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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300엔에 3억엔을 꿈꾸는 사람들

요즘 한국에서 인기있는 복권을 찾아보니, 단연 '연금복권'이라 하더군요..
로또는 수억~수십억의 1등 당첨금을 한번에 받을 수 있다는 장점과 관리부족으로 인해 쉽게 날릴 수 있다는 단점이 공존하지만, 연금복권은 월 500만원(세후 약 380만원)씩을 20년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생활의 안정을 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년층에게 인기라 합니다..

요즘 일본에서도 복권 붐이 일고 있습니다.
바로 연말에만 한정판매하는 "年末ジャンボ 3 億円 <연말점보 3억엔(44억원)>"이라는 복권 때문이죠..
평소에는 1등 당첨금과 전후번호를 포함해서 1억엔(14억 5천) 정도이지만, 연말점보는 최대 3억엔입니다.. 게다가, 일본의 복권은 세금을 떼지 않으니, 1등에 당첨만 된다면 몸으로 느끼는 금액은 한국의 복권 당첨금보다 더 크겠더라고요..

                                                일본 연말점보복권의 견본

연말점보복권은 당연 화젯거리입니다..
하루라도 복권이야기를 안 듣는 날이 없을 정도라 할까요..?? 점심을 먹을 때도 화제가 되고, 사람들을 만날 때도 말이 나옵니다.. 티비를 볼 때면, 광고가 한시간에 한번 이상 나오며, 출퇴근할 때 듣는 라디오 광고에서도 줄기차게 나옵니다. 게다가 리듬성 광고 멘트 때문에 "연말점보복권"이라는 멘트가 머리에 박혀버렸답니다.

                                                연말점보복권의 티비광고 (일부)

그런데, 이렇게 화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3가지 정도 들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당연히 금액입니다. 1당첨 금액이 2억엔(29억원)이고, 전후번호까지 맞으면 최대 3억엔(44억원)을 받지만, 연말점보복권의 가격이 1매에 300엔(약 4,400원)으로 일본에서 판매되는 다른 복권에 비해 비싸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판매기간이 길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복권은 판매주기가 1주일 정도이지만, 연말점보복권은 11월 24일부터 12월 22일까지 약 한달간 판매를 합니다. 판매기간이 길다보니, 샀냐 안 샀냐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그로 인한 광고효과도 크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구입장수가 많다는 것입니다. 매주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평균 구매량은 5 ~ 10 장 정도라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연말점보복권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10단위로 구매를 하거나, 100단위로 구매를 합니다. 이유는 10장들이를 세트로 판매하는 가게가 많기 때문이죠.. 10장을 일련번호나 랜덤으로 묶어서 봉투판매를 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10단위나 100단위로 구매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11월 말은 일본직장인들의 하반기 보너스를 받고, 연말 선물로 복권을 선물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판매량이 많답니다..

그리고, 12월 31일...
구입한 연말점보복권의 당첨번호를 맞춰보며 흥분된 시간을 보내고, 토시코시소바(해를 넘기며 먹는 국수?)를 먹으며 신년을 맞이하는 모습이 일본가정의 "섣달 그믐 날" 모습입니다..

                                                 연말점보복권의 당첨금액

여기서 생기는 갈등

주변에서 하도 복권!!! 복권!!! 이라는 말을 듣다보니, 복권을 안 사면 안 되겠다는 불안감이 몰려들더군요.. 게다가 다다다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도 다다다에게 복권샀냐는 질문을 하곤 하면서 그런 불안감은 두 배로 밀려옵니다..
그런데, 2년전에 300엔짜리 연말점보복권을 일련번호로 100장을 구입해서, 맞춰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6등 1장과 7등 10장이 맞더군요.. 즉, 일련번호로 구입했을 때 맞을 수 있는 최소금액이 맞은 것입니다.. 3만엔(약44만원)을 투자해서 6,000엔(약9만원)이 맞았으니, 24,000엔(약35만원)이 허공으로 날아간 것이었죠.. 그 때 다다다의 입에서 나온 말이 "24,000엔이면 야키니꾸 4번 먹을 수 있었넹.. 쩝"...

오늘도 지인과 연말점보복권 이야기를 했는데, 이런 말을 하더군요..

"쿤짱.. 일본인들이 왜 복권을 사는지 알어..?? 물론 맞았으면~ 하는 간절함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복권을 구입해서 당첨을 확인하는 순간까지 희망이 주는 즐거움 때문이거든.. '이 복권만 맞으면 3억엔이야..'라는 희망.. 그 희망이 있기에 12월 한달의 피곤함과 힘들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어.. 그런데, 복권이 없으면 그 꿈도 희망도 없거든... 그러니까, 쿤짱도 사...!!!!"

그렇습니다.
새벽 2시가 훌쩍 넘은 지금,, 일본인들은 구매한 연말점보복권의 당첨을 기대하며,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