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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집으로 걸려온 보이스피싱에 빵 터진 이유

어이없는 일이 있었기에 포스팅해 봅니다.
어제 저는 글하나 포스팅하고 다른 분들 글보면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오후, 2시쯤. 인터넷 전화가 걸려오더군요. 해외 사시는 분 다 비슷하리라고 봅니다만, 저희집은 일본 전화가 있고, 한국 모 회사의 인터넷 전화가 있습니다. 인터넷 전화는 번호를 아는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발신자 번호가 찍혀있지 않았지만, 워낙에 한정된 사람하고만 쓰는 전화였던지라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습니다.
받자마자 들리는 자동응답기....

" 방금, 당신의 모모은행 카드로 160만원이 결재되었습니다. 확인을 원하시면 1번... 상담을 원하시면 9번을 눌러주십시오. "

대략 이런 내용이었어요. 사람이 한 쪽에 생각이 몰리면 멀리보지 못하는지, 그때 제가 처음 한 생각은, 

" 내 카드를 누가 썼지? " 

제가 현재 가지고 있는 한국 카드는 그 모모은행에서 발행된 모모카드 딱 한 장뿐입니다 또, 일본에 살다보니 한국 카드는 휴대하지 않고 집에 보관하고, 자주 사용하지 않아요. 인터넷 결재할 때 혹은 한국 갈때 들고가는 정도지요. 그런 와중에 갑자기 제 카드 이야기를 하니까, 당황스럽고, 머리를 막 굴리는데도 어디에 두었는지조차 떠오르지 않더군요. 게다가, 며칠 전, 카드가 말썽을 일으키는데, 우리 카드로 대신 긁어주면 안되겠냐고 부탁하던 도련님과의 메신저 대화, 주말에 수퍼 가면서 약 1시간 이상 집 문을 잠그지 않은 대사건까지.....

일단, 상담을 요청하려고 9번을 눌렀습니다.

                모모은행입니다.           
                
                음? .........풋! 하하하하               

                거기 모모은행 맞아요?

               네 맞는데요. 여기 모모은행입니다
                
               그럼, 죄송한데, 어느 지점, 누구신지 성함 좀 알 수 있을까요?  


               뚜뚜뚜뚜뚜~~~

짧은 몇 초동안 별별 걱정을 다 끌어내던 제가, 상담원이 전화를 받자마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던 겁니다. 보이스피싱이라는 걸 알 수 있었던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여러분은 전화 상담원 하면 어떤 이미지가 그려지시나요? 
저에게 있어서 그 분들은 목소리의 천사들입니다. 아주 목소리가 맑은 여성 분이 기분까지 좋아지는 행복 멘트를 날리며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객님" 하는 순간, 여자인 저도 마음이 녹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어제 상담에 응해주신 그 분, 어디 면
이장님 출두하신 줄 알았어요. 구수하다 못해 지방색이 짙은 50대 아저씨의 걸걸한 목소리의 전화 대응은 서울 토박이인 저에게는 낯설기까지 했어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은행 쪽에서는 고객 상담실을 따로 운영하고 있고, 거기서 아웃바운드 일하시는 분들, 평범한 목소리로는 일할 수도 없을 뿐더러, 평소에 온갖 테스트에 시달리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천사의 목소리와 능숙한 전화 대응이 그냥 나오는 것은 아닌 것이죠. 

이번 일로, 벌써 세 번째 겪는 보이스피싱입니다.
한국에서 일할 때, 멀쩡히 교실에서 같이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 납치된 줄 알고 울면서 전화하신 학부모님 사건을 겪은 적도 있고요. 작년에는 메신저를 통해 옛 동료를 사칭하며 저에게 300만원을 갈취하려는 사기꾼과 10분 동안 안부 묻고 대화하다가 제가 일본에 사는 걸 모른다는 게 발각되면서 끝난 사건도 겪었죠. 급히, 옛 동료에게 전화를 해보지 않았으면 오해만 남길 뻔 했어요.

최근에는, 해외에 사는 분들 쉽게 연락되는 않는 점을 이용해서 가족에게 전화를 해 협박을 하고 돈을 뜯어내는 사건도 있다고 합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이들의 사기 수법을 들을 때마다 주변 분, 가족 분에게 알려주시는 것도 필요합니다. 몇 번을 겪고 주변 사건을 들어도 순간적으로 속는 제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방심은 금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모두들, 조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