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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의 일본 유학기

일본유학을 하면서 장학금을 많이 받게 해준 추천서

오랜만에 일본유학기를 올립니다.
오늘 이야기는 지금까지 올린 일본유학기 중에서 일본유학생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바로 일본유학생의 장학금에 관한 이야기거든요.
오늘부터 약 3회에 걸쳐서 일본유학 때, 장학금을 받는 노하우를 적어보려 합니다. 이 노하우를 안다고 해서 100% 장학금을 받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받을 수 있는 확률은 올라갈 것입니다. 일본에서 공부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해외로 떠나는 유학생, 그 중에서 일본

해마다 수 만명의 사람들이 한국을 떠나서 해외로 유학을 갑니다.
부모님의 권유로 조기유학을 가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교환유학으로 해외로 나가는 사람도 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유학자금을 모아서 나홀로 유학을 떠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유학의 목표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그들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바로 "경비"...!!!  즉 "돈" 일 것입니다. 갑작스런 환경변화도 걱정이겠지만, 학비와 생활비에 대한 부담은 많은 유학생들의 발목을 잡곤합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도 많겠지만, 일본의 대학들은 유학생에게 비교적 관대한 장학제도를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영어권의 일부 나라는 유학생들에게 더 많은 학비를 받기도 하지만, 일본은 대학이나 대학원에 다니는 유학생들에게 30~50% 수업료 감면 해택을 주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기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일부 국공립 대학들은 전액 면제를 시켜주는 곳도 있습니다. 학비감면은 지금과 같은 고환율 시대에 커다란 혜택이라는 생각도 듭니다.(2011년 09월 15일 기준. 100엔=1449원). 물론 100%의 모든 학생들이 감면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유학비자를 소지하고 있으면서 학교에 꾸준히 다녀야 하고, 매년 졸업을 위한 최소학점 이상을 취득한 학생들이 대상입니다. 결국 어지간하면 학비 감면은 다 받는다는 말이 됩니다.

제가 일본에서 대학을 다닐 때의 환율도 지금과 비슷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한국에서 돈을 송금받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답니다. 물론 그럴 돈도 없었고 여건도 안 되었답니다. 저도 혼자 힘으로 유학을 해야했던 나홀로 유학생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는 일본에서 대학을 다녔지만, 금전적인 문제는 없었습니다. 사립대 공대생으로 1년에 150만엔,,, 4년간 600만엔(8,500만원)의 학비가 부담이 되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유는 장학금을 많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4년간 대학을 다니면서 수업료 면제와 학교에서 주는 별도의 장학금, 그리고 개인적으로 알아본 별도의 유학생 지원금(일종의 장학금)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성적이 좋았냐고요..??
그렇게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쁘지도 않았습니다.. 5.0 만점에 4.0 전후였거든요..
그런데, 일본 유학생 장학금은 100%가 성적이 우수하다고 받는 것이 아닙니다. 장학금 신청서, 경제적 여건, 학업성취도, 교수님 추천서 등 여러가지를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장학생을 선별합니다.

학교마다 성적을 매기는 기준이 다르고, 개인적인 학업성취도와 경제적 여건도 다릅니다. 그런데, 교수님이 작성하는 추천서는 대부분 내용이 비슷하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장학금 추천서가 가지는 힘

대학교 1학년 말에 학교로부터 모기업의 유학생 장학금 추천을 받았습니다. 금액은 월 10만엔(140만원)씩 1년간 받는 장학금이었습니다. 성적은 4.0점이 조금 넘었는데, 교양과목이 많은 1학년 1학기 성적 치고는 좋은 점수가 아니었습니다. 이수 과목도 불과 10과목도 안 되는 상황에서 장학금을 받을 자신은 없었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서류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준비서류중에 교수님 추천장이 있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에게 지도교수가 있을 리가 없는데 누구에게 추천서를 받아야 할지 막막하더군요..
생각 끝에 전공 일반학을 가르치는 ㅇㅇ교수님을 찾아갔습니다. 역시 제가 누군지도 모르시더군요...
상황을 이야기 했더니, 교수님께서 뜻밖의 제안을 하셨습니다.

쿤짱이라고 했지? 내가 말야, 쿤짱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추천서를 써 줄 수 있다네.. 그 추천서에는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금전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내용을 적곤하지.. 그런데 말야.. 쿤짱이 직접 자신의 추천서를 써 가지고 와서 내가 도장만 찍는다면,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상황이 되거든.. 학생은 보다 강하게 자기 어필이 가능하고, 나는 도장만 찍으면 되니까 시간 절약이 되는 거지.. 자네는 어떻게 하겠나..??

교수님이 말씀하신 추천서가 일반적인 내용이라는 말에, 저는 제가 직접 추천서를 써 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쓰려니까 막막하더군요.. 제가 저 자신의 추천서를 쓰지만, 결국 그 내용은 교수님이 말씀하신 학교 공부와 경제적 어려움 이외에는 특별히 쓸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당시는 일본어를 배운지 3년 정도 되었던 시기였기에 유창하고 자연스런 일본어 작문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나름 열심히 추천서를 써 가지고 교수님을 찾아갔습니다. 교수님은 추천서를 읽어 보시더니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이거 쿤짱이 직접 쓴 추천서인가..??
네...
내가 조금 수정을 하고 싶은데, 워드파일이 있으면 메일로 보내주겠나..??

당시 3.5인치 플로피 디스크를 가지고 다녔기 때문에 파일을 복사해 드렸습니다. 교수님은 그 자리에서 잠시 수정을 하시더니, 프린트를 해서 도장을 찍어주셨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수 많은 추천서를 써 주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써 오라고도 하지만, 쿤짱의 추천서는 도장을 찍는데 상당한 부담감이 느껴진단 말야...ㅎㅎ
부담요..??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남들과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뭔가가 있다는 말일세..
그게 뭔데요...
본인이 더 잘 알텐데..

그 말을 듣고, 내가 쓴 추천서를 다시 읽어보았지만, 특별한 뭔가가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장학금 발표가 났고, 저는 보기 좋게 장학생으로 뽑혀서 그 장학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학생 교류회가 있어서 참석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장학금 심사서류를 읽었다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쿤짱이라고 했죠..? ㅇㅇ교수님의 쿤짱을 특별하게 생각하시나봐요..?
네..?? ㅇㅇ교수님을 아세요..?
만난 적은 없는데 추천서에 제자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하시던데..

그제야 알았습니다. 제가 쓴 자기 추천서에 어떤 특별함이 있는지를 말이죠...


차별화된 추천서가 심사위원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제가 쓴 추천서가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두 줄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1. 이 학생이 경제적인 이유로 학업을 그만두게 된다면, 그것은 국가적/사회적 손실이라 생각됩니다.
2. 이러한 학생이 나의 제자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후에도 장학금 추천서가 필요할 때면, 일단은 제 추천서를 제가 직접 써서 교수님을 찾아갔습니다. 이유는 나를 모르는 바쁜 교수님께 추천서를 부탁하는 것보다, 내가 직접쓰는 것이 어필하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또, 교수님들도 도장만 찍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다다다가 장학금 추천서가 필요하다고 해서 교수님께 부탁했더니, 바쁘니까 직접 써 가지고 오라고 했다합니다. 그래서 제가 써 준 적이 있는데, 교직원이 추천서를 보더니, 교수님께서 정말 아끼는 제자(?)인 것 같다며 결과가 잘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더군요.... 결과는...??  ^^;;

일본사람들은 한국 사람과 비교해서 추천과 소개에 상대적으로 인색한 편입니다. 이유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일본문화에서 국가적 사회적 손실이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표현은 그 학생을 보증하는 문장과 같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천장은 장학금 심사에 들어가는 종이 한장이지만, 그 추천장 하나로 사람의 마음은 바뀔 수 있습니다. 일일이 교수님이 써 주시는 경우도 있지만, 바쁜 교수님들은 써서 가지고 오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너무 잘 쓰려고 하지 마시고, 학업에 대한 열정과 경제적 어려움을 A4 용지 15~20줄 정도로 토로하시고, 본인들만의 독특한 표현으로 끝을 맺는다면,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유학생 여러분들.. 화이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