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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가 사는법

김밥 만드는 법이 궁금하다는 일본 사람에게 남편이 보인 행동

3년 전 봄...

신학기가 시작되고 1-2주가 지났을 무렵(4월 중순). 한국어를 배운지 1년이 넘은 야마모토씨가 다가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선생님. 한국의 김밥은 어떻게 만들어요? 생긴거는 일본의 마키즈시(巻き寿司)랑 똑같은데, 그 안에 들어가는게 다른가요?

^^;;;; 그게요. 제가 마키즈시를 안 만들어봐서 잘 모르겠는데요, 김밥에는 햄, 맛살, 계란, 단무지, 당근, 시금치 정도가 주재료이고요, 고기를 볶는다거나, 김치, 치즈, 참치 같은 것을 넣어서 고기김밥, 김치김밥, 치즈김밥 처럼 이름을 붙이곤 해요.

그럼, 재료 사서 넣고 말면 되는 건가요? 양념이나 이런 건 안 하나요?

어~ 대부분은 볶는데, 단무지는 썰어서 그냥 넣기도 하죠. 왜요? 만들어 보시게요?

한국에 갔을 때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서, 만들어 보고 싶은데, 만드는 법을 모르겠어요.

그럼, 제가 찾아볼게요.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한국 사람이 만든 김밥에는 정말 다양한 레시피가 있었는데, 일본어로 정리하는 것이 귀찮았다. 그래서 일본인이 쓰는 블로그를 찾아 봤는데, 뭔가 마음에 드는 레시피가 없었다. 뭐랄까, 김밥은 김밥인데, 뭔가 조금 부족한 레시피라 할까?

그래서 한국사람의 블로그를 소개해 주려했는데, 1년 배운 사람에게는 조금 어려운 내용이기도 해서 일본어로 번역을 해 줄까 했는데, 레시피만 적어 줘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생각끝에 한국 블로그를 소개해 주고, 주요 내용은 일본어로 번역을 하고 있었는데, 쿤이 끼어들었다. 


뭐해?

어~ 일본인 학생이 김밥을 만들고 싶다고 해서 레시피 적고 있어.

(말없이 한 5초 정도 메모지를 처다보더니)레시피 적어 주면, 알까?

나도 그게 걱정이야~

그럼, 쿤의 요리교실 한번 할까?

뭐???????? 뭘 한다고????????

아니, 생각을 해봐. 우리 집에서 김밥 누가 만들어. 내(쿤)가 만들지? 

그리고, 레시피 적어서 준다고 그게 과연 김밥이 될까?

아니~ 그래도 그렇지 무슨 쿤의 요리교실이야. 

아~이~ 사람. 날 뭘로 보고.. 딱 한 번만 해 줄테니까, 두번 해 달라는 말은 하지 말어.

그럼, 장소는 어디서 하게.

많잖아. 문화센터, 구민센터, 교류센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쿤은 이것 저것 찾았다. 그리고, 2-3일인가 지났는데, A4 용지에 간단한 안내문을 만들어 보여줬다. 


이게 뭐야?

쿤의 요리교실...ㅋㅋㅋ

아니 근데, 요리 교실을 두 군데에서 하게?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교실은 일단 예약은 해 놓고, 나중에 줄이거나 취소하면 되지.

그리고, 지금이 4월 중순인데, 왜 6월 중순에 한다고 해?

그게, 그 때 해야 사람이 많이 올거야.

그리고, 금요일인데 자기 회사는? 토요일도 하면 콩이는?

나는 회사 하루 째고, 콩이는 반나절 보육원 가고~~


여튼 그렇게 쿤은 두곳에 교실 예약을 잡았고, 주변의 일본인 학생들에게 팜플릿을 나눠주라고 했다. 


그랬더니,,,

세상에,,,


60-70명의 학생들이 참가신청을 했고, 요리교실을 4번(두 군데에서 2번씩) 하게 되었다. 요리교실에 온다는 학생들 수에 놀랐지만, 과연,, 이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요리교실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더 큰 걱정이었다. 나는 걱정이 되어 잠을 못 이룰 정도였는데, 쿤은 걱정하지 말라며, 천하태평이었다. 


드디어, 요리교실 첫째날...

두달 전보다 신청자가 늘었고, 18명이 들어가는 교실은 1, 2교시 모두 만원이었다.

쿤은 에이프런과 모자를 썼는데,,, 어라~ 제법 그럴싸 했다.ㅋㅋ


(아니, 저 에이프런과 모자는 어디서 났지? ㅋㅋ  나중에 물어보니, 식당 알바할 때 쓰던거란다..ㅋ


학생들을 모아놓고 인사를 하고, 자기 소개를 하더니,, 준비한 재료 설명을 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재미있는 멘트로 학생들과 웃거니 받거니 하는데, 처음하는 요리교실은 아닌 것 같았다(처음이라 했다). 설명이 끝나고, 학생들에게 재료준비를 하라고 하니, 다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재료준비를 했고, 쿤은 여기 저기 돌며 설명을 하고 도와주었다. (다다다는 사진.....)


(두번째 팀에는 초등생도 참가)


그리고, 특별 김밥이라며 쿤이 학생들 앞에서 꼬마김밥(마약?김밥)을 만들었고, 초등생 아이가 맛을 보게 되었다. 겨자가 들어간 간장에 꼬마 김밥을 찍어먹고는 너~무 맛있다며 펄쩍펄쩍 뛰었다.

 

여튼 그렇게 해서 첫날은 무사히,, 성황리에 요리 교실을 마무리 했다.



그리고 둘쨋 날.

콩이는 0살 나이에 반나절 이상 보육원에 가게 됐고, 쿤과 다다다는 또 다른 교실에서 요리교실을 하게 됐다.(콩이야 니가 고생이 많다.)


요리 교실이 반 이상이 지날 무렵,,, 아주머니 한 분이 칼이 안 든다며 바꿔갔다. 그리고는 다시 칼을 가져오더니, 이것도 안 든다며 다른 칼 없냐고 물었다. 뭐가 안 썰리냐니까 김밥이 안 썰린단다. 쿤이 김밥을 나무로 만들었을리는 없을테고,,,가져와 보세요라고 했더니, 아주머니는 김밥을 가져오셨고, 쿤이 써니까 슬슬 잘만 썰렸다. 아주머니는 눈이 동그래지며 기겁을 했고, 쿤은 김밥은 사랑입니다~ 라고 맞장구를 쳐 줬다.


요리교실을 무사히 마치고 뒷 정리를 한 다음, 열쇠를 돌려주고 현장 검사를 받으려 하니, 문화센터 소장이라는 분이 따라 오셨다. 그리고, 쿤에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 이곳에서 한국 요리 강좌를 정기적으로 해 보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네? 아니 저는 선생님이 아니라 그냥 일반 평민인데요.

그러세요? 아니 근데, 요리교실 하시는 모습이 상당히 경험이 있으신 것 처럼 보였는데요..

에이~ 아니에요. 저는 그냥 회사원이에요. 오늘은 집사람 요리 교실을 도와주러 온 거에요.


저 소장님은 쿤이 무명 요리사인 줄 알았다며, 2주에 한번,, 아니 한달에 한번이라도 좋으니 한국요리 강좌를 해 달라고 했다. 쿤은 극구 사양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