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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세계를 다니다

브루나이 여행때 현지인과 대화가 안 됐던 이유

브루나이.

"브루나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을 때는 '어디에 있는 나라지?' 했는데,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책임진다는 말에 "복지하면 북유럽인데, 동남아 국가가 복지가 좋아 봤자 얼마나 좋겠어."라는 편견이 있었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여행사에 나와있는 관광정보나, 3박 4일의 짧은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으니, 브루나이에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 쿤과 다다다에게 있어서 브루나이는 미지의 세계와 같았다.

 

지난 4월 말...

 

쿤과 다다다, 그리고 콩이는 9일간의 황금연휴와 앞뒤로 연차를 붙여서 12일 간의 여행을 떠났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코타키나발루, 브루나이를 찍고, 한국을 경유하여 일본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긴 여행 탓에 콩이와 다다다는 여행의 후유증으로 감기 몸살을 앓았다.)

 

오늘은 일본찍고 브루나이로, 브루나이에서 있었던, 색다른 문화적 차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ep1

 

코타키나 발루에서 브루나이까지는 비행기로 이동하는데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브루나이에 도착해서 호텔로 이동을 해야했기에 공항인포메이션에 호텔이름 알려주고 교통편을 물어봤는데, 안내 직원이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20분 있으면 호텔에서 데리러 온단다.

 

"잉? 데리러 온다구요? 아니, 픽업 서비스가 아니라, 버스로 이동하는 교통편을 물어본 건데요,,,(^^미소를 잃지 말자)"

"그 호텔은 무료 셔틀 서비스가 있는 호텔이에요. 그 사람들도 일을 해야죠.."

"네?? 아! 네~~"

 

공항 인포메이션 (점심시간이 12시~14시인 것에 주의)

 

그렇다. '무료 셔틀 서비스가 있는데, 왜 돈을 내고, 버스를 타느냐?'가 아니라 그 호텔 직원도 일을 해야 한단다.. 처음에는 비꼬는 듯한 말로 들렸는데, 그 호텔에서 하루를 지내보니, 그 운전기사분은 호텔로비에서 대기를 하다가 손님맞이와 환송을 위해 운전만 하는 것으로 보였고, 무료 셔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그 운전기사분의 일거리는 빼앗는 묘한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10인승 차량이 20여분 걸려서 공항에 픽업을 왔고, 그 셔틀에 쿤과 다다다(+콩이)만 타고 호텔로 이동을 했다.

 

ep2

 

다음 날..

브루나이 여행에서 빠지지 않고 가는 곳이 있다면, 수상마을일 것이다. 쿤과 다다다(+콩이)도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모스크를 둘러보고, 수상마을로 가기 위해 배 타는 곳으로 이동을 했다. 그랬더니, 보트타고 둘러 보라며,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4명)이 나타났다. 동남아 여행에서 만나는... 게다가 바가지 듬뿍 씌우는 전형적인(?) 그런 호객행위로 보였다.

 

"1시간에 30B$(약 24,000원)로 수상마을 둘러보시지 않겠습니까?"

 

역시나.. 일본에서 가져간 가이드 북에는 1시간에 15B$~20B$로 나왔던지라, 거의 2배의 가격을 부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책에 있는 가격을 보여주었더니, 4명이 둘러보며, 의외라는 얼굴로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제가 거짓말 안 하고 말씀드리는데요, 이 가격은 무리예요. 1인당 가격이라면 비싸고, 팀당 가격이라면 너무 싸요."

 

그러고 보니, 배를 전세내서 1시간 둘러보는데, 15B$~20B$라고만 나왔지, 탑승 인원수 같은 정보는 없었다.

 

일본어 가이드북

 

결국 3명 총액으로 45분에 15B$(12,000원)로 합의를 봤고, 쿤과 다다다(+콩이)는 작은 보트에 승선하여 수상마을을 둘러볼 수 있었다.

 

수상보트

 

작은 보트라서 많이 흔들렸다. 빨리 달리면 날라다니는 거 같고, 천천히 달리면 강의 작은 너울에 흔들리고,, 가끔 운반용 보트가 빛의 속도(?)로 지나갈 때면, 쿤과 다다다는 심호흡을 크게하고 밀려오는 너울에 숨을 죽여야 했다. 콩이는 천막 지지대를 잡더니 놓지를 않았다.

 

보트 기사분은 여기가 어디고 저기가 어디고~ 쉴새없이 이야기를 해 줬다. 그러던 중 궁금한게 있어서 물어봤다.

 

"근데, 여기 수상마을은 집값이 얼마나 해요?"

"네? 집을 산다고요?"

"네, 대략이라도 좋아요.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서 그래요."

"음, 그러니까 여기 수상마을에 있는 집을 하나 산다는 말이죠?"

"(아니, 순수하게 집값이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왜 자꾸 물어보지? 브루나이 사람 아닌가?) 네, 얼마나 해요?"

"음~ 글세요.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1만B$(800만원) 정도 하지 않을까요?"

 

기사분의 대답은 제 3자의 입장에서의 대답이었고, 그 나마도 잘 모르는 듯한 대답이었다. 순간,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에서 온 외국인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쿤은 다시 물었다.

 

"여기 브루나이 사람 맞죠?"

"네, 브루나이 사람이에요."

"미안해요. 집값의 시세를 잘 모르시는 거 같아서, 브루나이 사람이 아닌가 했어요. 정말 죄송해요."

"ㅋㅋ. 아니에요. 저는 집을 산다는 개념이 없어요. 집은 국가가 주는 거니까요. 그래서 집값을 몰라요. 저 뿐만이 아니라 브루나이 사람들 대부분이 정확한 집값을 모를거에요."

 

아차,,, 문화의 차이이자 자라온 환경이 달랐던 탓에, 대화의 기본이 되는 배경이 안 맞는 것이었다. 쿤과 다다다에게 있어서 집은 당연히 구매의 대상이었는데, 그 기사분 입장에서는 집을 돈 내고 사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35,000여명이 산다는 수상 마을.. 있어야 할 건 다 있었다.

 

ep3

 

호텔을 나와서 브루나이의 명물, 세계에 두개 있다는 7성급 호텔인 엠파이어로 이동을 했다. 사실 엠파이어는 호텔이라기 보다는 리조트라 부르는게 맞을 것이다. 여튼, 엠파이어로 이동 수단으로 콜벤을 탔는데, 당연히 차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 중에서도 기름값..!!!

한국의 휘발류 값은 오늘(2018.06.03) 기준으로 1,600원을 넘나 든다는 기사가 떴다, 일본은 140엔 중반대로, 환율을 적용해도 한국보다는 10% 정도 싼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브루나이 휘발류 값은 얼마인지 궁금했다.

 

"브루나이에는, 석유가 많이 나와서 휘발류 값이 싸다고 들었는데, 1리터에 얼마정도에요?"

"네? 휘발류 1리터요?"

"한국은 1,500원 중반(약2B$)정도고, 일본은 1.8B$ 정도거든요. 석유가 많이 난다는 브루나이는 얼마나 하는 지 궁금해서요."

"음~ 글쎄요. 모르겠어요."

"모른다고요?"

"네, 몰라요."

 

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납득이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더니, 택시 기사가 문제를 낸단다.

"자, 차에 기름이 떨어졌어요. 주유소에 가요. 아이디 카드를 보여주니, 기름을 만당 채워줘요.

그리고, 바이바이를 하고 주유소를 나와요. 휘발류 1리터 값은 얼마죠?"

"글쎄요."

"저도 몰라요."

"기름 많이 난다는 사우디도 물보다 싼 가격으로 기름을 넣는데, 브루나이는 공짜예요?"

"-v.v-"

 

그 외에도 브루나이 복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한국이나 일본의 이야기를 해 주니까, 콜벤 기사는 많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집사고, 차사고, 세금내고, 그러면서 여행다니는 당신들(쿤과 다다다)은 부자냐고 묻는다.ㅎㅎㅎㅎ(어이가 없어서 표정 관리가 안 되더이다.)

 

"브루나이에서는 외국인 이민정책이 어떻게 돼요? 조건만 맞으면 브루나이로 이주하고 싶어요."

"글쎄요. 확실히는 모르겠는데, 몇가지 있는 거 같아요. 브루나이 사람과 결혼해서 15년을 채우거나, 종교개종을 해서 코란을 외우거나, 왕족 족보를 외우거나,,,, 뭐 그런게 있는 거 같아요."

"그 중에 하나만 하면 되는 거예요?"

"네, 그런거 같아요."

"안 되겠다. 결혼을 다시하는 거는 무리고, 그렇다고 코란을 외우는 것도 무리고,,, 왕족의 족보를 외워보자..!!"

"ㅎㅎㅎ 글세요. 발음이 될까 모르겠어요."

 

몇번을 해 봤지만, 아니라는 콜벤 기사말에 좌절, 그리고 또 좌절...ㅋㅋㅋ 결국 쿤과 다다다(+콩이)의 브루나이 이주는 불가능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일본으로 돌아와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보육원 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