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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세계를 다니다

【캐나다】홈스테이 2주 만에, 캐나다에 가족이 생기다 - 1

오늘은 캐나다에 살고 있는 저의 소중한 가족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정확히 8월 말 오사카 이타미 공항을 출발하여 10여 시간 하늘을 날아 도착한 머나먼 땅 캐나다 빅토리아. 출발하기 전까지, 저에게 그렇게 소중한 가족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한달 전, 연수 준비로 호스트 페밀리 신청서를 받았을 때, 처음엔 '아이 없음' 에 체크를 했습니다.
그런데, 친구들이 아이 없는 곳은 재미가 없다면서 바꾸라고 충고를 하더군요. 운 좋은 경우엔, 갔다 와서도 서로의 집 방문하고 연락하고 가족이 된다고요. 귀로 흘려듣긴 했지만, 나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친구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아찔합니다.


그렇게 해서 소개받은 가족은, 남자 아이가 셋에 멍멍이까지 한 마리 있는 대가족이었죠.
제 소개와 사진을 담아 보내니, 정말 사랑스런 가족 사진이 도착했어요. 제가 꿈꾸는 그런 가족이었죠.



                                    캐나다에 살고 있는 리스 언니, 그리고 언니의 가족들


워낙에 멀고 힘든 일정이었기에 도착한 날은 여유있게 쉴 수 있는 시간이 좀 있었습니다. 
무엇을 할까 하다가, 요리를 하려고 하니, 저를 위해 만찬을 준비해 놓으셨더군요. 그럼 디저트를 만들겠다고 했죠. 저희 친정 엄마가 한국에서 보내 주신 `녹차호떡가루` 를 하나 남겨 두었다가 가지고 갔거든요. 마침, 캐나다 쪽에서도 최근 녹차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나서 녹차 아이스크림이나 녹차 식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녹차 팬케이크에 대한 관심을 모으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어디나 복병은 있는지, 
큰아들 라이언이 오늘은 아이스크림 먹기로 하지 않았냐며 호떡 테러를 시작하더군요. 피자를 좋아한다는 정보를 알고 있던 제가 " 이건 한국 피자야!" 라고 했더니, 표지 그림을 보고는 "흥, 이건 팬케이크네" 라며 휙 가버리더군요. 얼마 후, 삐죽 입술을 내민 라이언의 얼굴에서 미소와 "한 개 더" 라는 기분 좋은 말을 듣게 되었죠 ㅋㅋ

(일본에서도 그 진가를 확인했기에 자신있게 들고 갔던 거고, 어느 나라를 가시든, 친구를 위해 요리를 해주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이 호떡 가루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나중에 캐나다에 있는 한국 수퍼에 갔는데 이미 팔더군요.)


                              검색어로 '호떡가루' 이렇게 쳐보시면 쫘악 검색됩니다.
                              사지않고 직접 만들어도 무방합니다. 



그 뒤로도 저는 리스와 함께 참 많은 요리를 했어요. 한국의 부침개, 떡만두국, 콩나물밥 일본 야키소바....


                                                           우리가 만든 야키소바


첫 날, 식기 세척기(LG였는데 한국 브랜드라는 걸 모르고 있길래 알려드림)가 고장중이라고 하길래 설거지를 도우며, 리스랑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죠. 우리는 참 통하는 게 많았어요.

리스는 스페인계 미국인이었고 출판 편집일을 하는 전문가였죠. 그러다 지금의 독일계 캐네디언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누구보다 일을 사랑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할 수 없어 일을 접고 캐나다에 정착해 살고 있었어요. 캐나다에 살아서 좋지만, 늘 스페인이나 미국이 그립다구요.

남편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내 일을 접고 일본에 와서 살며, 늘 한국과 한국에서의 내 일을 그리워하는 나와 참 많이도 닮아 있었답니다. 그 날을 계기로, 리스와 저는 저녁을 먹고 한 두시간 갖을 수 있는 수다를 즐기게 됩니다. 때로는 제가 시내에 나갔다 늦게 오기도 하고, 주말엔 벤쿠버에 나가기도 했지만, 그런 날을 제외하고는 우리는 늘 저녁 6시가 넘으면 함께 수다를 떨며 한국, 일본, 캐나다, 스페인, 미국, 가족, 사랑, 일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어느 날, 리스가 그러더군요.
막내를 임신하는 바람에 2년 만에 처음 받은 홈스테이 학생이었다고요. 또, 그 동안은 일본 여학생들이었고, 한국인은 제가 처음이었다구요. 그들은 몇 달을 있다 갔는데도, 함께 요리를 한 적도, 함께 수다를 떤 적도 없었다구요. 저와 지낸 단, 며칠이 그들과 지낸 몇 달보다도 특별하게 느껴진다며 고맙다고 하더군요. 저랑은 참 통하는 게 많다구요.


                                                   리스 언니의 페이스북에서 퍼온 글

인지상정이라는 말 아시죠?
제 마음 또한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원래 언니가 없는데, 이제는 제게도 언니가 생겼어요. 
리스에게도 언니라는 한국말을 가르쳐 주었고. 리스 언니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리스 언니와 보냈던 2주 간의 행복한 대화, 추억 무엇부터 써야할 지 모르겠지만,시간 날 때마다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이야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