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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한국과 다른 일본의 성적평가로 남편에게 놀림당한 사연

나는 현재 일본의 한 대학원에서 박사전기과정 1기(석사 1학년)에 재학중이다.


2학기에 접어들어 그동안의 학교 생활을 돌아보니, 한국과 다른 점이 많아 실수와 오해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우선, 일본의 학교는 학기가 4월에 시작한다는 점 그리고 2학기가 끝나고 1월에도 학기가 있다는 점이 매우 어색하다. (작년에 일본의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할 때는 1년 3학기에 적응이 안 되어서 다이어리에 세운 나의 1년 계획이 엉망이 되곤했다.)  또, 1학기를 전기 2학기를 후기라고 하는 것을 모르고, 후기는 야간제라고 오해를 해 시간표를 잘못 짤 번 한 적도 있다. 말하기 시작하면 아마 끝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무사히 1학기를 마치고 블로그의 세계로 들어와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던 날이었다.
2학기 장학금 신청 때문에 이런 저런 조사를 하다가 1학기 성적을 확인하지 못한 것을 깨달았다. 일본은 인터넷으로 성적 확인이 안 되는 학교가 많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가서 성적표를 받아야한다고 한다(일본은 수강신청도 종이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가 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학기 개강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1학기 내내 어리버리하게 학교 생활을 했지만 왕복 4시간의 통학을 하면서도 지각 한번 하지 않았고, 제미수업(프리젠테이션)이나 보고서도 열심히 했기에 성적에 대해서는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장학금과 연관이 되다보니 빨리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게다가 대학원 입학 때, 쿤이 한 말이 마음 속을 맴돌았기 때문에, 성적을 기다리는 내내 약간의 초조함도 있었다. 

다다다, 너는 장학금 받는데 최악의 조건은 다 가지고 있어. 작년에 수입 있었지. 남편 있지. 나이 많지. 
그래도 희망은 있어. 단, 성적은 올 A+(수) 를 받아야 해. 학부도 아니고 대학원이니까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드디어 개강, 학교로 가자 마자 학생과 사무실에 들러 성적표가 담긴 봉투부터 받아 열어 보았다.

그런데,
그런데,,

나는 도저히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과목명 1  優 우 
 과목명 2  優   우
 과목명 3  優   우
 과목명 4  優   우
 과목명 5  優   우
 과목명 6  優   우
                                                                 
                                                                                  당시 성적표를 재현해 봄


올 수가 아닌 올 우였던 것이었다. 엉엉엉..

뭔가 잘못되었을거라고 확신을 하면서도, 만일 사실이라면? 이라는 생각에 겁이 났다. 한때는 학생들의 성적을 가지고 호통을 치던 내가 이제는 30대라는 나이에 학생의 신분이 되어 성적표를 들고 우울해 하는 모습도 참 처량했다. 나는 중고등학교때 성적은 그저 그랬지만 대학 때 성적만큼은 좋았기에 그 충격은 더 컸다.

집에 도착한 나는 쿤을 살짝 떠보며 묻기 시작했다.

움...일본에서 성적에 優(우) 가 나오면 안되는 거지?

뭐? 우?  대학원에서 '우'가 하나라도 있으면, 학교 때려치워야지!!
혹시 너 성적표에 '우' 있는거야?

아니...뭐..그게...그건 아니고...아닌게 아니라...암튼..

겁에 질린 나는 얼굴이 벌개졌고 울음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 되었다. 이 나이에 뭐 그런걸로 울기까지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왕복 4시간이라는 거리와 싸움하며 열심히 다녔던 지난 몇개월의 학교 생활이 너무 억울했던 것이다.

쿤이 눈치를 챘는지 성적표 좀 보자고 했다. 성적 떨어진 학생처럼 우물쭈물거리며, 성적표를 보여줬다.

이게 뭐야?? 다~'우'잖아? 아이고~ 이제 다른 애들은 큰 일 났다.

그리고는 막 웃는다. 쿤이 얼마나 배를 잡고 웃는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막 쏟아질 것 같던 눈물은 쏙 들어가고 약이 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우'를 받았는데, 다른 애들이 왜 큰 일 나~

그게 말야... 일본에는 '수'가 없어. 예전에 한국의 초중고에서는 '수, 우, 미, 양, 가' 5단계 평가였지? 일본 중고등학교는 모르겠지만, 일본 대학은 '우, 양, 가, 불가'로 하거나, 알파벳으로 하거든.
그러니까, 우리 다다다 올 수 받았으니, 다른 애들은 큰 일 난 거지..ㅋㅋ 
 
그동안 먼데까지 학교 다니라 수고했어.
(문과 대학원의 경우, 올 우를 거의 다 받을 정도로 성적이 잘 나오며, 내 친구들도 다~~~ 올 우였다.ㅋㅋ 우리나라에서 대학원 석사 성적 B를 학부의 D라고 하는데 일본도 똑같다. 다만, 쿤이 저런 말을 하는 이유는 공대는 좀 다르기 때문)

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T,.T)
많은 한국 유학생들이 '우'로 도배된 성적표를 받고, 순간 좌절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일본에도 한국처럼 다양한 성적 평가 방법(영어 알파벳, 숫자)이 있다. 
그러나 한국의 秀(수), 優(우), 美(미), 良(양), 可(가)는 없었다.
일본에는 優(우수), 良(양호), 可(가능) , 不可(불가능)의 네단계 평가가 일반적이다.

아주 드물지만 秀(수)까지 넣어 5단계로 평가하는 학교도 있다고는 한다. (일본친구도 모르는 거보면 아주 드문 것 같다)
그렇다해도 한국과 동일한 수,우,미,양,가가 아니라 수,우,양,가,불가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