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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일본의 앞날이 진심으로 걱정되던 순간

3.11 지진이 발생한지도 벌써 넉달하고도 열흘...
지난 시간을 돌아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일본의 원전문제일 것입니다. 지진 발생 직후에는 원전의 외각 벽이 폭발하고, 일부는 파손되는 것을 그야말로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넉달 전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지난 넉달이라는 시간...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원전 30km 이내의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키고, 대대적인 절전에 들어가면서 열사병 환자가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방사능 수치를 건물 옥상에서 측정해서 수치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있었고, 대평양 앞바다가 일본의 방사능으로 오염될 것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후쿠시마산 방사능은 지구 북반구를 수차례 돌았으며, 독일은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해 나가겠다는 결단을 보이기도 했죠. 후쿠시마 원전 때문에, 경제대국 2위었던 일본은 졸지에 전세계의 민폐국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부자는 망해도 3대 간다'는 말이 있듯이, 경제대국 2위인 일본은 이 국난을 보란듯이 극복하고 일어설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어제 슈퍼에 장을 보러갔다가 산산히 무너지고 말았답니다. 아니, 오히려 일본의 앞날이 걱정되기까지 했습니다.


3일 연휴의 마지막 휴일이었던 어제(7/18) 저녁...
오랜만에 삼겹살을 사려고 업무슈퍼(할인마트)에 장을 보러갔습니다. 원전 방사능 문제때문에 원산지를 필히 확인해 가면서 장을 보는데, 역시 원전 근처에서 생산되는 야채는 팔리지 않고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삼겹살이 있는 육류 진열대로 갔습니다.. 돼지고기를 집어들고 원산지를 확인하는데, 이상한 점이 눈에 띄더군요. 바로, 판매되고 있는 육류의 원산지 표기가 국산(国産) 또는 국내산(国内産), 미국산(アメリカ), 뉴질랜드산(ニュージーランド)등으로만 표기되어 있었습니다(국산? 국산 어디인데..??)..

                       폰카라서 화질이 좀 떨어지네요...(11/11/27 사진 업데이트)
위에 있는 돼지고기는 일본 국산으로 266엔
(188엔/100g), 아래에 있는 고기는 미국산으로 331엔(138엔/100g)이었습니다.


수입산 고기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고기를 단순히 국산 또는 국내산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에 놀란 것입니다..(참고로 원산지에 자신(?)있는 일본 큐슈, 시코쿠, 쥬코쿠 지방은 원산지를 정확히 표기하더군요). 야채는 일본 국내 어디에서 출하되었는지 자세히 명시하고 있었지만, 고기류는 원산지가 아닌 가공된 공장 주소만 나와 있었습니다.. 게다가 지금 일본은 세슘에 오염된 볏짚 사료를 먹은 소 약 600 여마리의 시장유통이라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원산지 표기를 '국내산'이라고만 하고 있더군요(기가 차죠..? 지금이 어떤 시기인데..). 게다가 저 곳은 유명할인마트 업무슈퍼라는 곳이었습니다. 또 다른 곳에 있는 슈퍼(생협)에서도 같은 표기법을 하고 있었습니다..


위에 있는 사진은 육류 진열대 사진으로, 시간은 저녁 6시가 조금 안 되었습니다.. 2~3분 정도를 서서 지켜봤지만, 볏짚 사료 문제가 파장을 일으키면서, 고기류를 기피하는지 육류 진열대에는 사람이 다가가질 않더군요. 저녁준비로 슈퍼에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고기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였습니다..


방사능 문제로 전세계가 시끄럽고, 세슘에 오염된 볏짚을 먹은 쇠고기가 일본 전국으로 유통되어 먹거리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 원산지 표기를 '국산', '국내산'으로만 표기하고 있는 가게가 있다는 것에 정말 놀랐습니다. 그런 표기를 보고 있자니, 방사능에 의한 국민의 건강보다도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있는 일부 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원산지가 불분명한 고기를 일본의 아이들이 먹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본의 앞날이 진심으로 걱정되더군요...

원전문제가 발생한지 넉달이지만, 원전문제가 수습되기까지는 10년을 바라본다는 말이 나오고 있고, 자연이 원상 복귀 되기까지는 100년이 걸릴 것이란 말도 들립니다. 이미 발생해 버린 문제이기에 하루라도 빠른 수습을 하는 것이 최상책이겠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사람들의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일본의 앞날도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