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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에서 '아주머니'라 불린 내 남편

쿤과 다다다에게 예쁜 조카가 생겼다.
조카는 한남일녀(韓男日女) 커플인 쿤의 동생(서방님)의 딸로 지난 3월 10일에 태어났다.

지난 6월 11일 늦은 오후..

한국어 강의를 마치고, 쿤과 함께 서방님 집에 갔다. 6월 17일이 100일인데, 그 날은 평일이라서 축하를 못 해주니까 1박 2일의 일정으로 미리 다녀오자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 라면, 갖가지의 밑반찬, 과일, 삼겹살, 기저귀, 아기 옷 등 한 살림을 챙겨 갔다.


                                                        갓 태어났을 때의 모습

서방님 집에 도착했을 때, 쿤과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뭐니뭐니해도 조카에게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아기를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그 때 나는 나의 귀를 의심케 하는 일본인 동서의 말을 들었다.

"아주모니!! 삼굡쌀, おいしそうですね(맛있어 보여요)。"
"(아주모니?? 지금 나한테 아주머니라고 한 거야? 형님인 나한테??) 아,,네~ 일부러 두껍게 썰어달라고 했어요.."

아주머니라는 말에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상냥하게 말하는 일본인 동서에게 어찌 발끈을 하리.. 참자..

저녁을 먹기 위해 준비를 했다.
밥을 하고, 파절이를 만들고, 김치와 마늘을 썰고, 기름장을 만드는 동안 쿤과 서방님은 고기 구울 준비를 했다. 네 명이 같이 준비를 하다보니, 한국어 일본어가 막 섞이는 장면이 연출됐다.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아주머니라는 말을 하는 일본인 동서에게 묘~한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빨간색 글씨는 한국어, 검은색 글씨는 일본어로 말하는 상황입니다..)

"아주모니!! 과일은 금방 먹을 거니까, 냉동실에 넣는게 좋겠죠?"
"아주모니!! 고기 냄새 나니까, 창문 좀 열게요.."

신경이 쓰였지만, 뭔가 내가 잘못 들었겠지라는 생각으로,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답해 주었다..


그런데,,,,


고기를 굽고 있는 쿤에게 일본인 동서가 집게를 건네주며, 말을 걸었다.

"아주모니!! 불판이 뜨거우니까 이 집게로 구우시면, 굽기 편하실 거예요.."
"(쿤이 눈을 동그래 뜨고, 자기를 가르키며..) 아주머니? 저요??"
"네~ 이걸로 구우세요.."

그렇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되새겨보니, 일본인 동서가 했던 아주머니라는 말은 다다다인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쿤을 부르는 호칭이었던 것이었다. 쿤이 동서에게 물었다.

"왜 저를 아주머니라고 부르세요..??"
"한국에서는 남편의 형을 부를 때, 아주머니라고 부른다고 하던데요.. 아닌가요??"

우리 네 명에게는 잠시 정적이 흘렀고, 상황파악이 안 되는 순진한 일본인 동서를 보다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숨이 넘어갈 정도로 웃어버렸다..

그렇다..
일본인 동서가 내 남편 쿤을 아주머니라고 부른 이유는 아주버니라는 발음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쿤은 졸지에 아줌마가 된 것이다... ㅎㅎㅎㅎ


어눌한 발음 때문에 아주머니라는 말은 들었지만, 한국도 아닌 일본에 살면서 그 노력이 어디인가? 한국 문화를 배우고 따르려는 그 마음은 높이 사고 싶었다.



지금도 아주머니고 하냐고요?
아니요.. 발음 교정을 해주었더니, 지금은 확실한 발음으로 아주버니라고 부른답니다.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