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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인이 이해 못하는 한국인의 젓가락 문화 한 가지

며칠 전에 한일 커플인 시동생 집에 놀러갔습니다.
한국에서 시어머니가 오셨었거든요. 쿤은 아침 일찍 갔지만, 다다다는 한국어 강의가 있어서 점심이 지나서 갔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허기진 배를 달래려 점심을 먹고 갔겠지만, 다다다를 위해서 어머니께서 맛있는 것을 준비해 놨다는 쿤의 말에 강의를 끝내고 날아갔답니다.^^.
출출했던 다다다는 식탁에 앉자마자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제가 안 쓰러웠는지 우리 쿤은 제 옆 자리에에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집기 어려운 반찬을 집어서 제 숟가락에 얹어 주기도 하고, 이것 저것 먹어 보라고 챙겨주더군요. 연애할 때부터 시어머니께서는 입버릇처럼 " 어디 나갈 때는 색시 손 꼭 붙잡고 다니고, 밥 먹을 때는 색시 밥 숟가락에 반찬도 얹어주고 하는 거야" 라고 자주 말씀을 하시곤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우리 쿤이 이런 걸 참 잘한답니다. 그렇게 쿤의 자상함을 즐기며 식사를 하는데 동서가 가끔 우리를 힐끗힐끗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조금 신경은 쓰였지만 그냥 무심코 넘겼더랬죠.
점심을 배불리 먹고 온 식구가 낮잠을 즐겼는데, 눈을 뜨니 또 저녁 먹을 시간이 되더군요.

동서는 일본 나베 요리(샤브샤브)를 준비했습니다. 특별히 준비했다는 고급 소고기를 보니, 군침까지 돌더군요. 그런데 소고기가 너무 길었답니다. 게다가, 얇은 고기가 몇 겹씩 겹쳐 있기도 했었죠. 쿤과 저는 찰떡 궁합을 과시라도 하듯이 2인 1조가 되어 젓가락으로 고기를 가르고, 떼었답니다.

쿤       :  (젓가락으로 고기를 들고...) 다다다야.. 이 고기 좀 떼어 봐...
다다다 :  고기가 얇으니까 잘 들러붙네.. "

그런데, 동서가 또 우리의 그런 모습을 힐끔힐끔 보는 것 같았답니다. 점심 때의 일이 생각나서, 조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는데,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고, 시동생이 먼저 말을 합니다.

시동생 : 형수님.. 일본에서는 음식을 젓가락으로 가르고 찢고 하면 안된대요.

다다다 : 어머, 왜요??

동서가 보충 설명을 합니다.

" 일본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화장(火葬)을 하는데요. 화장이 끝나면, 친척이나 인척 그리고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고인의 유골을 하나하나 젓가락(?)으로 담는 풍습이 있어요. 반찬 하나를 놓고, 두 사람이 서로의 젓가락으로 잡아주고 가르고 찢는 모습이 잿더미 속에서 뼈를 찾는 모습이라 해서 일본 사람들은 하지 않는답니다. "

일본의 유골 담는 모습
http://www.sougigo-navi.com/wp/wp-content/uploads/0b611b273bd4b7788f97e6e0654bb923-300x297.jpg

 

다다다 : 어머어머어머...무서워라..

동서는 우리 부부의 닭살 행각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젓가락으로 음식을 가르고 찢는 모습이 신경 쓰였던 것이었답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생선을 먹을 때, 먹기 좋게 하기 위해서 젓가락으로 살을 찢는 경우가 있지요? 부침개를 먹을 때도 가족끼리라면 젓가락으로 가르며 서로를 챙기며 먹곤 하는데, 이런 모든 것들이 일본에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네요.(흐미) 일본인이 자주 먹는 생선도 부침개랑 닮아 있는 오코노미야키를 먹을 때도 일본인은 젓가락으로 절대로 가르지 않는답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한국인들은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에 맛난 반찬을 젓가락으로 집어 상대방 밥그릇까지 가져다 주기도 하고 밥숟가락에 얹어주기도 하는데요. 이런 행동 또한 일본에서는 해서는 안될 행동이기에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수가 있답니다. (가족끼리도 잘 안 함) 밥과 국 이외에 찌개나 반찬을 같이 나눠먹는 우리 나라 식습관과는 달리 일본은 밥부터 반찬까지 다 개인용 그릇에 담아 먹는게 일반적이기 때문이지요. 간혹 한 곳에 음식이 담겨 나오더라도 더는 집게를 이용해 작은 접시에 본인 것만 덜어 먹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먹었던 젓가락으로 음식을 더는 것은 한국인도 가족 이외에는 좀 신경쓰이는 것처럼 상대방이 일본인이라면 조심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여튼, 동서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조금은 꺼림직함이 생겨서 앞으로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적어도 일본인 앞에서는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지요.

우리와 늘 한국식으로 모든 걸 같이 해도 아무런 거부반응이 없던 동서이기에 평소에 의식하지 못했는데, 불현듯 '아, 우리 동서 일본인이었지??' 라는 생각이 새삼 들던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다다다의 복잡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쿤이 한 마디 합니다.

" (젓가락으로 고기를 들고...) 다다다야.. 고기 붙었다. 떼어 봐... "

동서의 이야기로 잠시 분위기가 썰렁해졌었는데, 쿤의 천연덕스런 한마디에 동서를 포함한 우리는 모두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저 또한 동서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무섭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그게 이유가 되어 우리 쿤이 제가 낑낑대며 먹는 요리를 잘라주지도 않고 젓가락으로 집어주지도 않는다면 다다다는 몹시 우울해질 것 같습니다.

" 쿤~! 동서는 신경쓰지마. 앞으로도 쭉~~ 젓가락으로 알콩달콩 나눠 먹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