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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본을 다니다

일본의 살인적인 고속도로비를 이해못하는 이스라엘 친구

이 곳 일본에서도 추석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네요.
추석을 앞두고 누군가가 쓴 고속도로 관련 포스팅을 읽고, 최근, 남편의 지인과의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일명 고속도로 사건)이 생각나 여러분께 소개해볼까 합니다.


남편에게는 친누나 만큼 소중한 누님(이하 언니)이  한 분 계십니다.

일본에서 같이 유학을 할 때부터 알고 지내기 시작하여, 힘들 때나 즐거울 때나 가족처럼 지내던 분이시죠.

남편 말로는 몇 년을 같이 알며 지냈어도, 언니는 남자에 별로 관심이 없었기에 독신주의라고만 생각했었답니다. 그런데, 이런 게 운명일까요?  언니는 어느 날(2000.09.26) 훌쩍 필리핀의 한 섬으로 떠났고, 그 곳에서 영화처럼 한 남자(이스라엘 사람임)를 만나 사랑에 빠지더니, 지금은 이스라엘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연애할 때부터 남편과 그 언니와의 눈물 범벅의 유학 추억들, 언니와 이스라엘 남자와의 로맨스를 들을 때면 어떤 사람인가 꼭 한번 만나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죠. 그러다, 제 작년(2008.11월 초), 언니의 놀러오라는 말 한 마디에 남편은 마음 바뀌기 전에 가야한다며 바~로 비행기 표를 알아보는 등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더니, 급기야 2008. 12. 28에 이스라엘을 방문하게 됩니다. 근, 10흘을 신세를 졌고, 언니는 자동차 운전이며, 가이드를 마다하지 않았죠.
감사한 마음에 뭐라도 해드리고 싶은데,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해야 "우리 집에도 꼭 방문해 주세요. " 라는 초청 메시지 뿐이었답니다.


이스라엘을 방문하던 때 찍은 사진 - 언니의 가족들

남편과 언니는 평소에도 참 자주 통화를 합니다.
언니는, 남편이나 딸 동영상이며 사진, 그리고 그 동안 있었던 근황을 전해오죠.

그러던 어느 날, 이스라엘 가족들을 대동하고 일본을 거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언니의 연락을 받게 됩니다. 언니의 남편과 딸, 시부모님, 여동생 부부, 친구 부부 9명이나 되는 대 가족이 이동할 예정이었죠. 갓난 아이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 남편은 직접 휴가를 내겠다고 했고, 큰 차를 빌려 돌아보는 것을 권유하고는, 여행 일정을 짜기 시작했답니다.

일주일에 몇 번씩 통화를 하며 일정을 조정했고, 그렇게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는 듯 싶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언니와 통화를 하고 나서, 갑자기 혼자 막 웃더라구요.
왜 웃냐고 하니, 어이가 없는데 그러면서도 이해는 되고 뭐 그러다 자꾸 웃음이 난다구요.

편의와 교통비 절감을 위해서 차를 렌트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서로 이야기를 맞춰가는 과정에서 언니의 남편은 "우리쪽 이동 인구가 있으니까 렌트비는 우리가 내야지" 하면서, 차량 관련 금액을 물어왔습니다.

그래서 별 생각없이 렌트비며, 공항 픽업이나 이동하게 될 고속도로비를 계산하여 알려주었답니다.
4박 5일 일정으로 짠 견적의 내용의 일부를 조금 공개해 봅니다.

10인승 웨건 렌탈비 : 4일 기준 8만 4천엔(대략 110만원)
공항 픽업 톨게이트비 : 3,900엔 (대략 5만원) / 왕복 50km 거리
기타 고속도로비, 관광지 주차장비, 주유비 등등.....총액 대략 15만엔(약 210만원.)

이걸 들은 언니의 남편이 눈이 휘동그래지면서 대뜸 이렇게 말을 하더랍니다.


"고속도로비? 도로 달리는 데 왜 돈을 내?? 그것도 왕복 40불을???"

"공항가는 길은 일반도로가 없고, 다리를 건너기 때문에 비용을 내야 해. 또, 일반도로보다 고속도로로 가야 더 빠르기도 하고..."

"아니, 좀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고, 고작 왕복 50km 를 달리는데 돈을 40불이나 받아?? "

"다리만 건너는 건 15불밖에 안된대."

"찾아보니까 공항가는 다리가 2km정도 인 것 같은데..그게 15불이나 한다고??? "



참고로 말하자면, 언니의 남편은 이스라엘에서 사업을 하고 있어 경제적 여유도 있고, 전 세계를 두루두루 다닌 풍부한 여행 경험의 소유자입니다. 일
본에도 세 번 정도를 왔다 가 본 사람이라서 대략 이 쪽의 사정을 알고 있었을 텐데도, 40불의 톨비는 이해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알고보니, 일본에서 손수 운전 경험은 없다고 합니다.)

언니의 남편은 일본 고속도로의 시스템과 그 터무니 없는 가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아니, 너무나 부당하지 못해 이해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량 렌트비도 비싼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도로를 빨리 달린다고 돈을 40불이나 내라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흥분한다는 이야기에 다소 놀랐던 제 남편은 자초지종을 들어보고는 웃음이 났던거구요.

그런데, 2년 전, 이스라엘 전역을 다니고 요르단까지 넘어갔다 왔던 저희의 여정을 곰곰이 돌아보니, 단, 한번도 고속도로비를 냈던 적이 없다는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심지어는 공항 톨케이트비도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기억과 함께 어쩌면 언니의 남편은 고속도로비 라는 개념이 피부로 와 닿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죠.



이스라엘 사막 지역의 도로의 모습

하물며, 고속도로비가 있는 우리나라 사람인
들인들 저 금액을 쉽게 납득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이해못할 것도 없죠. 50km 라고 하면 서울 북한산 지역에서 인천공항까지의 왕복 거리 보다도 짧은 거리죠. 그런 한국의 톨비가 약 2만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일본은 같은 거리라도 두배가 넘는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습니다. 물가 차이로 봐야 하나..

그러던 중 남편 왈...

"고베에서 아와지시마에 가려면 아카시 대교(총 길이 3,911m)를 지나가야 하는데 그 다리 건너는 편도 비용이 평일에 2,300엔(약 34,000원) 이야. 요즘에는 ETC 가 생겨서 조금 할인이 되고, 주말에는 1,000엔(14,000원) 으로 할인이 되서 사람들이 싸다고 생각하는지 주말에 무지 몰린대.. 아와지시마에 있는 유메부타이나 물의 사원을 갈 때 타는 고속버스가 10분 정도 달리는게 전부인데, 편도 600엔~800엔(8,500원~12,000원) 이더라"



일본 사람들 역시 고속도로비가 비싸다는 걸 어느 정도는 인정합니다.
 우리 부부도, 한번 여행 일정 잡았다가도 고속도로비 때문에 포기한 적도 있거든요. 최근에는 주말에만 할인해주는 ETC(한 번 통과 무조건 1,000엔) 시스템을 이용해 밤새 달려 도깨비 여행을 하고 돌아오곤 하는데, 이것도 나이가 드니 좀 힘들군요. ㅋ

한국에서도 약 4년 정도 운전을 했던 저 역시 일본의 살인적인 고속도로비가 100% 이해가 되는 건 아니랍니다. 일본의 톨비가 비싼 건지, 한국의 톨비가 싼 건지도 잘 모르겠구요.
남편은 일본 톨비가 한국보다 비싼 거는 사실이지만, 일본에서 벌어서 쓰는 걸 감안하면 그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 건 아니라구요. 그걸 일일이 원화로 환산을 하니까 한국보다 몇 배로 비싸게 느껴지는 것 뿐이라고 하네요.

아직도 고속도로비가 없는 나라도 수없이 많고, 한국이나 일본처럼 톨비를 비싸게 받는 나라도 드물다는 걸 이 글을 포스팅하면서 깨닫게 되었어요.

세상은 참 넓고도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