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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에 오기 전에는 절대로 믿지 못했던 말들

현실의 공간이 된 일본.
일본을 간접적으로만 접한 게 5년 이상, 직접적으로 경험하며 산 지는 1년 10개월째다. 
남들보다 빠르게 적응하며 살고 있는 것은 한국에서 들은 일본에 관한 많은 정보 덕이었다. 
그때는 '정말 그럴까?, 설마 내가?' 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있었는데, 요즘 하나씩 되짚어보면 "정말 그렇네" 싶은 것이 꽤 있다. 오늘은 한국에 사는 동안에는 듣고도 믿지 못했지만, 점점 공감하게 되었던 말들에 대해 포스팅해보고자 한다.

일본어는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다는 말

'영문과는 울면서 들어가지만 웃으며 나오고, 일문과는 웃으면서 들어가지만 울면서 나온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영어는 애초에 되지를 않는 언어인지라 패스!)
독학 2년 5개월 만에 일본어 능력시험 1급에 합격했다. 그런 나에게,  "일본에 계속 살게되면 1급만큼 쓸데없는 자격증이 없는데 말야" 라는 남편의 말에 분개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정말 그것은 한갖 외국인의 일본어 인증서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면서도 버리지 않던 생각은 "1급을 고득점으로 땄으니까 조만간 아주 능통해질거야." 였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끝이 안 보인다. 일본인들을 만나면 "작년에 왔는데 일본어를 어쩜 그렇게 잘해요" 라고 칭찬을 듣지만, 10년을 산 한국인 친구가 끼어서 일본인들과 말을 할 때면 그들의 페이스를 좇아가기에 버거움을 느낀다. 사투리 방송을 보면서 배꼽 빠질까봐 잡고 웃는 남편을 볼 때면, 사투리라는 또 다른 벽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일본인과 대화가 자연스럽게 되다가도, 인터넷 회사와의 상담 전화, 관공서, 병원 등 처음 접하는 곳이 생길 때마다 전문 용어를 몰라 헤맨다. 나이 지극한 어르신을 만나면 새는 발음과 심한 억양에 연방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반 쯤은 이해 못한 채 흘릴 때가 많다.
10년을 살아도 평범한 일본어 수준 밖에 안되는 한국인들도 많다. 본인에게 필요한 수준에서 멈추고, 더 이상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에 산 기간과 일본어 실력은 절대 비례하지 않더라.
정말 일본어를 한다고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은 쓰기까지 잘하는 경우이다.

일본 친구를 사귀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말

일본에 오자마자 꼭 하고 싶었던 일은 일본인 친구 만들기였다. 친구의 기준을 어디로 두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할 지 모르겠지만, 일본에서는 직장, 학교와 같은 활동 범위가 있지 않고서는 친구 만들 기회가 좀처럼 없다. 설사, 어떤 기회를 통해 친구가 된다 하더라도 뭔가 모를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학원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들은 좀 친해지면 "우리 집에 놀러와" 라고 말하지만, 우리 집에 몇 번이나 초대된 내 일본 친구들에게서 초대받은 적은 거의 없다. 서로에게 많은 배려를 하다보면, 그것이 편해지면서 동시에 딱 그만큼의 선으로 멈춰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그냥저냥 알게 된 일본 친구들은 많지만 외롭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다지 친해보이지도 않는데 이런 저런 일본인과 교류를 하는 남편 왈 "일본 사람들하고는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 편해~" 하지만 그건 친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뿐. 그리고, 아직은 경험 밖의 이야기지만,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은 마마토모(아이를 통해 엄마들끼리 친구가 되는 관계)이다. 마마토모 생활에 적응을 못해 상처를 받고, 이지메 당하다가 이사까지 가는 한국인을 볼 때면 정말 남 일 같지 않다.

(단, 일본에서 만나는 일본인과 한국 내지는 타국에서 만나는 일본인은 좀 다르다. 일본에 사는 한국인도 일본이라는 환경에 영향을 받듯, 일본인도 그렇다.) 

한국인보다 일본인이 편해진다는 말

일본에서 만나는 한국인은 한마디로 극과극이다. 대학원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역시 한국 친구가 훨씬 편하고 통하는 것이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우연히 만나는 한국인들에게서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례로, 어떤 한국인들은 5분 사이에 취조하듯이 "왜 왔냐? 언제 왔냐? 누구랑 사냐? 결혼은 했냐? 남편이 한국인이냐 일본인이냐? 애기는 있냐? 왜 없냐?"등등 실례되는 질문이 쉬지않고 쏟아져 나온다. 
"내가 일본에서 좀 오래 살아서 아는데...(알고 보니 6년)" 라며 충고하려고 하거나, "나 한국에서 어디에 살았고, 뭐를 했고, 좀 잘 나갔어." 라며 묻지도 않는 말을 하는 것도 주로 한국인이다. (모든 한국인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다만 일본인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일본인들도 명품 가방을 좋아한다고 알려져있지만, 피부로 느끼는 만큼은 아니다. 
 마음을 터놓지 않는 일본인들이 조금은 섭섭하면서도 오히려 한국인보다 편하다는 말, 한국인을 오히려 더 경계해야한다는 말이 참 서글프게 느껴지면서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가끔씩 한국가면 빨리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는 말

외국에 살면 한국이 그리워진다는 것은 당연지사. 내 주변에는 한국 음식이며 한국 문화를 그리워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러나 그네들은 모두, 한국에 돌아가서 살 마음은 없다고 한다. 이유는, 한국에 가면 뭔가 자꾸 불안하고 주변에 얽히는 게 피곤해지기 때문에, 일본에 와서야 마음이 진정된다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내가 그렇다. 한국 친정집에 있는 내 방보다, 여기 일본집에 있는 우리 방이 더 편하다. 한국에 가면 너무 좋지만, 일본에 본거지를 두다보니, 쌓인 일 생각에 여러가지로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걔중에는 한국에 가서 살고 싶지만 먹고 살 일이 막막해서 가기 싫다는 의견도 많다. 나 또한 이제 돌아가봤자 직장이 없다. 하지만, 설사 한국에 복직된다고 해도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별로 남아있지 않다. 뭐랄까. 외국에 산다는 건 그만큼 매력이 있고, 뭔가에 도전하는 인생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는 거 다 버리고, 이제 슬슬 모심고 물 뿌리고 있는데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가겠는가? 

한국 유학생이 술집에서 일한다는 말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보란듯이 주변인들을 거론하며 인증하는 남편에게 거짓말 그만하라고 대판 싸운 적도 있다. 그런데, 일본 현지에 와서 내가 직접 보니, 그렇게도 아니기를 바랐던 남편의 말들이 사실이었다. 유학생이 술집에 나가는 건지, 술집을 목표로 유학생이 된 건지에 관계없이 생각보다 꽤 많다는 점이다. 학업을 병행한다면 그나마 사정이 있겠지라며 이해를 해보려하지만, 대부분은 학업은 뒷전이고 화려한 생활을 추구한다.


기타
-일본 미용실에서 머리 한번 하기 시작하면 절대 한국 미용실 못간다는 말
-한국은 남을 의식해서서 살지 않으면 안되는 게 피곤하기 때문에 간섭없는 일본이 편하다는 말
-좁고 비싼 집, 비싼 물가, 허리띠 졸라매는 일본 생활이 허울만 좋은 외국생활일 뿐이라는 말

더 있다면 리플에 달아주시길..
 
by 다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