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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에서 놀림당하는 한국 이름

몇년 전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내 이름은 김삼순' 이라는 드라마를 잘 알 것이다. (당시, 내 친구들 가슴 속에는 다 현빈 씨가 들어앉아 있었다.)
일본에서도 후지티비에서 방영되면서 많은 일본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일본 최대 렌탈 대여점 츠타야(TSUTAYA)에서 몇년 간 한국 드라마 대여 1위를 고수하며 한류 바람에도 톡톡히 제 몫을 했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아직도 못보고 있다. T,.T)


                                                   http://www.kntv.co.jp/prog/dra/p0157.php

이 드라마를 사랑하는 일본인들이 내게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뭐 그리 자주 질문을 받느냐고 하겠지만 ....나의 일상이 그렇다...그리고 그것이 내 글의 네타가 된다... 하하하하..)

아주머니 : 선생님, 김삼순이라는 이름이 한국에서는 그렇게 촌스럽나요?
               주인공이 이름에 컴플렉스가 많잖아요. 제가 보기에는 아주 예쁜 이름처럼 들리거든요.

다다다   : 한국에서는 좀 촌스런 이미지죠. 
              일본에도 순서대로 이름짓는 거 있잖아요. 이치(1)로, 니(2)로, 산(3)로... 타로~~와 같은... 
              삼은 한국말로 숫자 3이니까 셋째에게 많이 붙이죠.


그렇다. 일본인들에게 삼순이는 촌스러운 이름이 아니었던 것이다. 
심지어는 삼순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대기업 삼성을 떠올리고는 삼성집 규수인가 지레짐작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サムスン(삼순) : 일본어에는 모음 ㅓ는 없으며, 받침 ㄴ, ㅇ이 구별되지 않는다.)

외국에서 한국 이름이 주는 느낌과 이미지가 전달될리가 만무하다보니 생기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이 쯤에서 그 반대가 되는 경우는 없는지 궁금해지지 않을수가 없다.
당연히 있다.

한국에서는 멀쩡한 이름도 일본에서 종종 놀림감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어 소개해본다.


'은' 자가 들어가는 이름

일본에 정착해 사는 한국인 친구들과 만나 밥을 먹으며 나눈 대화를 보시라.

친구 1 : 다다다야. 나중에 애기 낳으면 이름에 "은" 자만 넣지마. 

친구 2 : 맞아맞아..우리 애가 은지잖아. 매일 놀림당하고 울고 불고 난리야.

다다다 : 은지? 이쁘기만 한데...왜 놀림을 당해?

친구 2 : 말도 마, 이름에 '은'자가 들어가면 영락없이 별명이 '응코상' 아니면 '응치'가 되거든.

다다다 : 어머머머, 그러네~~

응코 상(うんこさん) 혹은 응치(うんち)를 한국말로 하면 '응가(ㄸㅗㅇ)씨' 정도로 번역된다. 말도 안되는 곳에 상을 붙이는 일본인인지라 한마디로 그냥 '응가'라고 보면 된다. 그 누구인들 별명이 '응가'가 되고 싶겠는가? 한국어로 따지면 ㄴ을 ㅇ으로 생각하는 것이 말도 안되어 보이지만, 두 받침의 구별이 안되는 일본인(여기서는 그중에서도 초등학생들)에게는 '은' 하면 '응코'의 '응'만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미소'라는 이름

한국의 '미소'라는 이름을 보자. 아마도 부모님이 평생 미소지으며 예쁘게 행복하게 살라는 심오한 뜻을 담아 지어주는 이름일 듯 싶다.
또, 일본어에도 미소에 해당하는 '호호에미(微笑み)'라는 말이 있으니 뭐가 문제가 될까 싶겠지만,,, 
이름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부르기 위한 것으로 발음이 중요한 법...여기서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아름다운 이름이 일본에서는 순식간에 '된장'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는 사실... 
이건 전락이다 못해 추락이요 저주다.

한국에서는 미소야~(아 이쁜 이름이닷) 일본에서는 된장아~(아 냄새나 -.,- ;;) 가 된다고 생각해보면 정답이다.
게다가 짖궃은 애들은 '미소라-멘(味噌ラーメン)' 즉, 된장라면이라며 놀린다고 하니, '미소'의 수난은 끝이 없다.

'새미' 라는 이름

작년에 내가 근무하던 일본학교에는 한국에서 온 '새미'라는 초등 학생이 있었다. 
귀여운 외모에 예의가 바른 학생이었다.
그 학생이 지나갈 때마다 남학생들이 하는 말이 있었으니~~

"새미~새미~새미~메롱메롱"

새미라는 아이는 친구들에게 눈을 흘기며 교실로 뛰어들어갔다.

왜? 그랬을까.

새미는 일본어로 곤충 매미(蝉)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매미가 싫은 건 아니지만, 곤충....어쨌든 충...벌레아닌가...아아악..


'신진' 이라는 이름

역시 내가 근무하던 학교에 '신진' 이라는 이름을 가진 중학생이 있었다.
중학생이다보니 초등학생보다는 조금 머리를 회전시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별명을 생각해낸다.
'신 진'을 아주 빠르게 반복해서 부르다 보면 '찡찡(혹은 친친, 일본어는 ㅊ,ㅉ 구별이 안됨)'이 된다고 한
한 아이의 발언이 계기가 되어,  그날 이후 신진의 별명은 '찡찡'이 되었다.


'찡찡'의 의미를 말해보자면~~~~~~~~~~~~~~ ( ̄∇ ̄)

아...내 입으로 말하기가 좀 민망하다. 하하하하하..

쿤에게 시킬까? (옆에서 쿤이 큰 소리로 말한다. (닭)'꼬치'라고~ )
뭐..그 다음은 알아서 의미파악을 하시라. 나는 내 입으로 결단코 말한 적이 없다.

단, 일본 친구가 있다면 우연이라도 " 그만 찡찡대~" 라든가 " 찡찡대지마" 라는 말은 하지 말자~!
(목걸이 이야기도 해야하나...쩝 -,.-  . 한국의 목걸이라는 단어도 일본에서는...으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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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때야 별명 지어 부르는 것도, 관심의 표시이고 사귐의 일환이다보니 누구나 겪는 하나의 성장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좋은 이름도 종종 놀림의 대상이 되곤하며, 한국에서도 예외는 없다.
내 친척 동생만 봐도 그렇다. 동생의 이름은 지우..어릴 적에 학교 갔다 올 때마다 친구들이 지우개라고 놀린다고 울던 아이다. 요즘은 자기 이름이 탈렌트 언니 이름하고 똑같다며 기세등등! 한다니...이제는 이성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판단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초등학교 때, 어떤 이름인들 놀림의 대상이 되지 않겠느냐마는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아이(당사자)는 부모님의 애정이 담긴 이름이 싫어 죽을 맛이 되기도 하는 것 또한 그래서 어쩔 도리가 없다. 좀 더 성숙해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그래도,
이 곳은 일본인지라 한국의 이미지만을 생각할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일본과 한국의 특성을 모두 고려해서 이름 지을 필요가 있다. 
쿤의 성은 일본인들 대부분이 발음이 안된다...산넘어 산이다.
(한국식 이름을 잘못 지으면 발음이 제대로 안되어 놀림을 받는 경우도 많다. 모음 ㅓ,ㅕ 혹은 받침이 있는 이름 등등)
 

그래서 말인데,
혹시, 본인이 이름때문에 놀림을 당했거나,
놀림을 당하던 이름이 외국에 가니 대접을 받게 되었거나,
한국에서 잘 나가던 이름이 외국가니 바로 된장되는 경우가 있었다면
댓글에 달아주시길..바란다.

이러한 정보가 미래의 우리 아이의 이름을 짓는데도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기에~
무엇보다...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 부탁해본다. 포스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