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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칠석날에 내리는 비의 의미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월칠석...
한국에서는 음력으로 칠석을 맞지만, 일본은 음력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지라 양력으로 칠석을 맞는다. 그래서 일본의 칠석은 양력 7월 7일이고, "타나바타(七夕)"라고 부른다.

지난 7월 7일...
그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고, 물안개처럼 흐릿한 안개가 껴서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시야반경이 넓지 않았다. 회사에서 직원 동료 6명과 밥을 먹는데, 10년 위 선배가 창밖을 내다보며 이런 말을 했다.

선배 : 오늘 모처럼의 칠석인데, 견우직녀는 못 만나겠네...
  쿤  : 비가 내리는데, 왜 못 만나요?
선배 : 비가 오면, 은하수에도 물안개가 낄텐데, 서로의 얼굴이 보이기나 하겠어...??
  쿤  : 오작교(
鳥鵲橋)가 있잖아요...
선배 :
(웃으면서) 은하수에 그런 다리가 있었나..??
  쿤  : 원래는 없는데, 견우직녀가 못 만나는 것을 보고 까마귀랑 까치가 다리를 만들잖아요...

선배 : 까마귀랑 까치가..?? (손사래를 치며) 쓰레기나 파헤치는 까마귀가 그런 선행을 할리가 없어..
  쿤  : 엥...? 일본의 견우직녀 이야기는 한국과 다른가 봐요...


쿤은 동료들에게 한국의 견우직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옥황상제의 손녀인 직녀와 목동인 견우는 열심히 일을 하며 살았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혼인을 시켰더니, 사랑에 빠져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옥황상제는 화가 났고,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을 떨어뜨려 놓았다.. 그리고, 1년에 한번만 만나게 했고, 그 날이 7월 7일이었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은 은하수 때문에 상봉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까마귀와 까치가 날아와서 다리를 만들어 주었는데 오작교였다. 견우와 직녀는 오작교 위에서 만날 수 있었고, 만남의 기쁨과 헤어짐의 슬픔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데 그게 이 세상에 비가 되어 내린다.

쿤이 말하는 한국의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들은 동료들은 반신반의 했다. 후반부의 이야기가 일본과 다르다고 했다. 오작교의 까마귀 까치, 그리고 그 위에서 만나는 견우와 직녀의 눈물이 비라는 말이 생소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6명의 동료를 모두가 일본에서는 비가 오면 견우직녀가 못 만난다고 했다(나야 말로 일본의 견우직녀 이야기가 생소했다)한국에서 "견우직녀가 만난다"는 말은 상봉을 뜻하는 말이지만, 일본에서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멀리서 바라본다는 뜻이었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들어가서도 한국의 칠석에 내리는 비가 눈물을 뜻한다는 말은 소소한 화제가 되었다. 어떤 직원들은 쿤에게 물어보러 오기도 했다. 그들 역시 상봉의 뜻이라기 보다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멀리서 바라본다는 뜻이 맞는거 아니겠고 했다.

늦은 오후에 실험이 있어서 작업을 하러 생산현장에 들어갔다. 장비에 실험 조건을 설정하고, 샘플을 작성하는데,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오페레이터가 말을 걸어왔다. 때마침 잘 됐다 싶어서, 칠석날에 내리는 비의 의미에 대해 물어봤다. 

  쿤  : 하나 물어볼게요.. 칠석날에 내리는 비 때문에 견우직녀는 만난다? 못 만난다? 어느 쪽이에요..??
직원 : 당연히.. 못 만나죠.. 아니 안 만나죠.. 비 오면, 외출하는 거 귀찮잖아요..ㅎㅎ

  쿤  : 아니,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만난다? 못 만난다? 어느 쪽이에요..??
직원 : 움~~ 나는 못 만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왜 물어봐요..??


이 친구에게도 한국과 일본의 견우직녀 이야기가 다르다는 말을 했더니, 역시 매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는 자기가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으니, 다른 오페레이터에게 물어보겠다고 했다(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뎅...). 그리고, 금요일에 출근을 해서 실험결과를 확인하려고 현장에 다시 들어갔더니, 그 친구가 쿤을 반겼다. 자기가 현장에 있는 직원에게 다~ 물어봤는데, 못 만난다가 압도적이었고, 인터넷 위키아를 통해서 칠석날에 내리는 비는 눈물을 뜻한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다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서 일본 인터넷을 뒤져보니, 역시나 비가 내리면 견우와 직녀가 못 만난다는 말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어서 캡쳐를 떠 봤다.

제목 : 견우와 직녀는 몇 년 동안 못 만난 걸까요? 따분한 이야기하지 않을래요?

제가 잘못 알고 있을지도 모르고, 장소에 따라서도 다르겠지만, 7월 7일은 반드시! 제가 사는 곳에는 비가 내려요..

에혀~~ 올해도 견우와 직녀는 못 만났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자니, 도대체 몇 년동안 못 만난 거야!!
장거리 연애라는 거 어렵고 힘든 거 같아요..

                                                    출처 : http://komachi.yomiuri.co.jp/t/2011/0707/424157.htm?g=01

이 글에 댓글이 많이 달렸는데, 재미있는 댓글 몇 개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 견우직녀는 애인사이가 아니라 부부예요. 그러니까, 기러기 부부라고 해야할까요??   (7/7 16:43)
- 지구에는 비가 내리지만, 우주에는 비가 안 오니까 두 사람은 매년 만나고 있답니다.^^   (7/7 19:26)
- 그러게요.. 그런데 그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으면 바람 날거 같은데...   (7/8 17:49)


견우직녀 이야기는 칠월 칠석에 견우 별자리와 직녀 별자리가 가까워지는 천문학적 자연 현상에 의해서 생겨난 이야기라 한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거의 같은 위치에 존재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 사는 사람들은 같은 자연현상을 두고 전혀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기만 하다.
이것도 문화의 차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