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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연봉삭감을 통해서 느낀 심각한 일본경제

지난 1월...
일본의 대기업들이 3분기 결산보고가 있었습니다.. 2012년 03월 결산을 기준으로 소니, 파나소닉, 닌텐도, NEC등,, 내놓으라는 일본 대기업의 실적이 하나 같이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 했습니다.. 게다가 일본은 31년만에 무역 적자를 내면서 경제대국의 자존심을 구겼습니다..
그에 대한 원인으로는 일본 동북지방을 강타한 3.11 대지진과 사상 최고의 엔고(円高)현상을 꼽을 수 있습니다.. 동북지방이 지진의 피해를 입으면서 제조업의 기반이 흔들렸고, 엔고현상으로 인해 수출부진이라는 2중고(2重苦)를 겪었으며, 그러한 2중고로 인해 일본을 찾는 관광객까지 급감하게 되었습니다..
그에 대한 여파는 상당히 컸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사업축소를 위해 공장 문을 닫았고, 수출 경쟁력에서 밀린 기업들은 해외로 이전을 하였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실업자가 늘었고, 일부 회사에서는 반강제적으로 급여를 삭감하고, 각종 복지혜택을 줄이는 등,, 일본경제는 심각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주변의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회사에서 잘리고, 급여가 줄고,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도 경기불황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쿤은 그 어떤 제재도 없이 편안한(?)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급여가 줄기는 커녕, 성과급과 보너스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받았습니다.. 일본 전체가 힘들어하고, 주변상황이 녹녹치 않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뭔가 특권이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구조조정이나 급여삭감과 같은 고통분담 이야기가 없으니, 오히려 불안하기까지 하더군요..(괜한 걱정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던 중,,, 올 것이 왔습니다..
회사에서 전체직원을 대상으로 미팅이 열렸습니다.. 커다란 홀에 모인 직원들은 대략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알고 있다는 듯 무거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정시가 되자, 회사재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마이크를 잡고 브리핑을 시작합니다..

바쁘신데 모이라해서 죄송합니다..
오늘 이 자리는 회사의 재정상황을 말씀드리고, 회사의 일원인 여러분으로 하여금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하였습니다.. 그럼,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직원은 일본의 경제상황과 회사의 작년실적을 소개했고, 올해의 경제전망과 회사의 경영 목표등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적자를 면하기 위해서 각종 대응책을 소개했는데, 사원들로 하여금 고통분담 차원에서 연수(年收 ; 한국의 연봉)를 삭감하겠다고 했습니다.. 본인의 직급과 연봉에 따라, 5%~25%에 이르는 금액을 삭감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직급이 높고 연봉이 높을 수록 삭감하는 금액이 커지는 구조더군요.. 쿤의 경우도 얼추 계산을 해 보니...흑..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 삭감될 것 같았습니다.... 생산라인 근무자에 한해서는 명예퇴직 신청도 받는다는 말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웅성거립니다..

브리핑 직원은 말을 계속합니다..

여러분도 뉴스나 신문을 통해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지금의 일본경제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회사의 경영진과 영업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쉬는 날까지 반납하고 일본을 비롯하여 세계 곳곳을 뛰어다니고 있지만, 불경기로 인해 영업실적이 저조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내복지혜택도 대폭 줄이려 합니다.. 올해 1년은 줄일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줄이려 하는 것이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여행경비 보조가 없어지고, 각종 유원지나 온천의 멤버할인 혜택도 없어지더군요..(흐미...USJ 에 3,900엔에 갔었는뎅..쩝!!).. 사내 동아리 활동비 지원도 사라지고, 사내 소식지까지 없어졌습니당...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티비나 신문에서 들었던 일본의 심각한 경제상황이 그제야 실감이 나더군요.. 브리핑을 듣고 각종 질문을 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무겁게 보였습니다.. 설마설마 했는데, 삭감액이 너무 많다는 반응이 있었지만, 강제적인 구조조정이 없고, 올 1년의 긴축재정이라하니 어쩔 수 없지 않냐며 다들 수긍을 합니다..(안 한다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공..)

그런데,,,
사무실로 돌아와서 앉으려고 하는데, 마주보고 앉는 직원이 쿤을 보며 한 마디 합니다..

이렇게 연봉 삭감이 되는데 올해 골덴위크에도 쿤짱이 여행을 갈까~ 하는게 궁금해 진단말야..
엥..?? 그게 갑자기 무슨...

그러자, 옆에 앉은 팀장과 주변의 동료도 한 마디씩 합니다..

맞아맞아,, 한 두푼도 아니고, 삭감액이 좀 커서 허리띠를 졸라매야할 것 같은데,,, 여행은 무리일거야..
예전에 쿤짱이 골덴위크와 연말연시에 여행가는 것이 낙이라고 했으니까, 제가 보기엔 갈 거 같은데요..
에이~~ 아무리 그래도 지금은 금전적 여유가 없을 것 같은데...
...중얼중얼...

주인공은 대화에 참여도 안 하는데, 자기들끼리 신났습니다.. 그리고 마무리 질문을 합니다..

쿤짱..!! 어때..?? 올해 골덴위크 때는 출근하는 거지...??  (시선집중)
팀장님..!!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요... 저 4월 28일부터 5월 6일까지 휴가신청합니다...
어..???? 머야.. 벌써 날짜까지 정하고 있었던 거야...??
날짜만 잡은 게 아니라 예약도 끝냈습니다..
.......(침묵)......자자자..... 일들 하자고...


동료들은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일본 국내여행도 안 다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돈이 없거나, 비싸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그런데, 여행이라는 거... 씀씀이를 조금만 조절하면, 다양한 볼거리와 새로운 경험, 그리고 재충전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여행을 자주 다녀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세계적 불경기로 연봉삭감이라는 쓰라린 상황에 직면했지만, 돈 없으면 여행도 못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동료를 보니 마음 한 켠이 허전해 지더군요... 하루 빨리 불황이라는 어둠의 터널이 끝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