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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의 일본 이직기

(08) 드디어 정규직, 그리고 뜻밖의 선물

지난 5년의 블로그 공백기에 있었던 이직에 대해 연재중입니다.

드디어 마지막이네요.


(일본내 이직스토리 08) : 어렵게 얻은 정규직, 그리고 뜻밖의 선물


혹시나 처음 들어오셔서 흐름이 이해가 안 되신다면, 01편 부터 읽으시기 바랍니다.

(01) 세계적 불황에 실업자가 된 쿤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계약직 6개월, 그리고 인사 재평가


2015년 조금은 쌀쌀했던 이른 봄..

지난 6개월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왔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5개월이 조금 지났을 무렵, 인사부장님으로부터 인사면담 연락이 왔더랬죠. 그 인사면담에는 인사부장님과 공장장님이 지난 5개월을 되돌아보고, 정규직으로 남길지, 아니면 떠나 보낼지를 결정하는 자리였습니다. 물론 쿤도 남을지 떠날지를 결정해야하는 자리이기도 했죠. 부장님과 과장님은 딴데 가지말고 꼭 남아야 한다고 했고, 공장장님께도 쿤은 꼭 남겨야 한다며 읍소를 넣었다고 했습니다. (아~ 그땐 좀 긴장이 되더라고요..)


아침 10시.

드디어 재평가 시간.

작업복을 입은 채로 면담에 들어갔는데, 이런,,,,공장장님과 인사부장님이 정장을 입고 계시더군요. 공장장님은 아침에 분명히 작업복을 입은 모습을 봤는데, 언제 갈아입으셨는지.... 그래도, 어찌합니까? 그냥 모른척 했죠. 


장 : 자, 지금부터 쿤의 인사평가를 시작하겠습니다. 

           (쿤을 가르키며) 그래, 기분이 어떤가~

쿤 : 그냥, 덤덤합니다. 웬만하면 긴장을 안하는데, 조금 긴장이 됩니다.

장 : 쿤이 긴장을 한다고? ㅎㅎ 너무 긴장하지 말게

쿤 : 제가 표현을 안해서 그렇지 긴장 많이 합니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인사 재평가는 시작됐습니다.

공장장님은 쿤의 지난 6개월을 잘 알고 계셨기에, 평가라기 보다는 분위기를 띄워주시려는 게 보였습니다. 업무적으로 공헌한 내용, 문제점을 찾아서 개선하려 했던 내용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해 주셨거든요. 그리고, 업무 외적의 것으로 저 개인적으로는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공장 전체의 환경미화, 직원의 안전의식 향상, 모자착용과 복장의 통일화, 회의 시간 단축과 활력부여 등등을 알고 계시더군요. 인사부장님은 아~무런 말씀이 없이 들으시기만, 하셨습니다. 


장 : 인사부장님, 저는 이 친구를 가까이에서 보아와서 이 친구에 대해 잘 압니다.

           업무능력도 우수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을 하나로 묶는 능력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사람은 회사에 남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저의 최종의견입니다.

인사부장 : 예 알겠습니다. 저도 한가지만 묻겠습니다.

            쿤님은 이 회사의 정사원이 된다면, "이것 만큼은 내 손으로 꼭 하고 싶다"라는 그런 뭔가가 있나요? 기술적인 것도 상관없고, 포부, 허황된 꿈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쿤 : 글쎄요,, 지난 6개월을 보고 듣고 접하면서 느낀 게 하나 있습니다. 그 건......(2~3초 정도 뜸 좀 들이다가)...... 동일 업종에서의 [당연하다(当たり前 : 아타리마에)]의 의미를 새롭게 하고 싶습니다.

인사부장 : 예?? 당연하다를 새롭게 한다고요?

쿤 : 네.. 지금의 [당연하다]는 기술과 제품이 평등화 되었다는 의미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  

      다른 회사가 만드는 제품? 우리 회사도 만든다!!  →  당연하지....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기술? 우리 회사에도 있다!!  →  당연하지....


      하지만, 사내 관계 부서를 하나로 묶는다면, 당연하다의 의미는 바뀌리라 봅니다.

      다른 회사가 만드는 제품? 우리 회사는 만든다!!  →  당연하지....

      다른 회사에는 없는 기술? 우리 회사에는 있다!!  →  당연하지....

      "즉, 다른 회사는 못하는 거 우리 회사니까 할 수 있다."라는 인식을, 경쟁사를 포함해서 고객들에게 까지 확!!실!!히!! 심어주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발부와 현장이 서로를 신뢰하고 이해해야 하는데, 저는 그들을 이어주는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이후에도 이런 저런 설명을 했고, 그것을 마지막으로 면담은 끝났습니다. 인사부장님은 정사원 고용 임명을 준비하겠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길고 길던 이직활동이 끝나게 됐습니다.


뜻밖의 선물


그 날 오후.

인사 과장님이 쿤의 사원 등급이 나왔다며 손수 가지고 오셨습니다.

그 등급이란,,, 정사원 최고등급 이자 간부사원(과장) 진급 대상자라 하시더군요.(이건 무슨 말?? 정사원 되자 마자 간부사원?). 설명을 들어보니, 군대, 일본어 학교, 대학원 자퇴 1년, 전혀 분야가 달랐던 반도체 10년 등을 전~~부 경력으로 인정해 주셨고, 최고등급=팀장급 직위라 하더군요. 일본 친구들에 비해 7~8년 늦게 출발한 사회생활이었는데, 그 늦은 출발이 전부 매워진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급여도 기대 이상이어서 놀랐습니다.


인사부장님의 부탁


다음날 아침에 인사실에서 임명장 수여식이 있었습니다. 1-2분 정도의 간단한 행사였지만, 행사가 끝나고 인사부장님과 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인사부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인사부장 : 6개월전... 쿤님과의 인연.. 지금도 생생하네요.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았던, 그 때 말이에요..^^

              이번 인사는 오랜만에 내 자신이 만족할 만한 인사였어요. 

              저는 이번 인사로 인해 참 많은 것을 생각했어요.

              너무 많아서 반성도 했답니다.ㅎㅎ


              공장장님과 협의를 했고, 부장, 과장을 통해서 지시가 내려 갈겁니다.

              정식 직책은 아니지만, 부원없는 나홀로 팀장으로

              이 회사에서 쿤님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 것 해보세요.


저 이야기가 딱 3년 전이야기 입니다. ㅎㅎ 

지금 쿤은 부원없는 나 홀로 팀장이지만, 여러 부서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10개 정도 진행하며, 부품실장, 자동화, 불량분석, 신공정개발, 등 오만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너~무 적성에 잘 맞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진급 연수도 올해가 2년차 입니다. 


계약직이 된 비하인드 스토리


2014년 가을.. 정사원에서 계약직으로 변경된 경위를 인사부장님으로부터 들었습니다.

우리 과 과장님은 무존건 뽑는다,,, 인사부는 군대 다녀온 외국인이라 안 된다.. 이렇게 서로가 평행선을 달릴 때, 임원들이 회의를 했는데, 결론이 안 나더랍니다. 그 때, 공장장님이 6개월 계약직 후에 정사원을 제안하셨고, 저는 그 제안에 확실한 재평가와 그에 대한 대우를 부탁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인사부장님은 앞으로 외국인 고용에 차별을 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하셨고, 한국 청년들은 좀 특별한 거 같다며, 기왕이면~~ 한국 청년들을 고용할 것 같다고도 하셨습니다.

하지만, 정말 웃긴 것 하나...

회사에서 생산되는 모~든 신제품은 쿤의 손을 거쳐서 나간다는 거...(무슨 말인지 아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