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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인이 한국인과 운동 이야기 하다가 놀라는 점

한국에서 10년 전에 1년 반 동안 어학 연수를 받은 일본 친구 Y 씨가 있다.
Y 씨는 일본으로 돌아온 뒤로도 한국어 공부를 계속했고, 지금은 한국어로 수다를 떨 수 있을 정도로 한국어가 유창하다. 육아와 직장 생활로 바쁜 와중에서도 한국어 통역과 번역 봉사를 하는 그녀는, 한국어로 말할 기회가 없어 아쉽다며 나와 한국어 수다를 떨고 싶다는 카톡을 보내오곤 한다. 두 세달에 한번쯤은 꼭 만나는 것 같다.

지난 12월에 그녀를 만났을 때였다. 그 날의 화두는 운동과 다이어트였다. 일본 오기 전에 내가 들은 말이 하나 있어서 시작된 이야기였다. 한국인,, 특히 여자가  일본에서 살게 되면, 반드시 살이 찐다는 말이었다. 성장이 멈춘 뒤로 10년 이상 체중 변화가 거의 없던 나는 그 말에 별로 신경을 안 썼었다. 그런데, 일본 온 지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매년 1키로씩 찌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소스라쳐 놀라곤 한다. 지금은 겨우 3년이지만, 그것이 10년이 되고 20년이 되면??  그것도 원하지 않는 부위의 군살이 시나브로 느는 것을 보니, 운동의 절실함을 느꼈고 그녀에게 하소연을 했었다. 운동 이야기가 시작되자, 그녀는 한국 유학 시절에 한국인에게 느낀 놀란 점이 있다며 말을 꺼냈다.

 
자전거 못 타는 한국인이 많다는 점에 놀랐다.

그랬다. 한국인이 자전거를 많이 안 타는 점에도 놀랐지만, 못 타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점에 놀랐다고 한다. 인도나 도로 정비 상태, 교통비, 교통 체계 등의 사정이 일본과 다르고, 한국은 자전거를 안 타는 문화인가 보다 하고 넘겼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아기 때는 마마챠링(엄마들 자전거)에 태워지고, 학생 때는 자전거 통학을 하고, 어른이 되어 자차를 갖게 되어도 자전거 통근을 하는 등 평생을 자전거와 함께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국인들은 자전거를 줄곧 이용하는 사람조차 찾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마마챠링의 진수(?) 
                         (앞,뒤에 한 명씩 앉히고, 등에 한명 업고.. 한 대의 자전거에 4명이 타고 간다..)

그런데 일본도 다 일본 나름이다. 일본의 자전거 이용 현황을 알고 있었던 나는, 일본 오면 다 자전거를 타게 되는 줄로만 알았고, 오기 전부터 일본만 들어가면 자전거로 생활하면서 운동을 해야겠다는 야심찬 계획까지 있었다. (일본인들에게 자전거는 생활, 나에게는 운동 ㅋㅋ) 그런데 웬걸, 3년이 다 되어가도록 나는 자전거를 타 본적이 한번도 없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동네에는 자전거 타는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이유는 오르막 / 내리막 길 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 동네 사는 일본인들 중에는 자전거를 못타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마침 인근에 학생이 한 명 살고 있기에 겸사겸사 물어봤더니 그녀 왈,

" 샘, 저는 자전거를 못 타는 건 아닌데요. 오르막/내리막 길에서만 타요. 평지에서는 아예 못타요."
 
라는 게 아닌가????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짜란다. 으허허..거참..보고 싶네.


수영 못하는 한국인이 많다는 점에 놀랐다.

Y 씨와의 이야기는 이내 수영으로까지 이어졌다. 일본인들은 대부분 수영을 하는데, 한국인들은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내 주변에 수영 못하는 사람이 널렸다는 것을 알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쿤, 우리 친오빠, 내 친구 누구, 누구, 누구..... Y 씨와의 대화 이후 일본인들을 만날 때마다 수영 못하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보았는데, '잘 못한다' 내지는 '별로 즐기지 않는다'는 사람은 있어도 '못한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일본에서는 학교 수업의 일환으로 수영을 장려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보육원이나 유치원을 보내도 여름이 되면 풀장 수업이 이루어지고, 초등학교 때부터는 체육 수업의 일환으로 시험까지 본다고 한다. 그래서 학교는 기본적으로 수영장을 필수로 갖추고 있고, 작은 보육원 같은 경우에는 인근 학교 수영장을 빌려 이용한다. 그러니, 아무리 운동 신경이 둔해도 언젠가는 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 친구에게 " 한국은 학교에 수영장을 갖춘 경우가 드물다" 고 하니, 매우 놀란다.


학창 시절에 운동했다고 하면 체대가려고 했냐고 묻는 한국인들이 많아 놀랐다.

학교 다닐 때부터 꾸준히 배구를 해 온 그녀는, 학생 시절에 배구했다고 말하면 한국인들이 "체대 준비하셨나 봐요" 라고 되물어 깜놀했다고 한다.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체육 수업이 거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의 경우 기본 체육 수업을 다 하고 있다. 또, 부활동을 통한 운동도 활발해서 지구별 대회나 전국 대회를 위해 땀을 흘리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체대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오사카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 목숨 걸 듯 운동하는 학생에게 "왜 운동을 하냐?" 고 하니 "근성과 성취감" 이라고 대답했다. 힘들지만 대회에서 이겼을 때의 성취감을 맛보면 헤어나올 수가 없단다. 그러면서, 한국 자매 학교랑 피구를 한 적이 있는데, 한국의 완패였다며 묻는다. "한국 애들은 왜 그렇게 운동을 못해요? " (훔냐...그거야 공부만 하니까..) 아무튼 그렇다고 그네들이 체대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다들 각자 꿈꾸는 미래가 있다.
어릴 적부터 취미나 특기로 운동을 많이 하는 일본인들의 생활은 직장 생활 속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회사원 M 씨는 일주일에 한번 회사 동료들과 배구를 하고 있고, 스포츠 쪽 회사에 다니는 또 다른 M 씨는 회사에서 핸드볼 선수로 있다고 했다. 게다가, 엄마 배구단도 있어서 비정기적으로 시합도 하곤 한단다.
한번은 어릴 때부터 테니스를 쳤다는 A 씨가 한국 직장 운동 문화가 어떻냐고 물어왔다. 그러면서, 자기는 뒤늦게 테니스 시작한 사람과 시합을 하면, 현저한 실력차를 느끼곤 한다나.. 이런 이야기는 한국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일본인이 한국인보다 운동을 더 즐기고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진 듯도 보이지만,(사실 없지 않아 그런 부분이 있기도 하고) 지금 일본인들은 한국인 몸짱에 흥분하고 열광한다는 사실, 그리고 올림픽, 아시안 게임 등, 각종 스포츠 대회에서 한국은 늘 일본 상위로 랭킹되는 사실....을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이 생활 체육이라면 한국은 엘리트 체육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것만이라고 말하기에는 뭔가가 더 있는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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