.
아마, 한국이라면, 일본과 똑같이 약을 내준다 해도 딱 절반의 시간이면 충분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자세한 설명과 개별포장이라고는 해도 터무니 없이 긴 대기시간인 것은 분명하다.
그 의문의 답은 실수하기 싫어하는 꼼꼼한 일본인들의 성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의료쪽은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세계이다. 그만큼, 확인 작업이 오래 걸리는 거라고 한다.
시다리바리 약사가 약 짓고, 윗사람이 점검하고 또 점검하고..
뭐 그런 과정끝에 나오는 시간이라니..
좀 더 빨리하면 안돼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이야기를 써서 변론대회에서 준우승을 했다. ㅋㅋ
내 변론을 듣고 난 일본인들 왈.. 완전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