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K팝을 듣고 내가 사랑을 느낄 때 일본인은 공포를 느낀다?

 일본에서 한류는 끝없는 상승곡선

한때 '일본에서의 한류는 다 식었다'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지만, 그런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곳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처음에는 드라마를 시작으로 한류가 시작됐지만, 요즘은 드라마 뿐만 아니라 K팝(한류팬의 연령층도 젊어졌다)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듯 하다. 동방신기, 소녀시대, 카라 등 한국 가수 한 두명 정도는 누구든지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니 말이다.
한국노래를 접하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는 일본인들은 그렇게 급속도로 늘고 있다. 그들은 좋아하는 가수가 하는 말을 통역없이 들으려고 한국어를 배우고(설사 그 가수가 일본어를 구사한다고 해도 한국 콘서트를 보러 다니고 한국 방송까지 다 시청하기 때문에 한국어 공부는 필수이다.), 그들이 부르는 노랫말을 이해하고자 한국어 공부에 매진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어 앨범이 있다고 해도 한국어 앨범까지 모조리 사들이기 때문에 역시 한국어 공부는 필수이다.) 
ㄱ,ㄴ 도 모르는 사람이 좋아하는 한국 가수의 가사집을 들고 와서 의미를 물어보는 경우도 있고,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 가사를 해석하는 수업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을 보면, 가수가 좋아서 한국 노래를 듣는 것인지, 한국 노래에 빠져서 가수를 좋아하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하지만, 한국을 좋아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일본인들은 한국 드라마와 노래는 "사랑"을 주제로 하는 것들이 많다는 말을 한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우리나라 드라마나 노래에는 연인들의 사랑이나 헤어짐의 아픔, 삼각관계 등을 주제로 한 노랫말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런 점들이 일본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감동을 주기도 하니, '사랑'이란 만국 공통의 감정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미묘한 부분까지 파고들어가면 양국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 공포로 다가오는 노랫말

한국어를 배운 지 4년 정도가 되어가는 K 씨가 좋아하는 가수의 한국어 가사집을 복사해서 들고 왔다. 노래도 자주 듣고, 콘서트마다 쫓아다니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따라부를 정도가 되었지만, 노래 가사라는 것이 시처럼 문맥이 생략된 경우가 많아서 중간중간 생략된 의미를 알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K 씨를 이해시키기 위해 직역과 의역은 물론 그 장면을 곁들여 설명하였다. 그 과정에서 뚜둥~! 사건은 발생했다. (이런 경험은 비단 k씨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가사에서 나오는 장면을 요약해서 넣어본다.

<가사 장면 1>
헤어진 그녀가 그리워서 그녀 집 앞에 찾아가는 장면. 어두운 거리 초라한 가로등 밑에 서서 마음 속으로 불러보는 그녀 이름. 그녀의 창문에 불이 켜져 있지만 부르지 못하고 밤새 서서 바라봄. 

우선, 위 장면을 보고 떠오르는 노래가 있는지 묻고 싶다. 딱 하나는 아닐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가요 노래 가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장면이다.  노래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하곤 한다. 모르긴 몰라도 걔 중에는 몸소 경험한 사람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이런 내용이나 장면은 나에게 너무나도 친숙하다. 또, 저런 장면을 접할 때마다 애절한 남자의 모습이 떠오르고 안타까움에 가슴이 아파오곤 한다. 노래 가사를 설명할 때면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 안타까운 남자의 입장을 대변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날도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노래 가사를 접한 K 씨 (K 씨를 비롯한 다수의 일본인들) 는 의외의 발언을 하였다..

"다다다샘, 제가 좋아하는 가수라 말하기는 좀 뭐하지만, 저 남자요.. 조금 무서워요.."
"네?? 무섭다니요? "
"약간 스토커 기질이 엿보여요. 좀 소름끼치는데요."
"오잉?? 어디가?? " (일본 드라마에서 저런 스토커를 본 것 같기도...)

그랬다!!!
어두운 가로등에 서 있는 남자는 한국인인 나에게는 사랑을 갈구하는 처량한 모습으로 다가오지만, 일본인인 K 씨에게는 한 여자를 집요하게 스토킹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하긴, 내 일본 친구들은 우리 쿤도 다다다 스토커로 본다. 그런데 나는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하며 산다. ㅋㅋ)

그래서 설명을 조금 바꾸어 보았다. 헤어진 사이가 아니라 사귀는 사이라면 가능하지 않겠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사귀는 사이라도 집 앞에서 저러면 싫어질 것 같단다. 허걱...국제연애하시는 분 참고하시길..

괜히 깊이 해석했나?? 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순간 내가 한류 붐의 방해꾼이 된 것 같았다.

그런데, 일주일 후 나는 그 후회를 깔끔하게 버릴 수 있었다. 가사를 해석하고 돌아간 K 씨는 다음 수업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다다다샘, 근데 역시 노래가 너무 좋아요. 이번에는 가사 의미를 제대로 알아서인지, 저 노래 들으면서 눈물을 펑펑 흘리고 말았거든요. "
 
아무리 민족간의 감정 포인트와 사고 방식이 다르다고 해도, 리듬이 가미된 음악이라는 것에는 그 모든 장애를 뛰어 넘을 수 있는 굉장한 마력이 있는 것 같다.

K팝 너의 힘을 보여줘. 계속 달리는 거야.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