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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의 일본 유학기

지방 소도시에서의 일본유학/일본생활이 나쁘지 않은 이유

일본유학... 그리고 일본생활...
한국의 세배가 넘는 일본 땅에서 생활을 한다면,,,, 그리고 유학을 한다면 어디가 좋을까요?

어떤 분이 보내신 메일(메일 아이디와 닉넴은 생략합니다.)


일본으로 유학을 오시는 많은 분들은 대도시를 선호합니다. 이유는 알바 자리도 많고, 생활하기도 편하고, 학교도 많고, 유학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꼽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쿤도 같은 이유로 교토라는 도시에서 어학연수를 했고, 대학도 나왔답니다. 하지만, 대도시에서의 일본유학이 한 개인의 일본생활을 만족시켜준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말하는게 맞을거 같습니다.

쿤은 교토에서 유학을 할 때,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죽어라~ 알바했습니다. 장학금을 포함해서 1년의 평균 수입은 약 500~550만엔 이었었죠. 이렇게 대학을 마친 쿤은 대학원에 입학하여 교수와 말다툼을 하고 학교를 그만둔 사연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학교의 교수님을 컨택하여 다시 대학원에 들어갔었죠.


쿤의 2년간의 시골 대학원 생활

쿤이 다시 들어간 대학원은 산골짜기에 있었고, 겨울에 눈이 제대로 한번 오면, 적설량 1m는 가뿐히 넘는 카나자와라는 곳 근처였습니다. 그 학교에 갈 때의 제 기분은요,,"에휴~ 학교 주변에 있는 거라고는 논밭뿐인데, 그 시골학교에 가서 어떻게 먹고 살지.. 알바도 없을 텐데.."였습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돈을 쓰지 말자'하고 굳게 마음먹고 시골학교로 들어갔습니다.

시골 대학원이라 거의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했고, 학교 시설은 24시간 오픈이었던지라 공부에는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그렇게 한달 정도가 지나니까 몸에 좀이 쑤시더라구요.. 운동을 열심히 하던 사람이 갑자기 운동을 그만 둔 기분이라고 할까요?
쿤은 알바가 있다면 소개라도 받을 생각으로 시골 청사(한국의 면사무소 정도)에 가 봤습니다. 알바는 전혀 없었고, 지역 축제로 브라질 삼바축제가 열린다는 포스터를 보고는 호기심에 구경 가 보기로 했죠.. 그런데, 거기서 많은 일본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곳 시골에도 한국 사람이 있냐면서, 저를 동물원 쿤으로 보시더라구요.--;; 그리고 때마침 불어닥친 한류와 더불어 저의 인기는 급상승했답니다. 이런저런 지역행사가 있는데 놀러와라~ 학교랑 우리 집이 가까우니까 놀러와라~ 하시면서, 대학원 생활 2년동안 시골인심을 듬뿍 받았답니다.


삼바춤을 너무 깜찍하게 추었던 꼬마아이 (니가 작으니까 내 머리가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구나..)

소바 만들어 먹기 (아래 사진의 왼쪽이 쿤이 자른 소바, 오른쪽이 다다다가 자른 소바가 아닌 우동)

이후 지역 주민분들은 이런 저런 행사에 쿤을 불러주셨고, 쿤은 바쁜 대학원 생활을 쪼개며 그 분들의 초대에 최대한 참가했습니다.(대학원 실험은 모~두가 잠든 야밤에 하는 날이 많았답니다.) 그러면서 쿤의 인기(사실은 희소성)는 하늘을 찔렀고, 그 시골에서도 한국어 강의를 시작하면서 팬들(?)은 늘어만 갔습니다.

시골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일부 일본분들


인구 10만의 도시에 젊은 한국인 학생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한국어 강의는 7개(주 1회, 각 회당 90분 수업에 5,000~7,000엔)를 개설하게 되었고, 아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인맥도 넓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과 관련된 행사라든가, 통역/번역의 알바는 쿤이 독차지 하게 되었답니다.

한일 자매학교의 음악교류 모임 (때 마침 일본에 놀러온 다다다 있습니다.)


한일 보이/걸 스카웃 교류회 ( 다다다는 꼽사리 ㅋㅋ)
 

3주 연속 통역하면서 만난 국회의원.. 다다다 놀러왔다는 말에 밥 한끼 사준다며...


상당히 큰 한일 교류회가 있었고, 취재차 나온 여기자. (이 날도 다다다는 꼽사리. 다음날 방송에 쿤도 잠깐 나옴..ㅋㅋ)

다다다가 일본에 놀러 올 때 마다 쿤은 통역으로 바빴고, 다다다는 그런 통역 자리에 꼽사리를 끼면서 일본 문화를 배웠답니다. 통역은 알바이자 쿤과 다다다의 데이트 장소였습니다. 쿤이 혼자 통역을 나가면 사진 찍을 생각을 안 하는데, 모든 것이 신기한 경험이라며 사진 찍는 다다다가 있어서 그 나마 사진이 남아 있네요.

낮에는 통역하고 한국어 가르치고, 지역 주민들과 같이 지역 행사 다니고, 감자나 풀 베러 다니는 것이 저의 2년간의 대학원 생활이었습니다. 학교 공부 안 하고 놀았냐구요? 학교 공부나 실험은 주로 밤에 했답니다.

 
 
시골에서의 일본유학/일본생활을 기피하지 마라

쿤이 시골에 있는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알바도 없는 곳에서 뭘 해먹고 사나"하는 걱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쓸데없는 기우로 변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바와 생활의 편의성, 많은 학교와 손 쉽게 접하는 유학 정보를 근거로 대도시의 유학을 고집합니다. 하지만, 쿤이 경험해 본 바, 시골이나 작은 소도시에서의 유학이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쿤이 교토라는 도심지에서 1년 평균 알바로만 350만엔을 벌었지만, 시골에서는 재미있는 경험을 해 가면서 2년간 알바로 번 돈이 1,500만엔 정도입니다. 장학금까지 합치면 차마 말로 못 할 금액입니다. 이러한 수입 때문에 유학생이라면 누구나 면제되던 학비,, 쿤은 수입이 많다는 이유로 1엔도 면제 받지 못했답니다.
도심지에서 생활의 편의성을 운운하지만, 결국은 놀러가거나 술마시는 자리만 많을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에서는 지방대의 개념이 없는지라 지방 출신도 학교만 괜찮다면 취업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쿤과 쿤의 실험실 20여명이 샘플입니다.) 유학 정보는 어짜피 인터넷으로 충분히 알아볼 수도 있는지라 작은 소도시에서의 생활도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일본생활/유학생활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저 작은 소도시를 나와 대도시로 이사를 하면서 다다다가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 있답니다. 저 소도시에 계~속 살았다면, 쿤과 다다다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을테고, 그러면 10만명의 사람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을 텐데~~

동경이든, 지방 소도시든 장단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동경 이외의 지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동경보다는 안 좋다라는 잘못된 인식 그리고 그로 인한 걱정으로 가득한 문의메일이 오는 것을 보고 이런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역의 장단점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자신'이라는 것입니다.

동경 쪽의 수많은 한국인 사이에서도 자신의 입지를 굳혀나가며 자리 잡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한국인이 너무 많아서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인과만 어울리게 된다' 라는 핑계(?)를 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방도 마찬가지랍니다. 한국인이 없어서 그만큼의 희소성을 이용해 알바나 기회를 독식하며 승승장구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이런 시골에 뭐가 돼', '동경으로 갔어야 했어' 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지요.

일본생활/일본유학은 어디를 가든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