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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언어 장벽으로 서러운 해외 생활, 남편의 반응에 빵 터지다.

일본 생활 2년 5개월 차인 초보 주부 다다다. 

일본에 들어오기 전에 한국에서 어느 정도 일본어 공부를 해 왔기에 남들보다는 쉽게 적응 했지만, 현실 속에서 느끼는 언어의 장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정식으로 일본어를 배운 적 없이 일본 드라마를 보거나 일본어능력시험 책을 뒤적이던 게 내 일본어 학습의 전부였던지라, 틀린 표현이나 비현실적인 표현은 생활 곳곳에서 튀어나왔고, 그런 나의 일본어는 주변인들을 당황케 하곤 했다. 이런 위태위태한 나를 지켜보던 쿤은 "다다다말야~~ 일본어 교정 좀 해야겠어...(당시 쿤은 이미 종영된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에 빠져 있었다)" 라고 했고, '발. 일. 본. 어.'라며 강마에 식으로 놀리기도 했다. (T.T) 그런 와중에서도 나는 꿋꿋하게 취직을 하기도 했고, 대학원에 입학을 하기도 했다. 

일본에 처음 정착하던 때만 해도 열정이 넘쳐 흘렀던 다다다는,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밖에 없는 일본어의 높은 장벽을 뛰어 넘고 싶었고, 언어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보다 더 일본어를 잘해야 한다'는 욕심도 있었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일본어와 일본생활에 익숙해지고, 학업을 진행하는데도 무리가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부터 다다다는 나태해졌다. 

그런 다다다에게 엄청난 언어의 만리장성이 찾아오는 사건이 생겼으니...

대학원 2년 차인 나는, 일을 겸하고 있어서 필수 과목을 다 이수하지 못하고 한 과목을 남겨놓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들으려고 했던 과목은 시간이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타연구실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봤지만, 들을만한 과목이 없었다. 논문에 대한 부담이 있어서, 과제가 많은 수업은 피하고 싶은 바람도 있었다.

그때 구세주 T 군이 나타났다. T 군은 본인의 지도 교수님 수업을 추천하며, 레포트도 없고 참가만으로 학점을 주실거라는 달콤한 말을 곁들였다. 귀가 팔랑거리던 나는 '바로 이거야' 라는 생각으로 덜컥 수강 신청을 했다. 외국인이 없는 연구실이어서 그런지 교수님은 두 팔 벌려 나를 환영해주셨다. 일본 고전 문학을 배우는 수업이라서 어려울 테지만, 한 번 두 번 듣다 보면 적응이 될 것이고, 전문 지식을 쌓는다기보다는 일본에 이런 문학이 있다는 것만 알아도 그 성과는 충분하지 않겠냐며 격려(이 쯤에서 눈치를 챘어야 했다. 바부팅 다다다..)도 해주셨다. 

첫수업을 듣던 날...
나는 수업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헐랭한 수업 찾았다며 쾌재를 부를 땐 언제고, 저 수업을 듣고 오는 날이면, 오히려 파김치가 되었다.

그런 다다다를 보고 의아해하던 쿤이 물었다.



다다다... 국문과 수업은 들을만 해??
그게~~ 사실 교수님도 그렇고, 다른 학생들도 무슨 말 하는 지 도~통 모르겠단 말야~~
뭘 배우길래 모른다는 말을 해??
그니까, 그게 나도 잘 몰라서 설명하기도 어려운데...우리나라로 치면 신라의 향가라고 할까??
신라 향가? 일본에도 그런게 있구나...??
어렵기만 하면 좋겠는데, ..더 큰 문제는...
뭔데?
수업을 할 때면, 지금 어디를 읽고 있고, 어느 페이지를 하는 지조차 모르겠다는 거야. T.T
내 일본어가 그렇지 뭐. 흑흑
다~ 가꼬(가지고) 와 봐~~ 내가 봐 줄게...


                                                                      이것이 바로 수업 자료 중 일부.
                                                                     아무리 봐도 지렁이로 보인다. 흑..

나는 수업시간에 나누어 준 프린트를 내밀었다... 프린트를 받아본 쿤이 비명을 질렀다.

"옴마야~~ 이게 뭐야..?"

그렇다... 다~ 가르쳐 주겠다던 쿤은 영어문장에서 알고 있는 알파벳을 찾듯이, 아는 히라가나를 뒤지기 시작했다..ㅋㅋ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거 말야,,, 요즘은 안 쓰는 말이니까, 더 알려고 하지 마. 다쳐! 그냥 학교만 열심히 나가.."
"뭐? 아하하하.. 어어엉. 그래 그래. "

생각해보니, 예전에 내가 고전 문학 전공 서적을 보고 있으면, 다른 전공을 하는 친구들이 '무슨 외국어 같다' 고 했었다. 혹시나 하고, 일본인 친구에게도 수업 자료를 보여주니, 예상했던 반응이 돌아왔다.

이거 도대체 뭐라고 써 있는 거야?? 다다다 너 학교에서 이런거 배워..?? 다다다한테 한국어를 배울게 아니라 일본어도 배워야겠다...ㅎㅎㅎ

드디어 이 수업이 종강을 앞두고 있다. 야호! 야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