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세계를 다니다

【캐나다】벤쿠버에서 자장면으로 일본인들을 감동시키다.

오늘 캐나다 연수 뒤풀이가 있어 다녀왔더니, 글이 베스트가 되어 있네요. 오늘 다시 자장면 이야기로 분위기가 마구마구 불타오르고, 급기야 자장면 집에서 2차 뒤풀이를 하게 되었어요. 타카시 군의 자장면 예찬을 들으면서 이 글을 포스팅한 것에대해 말할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 못했네요. 아무튼, 타카시군에게 이 영광을 돌립니다. ㅋㅋㅋㅋ



안녕하세요. 다다다입니다.
2주 동안 저는 캐나다의 작은 섬(사실 그리 작지는 않았어요ㅋㅋ)에서 논문프리젠연수를 받았어요. 
2주 동안 연수를 받으며 한 여행이라고는, 주말을 이용해 잠시 다녀 온 벤쿠버 뿐인데요.목적을 벗어난 행동을 좀처럼 하지 않는 일본인들에게 벤쿠버라는 산은 역시 그리 호락호락하게 느껴지지 않았나 봅니다.
 
처음 캐나다에 들어설 때는 10명의 학생들이 모두 벤쿠버니 시애틀이니 갈 기세더니, 당일이 되자, 짐을 싸 배에 오른 건, 저를 포함한 한국인 여성 3명(한국인은 전원 참석)과 일본인 남성 2명이었죠. 저와 같은 연구과에 있는 한국인 처자 김 양하고는 둘 만이라도 가자라고 약속을 해 뒀던 터라, 저에게 벤쿠버는 당연한 일정이었어요. 참가자 중 가장 나이 많은 학생이었던 저는 영어를 제대로 공부해 본지도 족히 10년은 넘은데다 출발 전에 블러그의 세계에 빠져 있었던 지라, 애초에 연수보다는 관광이라는 잿밥에만 관심이 있었음도 고백합니다. ㅋㅋ

우리 다섯은 그렇게 지난 주 토요일 벤쿠버행 배에 올랐답니다. 
여자 셋은 20대 후반 2, 30대 초반 제 각각 연애 경험, 직장 경험, 인생 경험등이 풍부한 토종 한국 아가씨(나 아줌마)들이었죠.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들논다( 뒤집어진다 혹은 깨진다)라고 했던가요. 각각의 색깔이 분명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 사이에 낀 일본인 남자 둘은 22살 풋풋하고 귀여운 애송이들이었죠. 그들은 한국 친구도 없었고, 한국에 대해서도 거의 모르는 토종 일본인들입니다.

그러니, 벤쿠버의 여행은 한국식으로 돌아갈 수 밖에요. 우리가 묵은 곳은 벤쿠버에 소재한 한인 민박이었죠. 한국 사람이 집을 이용해 운영한다고 하자,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이들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본인들은 변화를 싫어하며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것보다는 이미 증명되고 확실한 것을 이용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인민박을 처음 경험한 요시야마쿤

한인민박에 묵다보니, 자연스레 매운 라면을 먹게 되더군요. 매운 라면을 처음 먹어본다는 이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맛있다고 했더랬죠.

                
            매운 라면을 먹다가 눈물을 흘려버린 타카시쿤, 본인은 너무 맛있어서 우는 거라고 말했음.


                    다 먹고 나서 누나들을 위해 설거지를 하는 타카시 쿤, 요시야마 쿤
                   
매운 라면이 자랑스러웠던 건 뭐, 스위스 융프라오 올랐을 때, 외국인들이 호호 거리며 먹는 모습 보았을 때도 있었지만, 이번 연수 끝나고 싸갔던 매운 라면 미국인 선생님 드렸더니 '이 라면을 안다'면서 좋아하시더군요. 

그런데, 오늘은 이 매운 라면 이야기가 아니랍니다.

민박에서 일박을 하고 남은 시간을  우리는 점심을 뭐 먹을까라는 고민에 봉착하죠. 벤쿠버를 떠나기 전 마지막 만찬이었기에 우리의 고민은 매우 신중하고 심각했답니다. 먹고 싶은 게 많았던 기가 드센 세 명의 처자들은 난리가 났죠. 그러다가 우연히 한 명이 꺼낸 한국음식 이야기.
우리는 모두 일본 생활 몇년 차 되는 한국 토종들이다보니, 벌써 군침은 꿀꺽, 먹고 싶은 메뉴를 읊어대며, 마음은 진작에 한국 음식점에 앉아 있었죠.

그 옆에 조용히 구겨져 있던 일본인 청년 둘은, 기가 드센 처자들 앞에서 제 목소리도 못 낸 채, 그냥 간단히 빵으로 먹으면 안되겠냐고 하더군요.굳이 캐나다라는 땅까지 와서 모국의 음식을 먹으려고 아우성을 쳐대는 우리들이 못마땅했을 게 뻔했지만, 대놓고 거절하지 못하는 일본인들의 조심스런 거절 표현을 눈치 못 챈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자장면 집앞으로 가기에 이르릅니다. ㅋㅋ 가위바위로 이기긴 했다해도, 억지스럽게 강요한 부분은 인정해야할 거예요.

우리들의 설명을 다 들은 일본 청년 둘은 자장면을 시켰어요.
잠시 후, 그들 앞에 나타난 검은 소스...그들의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그들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았어요. 다름아닌 그건 자장면이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맛있다" 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죠. 그들이 정말 맛있게 먹고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지만, 워낙에 예의상 오세지(겉치렛말)을 잘하는 그네들인지라, 저에게는 확신을 줄 수 있는 더 큰 무엇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들 욕심에 억지로 끌고왔던 것에 대한  면죄부라도 얻고 싶었던 게죠.

그리고, 우리는 면죄부를 얻었답니다.
다시 일주일 뒤 귀국하던 날이었네요. 모두들 모여 지난 2주 간을 회상하며 도란도란 추억을 곱씹던 우리들에게, 벤쿠버 청년이 한 마디 하더군요.

솔직히 이제서 말이지만, 벤쿠버까지 와서 한국 음식을 먹으려는 우리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고요. 그런데, 벤쿠버 가서 먹은 음식들 중 자장면이 가장 인상에 남는답니다. 처음 나올 때 검은 색이어서 좀 기분도 나쁘고 먹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다고요. 그런데, 그렇게 맛있는 음식은 정말 처음이었다면서...오사카에 자장면 집이 있다고 들었는데 꼭 가봐야겠다고 알려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한 5분 후 갑자기 한 마디 덧붙이더군요.

생각해보니, 지난 2주 간 캐나다에서 먹은 음식들 중에서도 제일 맛있었던 것 같아.

라구요. 속으로 자장면 만세를 부르며, 오사카 자장면 집에 대해 설명하니, 주변의 일본인 친구들이 수첩을 꺼내 메모를 했더랬죠.



                                            우리가 먹은 자장면, 짬뽕, 당수육....



넋두리를 가장한 추신 :

저는 지금 이 글을 포스팅한 것을 매우 후회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며칠 후 이 글을 읽다가, 이 글에 달린 코멘트에 답글을 달다가, 자장면집으로 달려가고 싶은 저를 발견하게 될테니까요. 제가 여기서 자장면을 먹으러 가기 위해서는 차비 약 30,000원(2,200엔), 자장면  약 14,000원(1,000엔)이 듭니다. 김양의 화소좋은 디카는 저의 블러그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최고의 화질좋은 사진으로 포스팅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지만, 그 선명함이 어느 날은 제 위(胃)를 울리겠지요.
 
이 글이 돌연 사라져 버리거든, 아우성대는 제 위를 움켜쥐다가 지우기 버튼을 눌러버린 다다다를 떠올리시면 딱 되실겁니다.

인생의 행복 뭐 특별한 거 있나요?
자장면을 언제나 어디서나 드실 수 있다면, 당신은 지금 행복한 거랍니다. ㅋㅋㅋ

그럼 행복한 하루 되세요.
조금 우울하시다면 자장면 한 그릇이라도 주문해보심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