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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가 사는법

해외 생활 홀로 아픈 것보다 더 서러운 것은.....

내가 아는 쿤은 일본유학 9년이라는 시간동안 온갖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한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쿤은 자신의 지난 유학생활을 되돌아볼 때마다 고생이라기보다는 즐겁고 뜻 깊은 시간들이라는 말을 한다.

에잇~! 내가 볼 땐 개고생 같은데 정말 하나도 안 힘들었어??
글쎄,, 굳이 고생이라고 하자면, 일본에 와서 4년 만에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해서 했을 때..?? ㅎㅎ

그랬다. 알바가 힘들고, 공부가 어렵고,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건 어떻게든 이겨낼 수 있었지만, 홀로 빈방에서 끙끙 앓을 때는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배가 고픈데 먹을 건 없고, 만들어 먹으려 해도 일어나서 만들 힘이 없고, 나가 사먹자니 몸이 아프고.....4년 만에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간병인도 없는 병실에서 비로소 '혼자 있으니까 서럽네'하고 느꼈다는 것이다.

나홀로 유학 시절 간호사 아줌마 조차 천사로 보이더라는
쿤의 증언은 지금 들어도 슬프다. T,.T


아플 때 따뜻한 집에서 가족의 보살핌을 받았던 나와는 달리, 나홀로 유학속에서 홀로 아팠던 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 역시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인지, 결혼해서 쿤의 몸 상태가 안 좋을 때면, 서러웠던 나홀로 유학 때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도록 지극정성으로 병간호를 해주곤 했다.

그런데, 홀로 아픈 것보다 더 서러운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건이라고 할 건 없지만 지난 일주일간 '아무말 없이 블로그를 통째로 쉬어버린 우리 부부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지지난 주 금요일(01/28) 다다다에게 감기 증세가 찾아온다. 토요일(1/29)이 되자 다다다는 드러누워 일어나지를 못했다. 몸살과 고열이 있어,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으실으실 떨기만 했다. 주말내내 쿤의 병간호를 받았지만 좀처럼 나을 기미가 없었다. 별로 호전되지 못했고, 월요일(1/31)이 되어 쿤은 출근을 시작했다. 그리고, 화요일(2/1) 오후 2시쯤 회사에서 집으로 오고 있다는 쿤의 전화를 받았다. 쿤도 감기에 걸린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나에게 옮은 것이었다. 그 때부터 우리 부부의 처절한 투병(?) 생활이 시작되었다. 쿤은 열이 내리지 않아서 수요일(2/2)과 목요일(2/3)에 회사까지 쉬었고, 나는 학교에 가지 못했다. 둘이 누워 자면 침대 시트가 식은 땀에 훔뻑 젖었다. 침대 시트를 갈고 싶었지만, 그걸 갈 힘이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동안도 서로 아픈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둘다 제대로 아팠다..)

입맛이 없어서 제대로 먹지를 못했다. 아플 때는 적어도 한 가지 정도는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짬뽕, 감자탕, 무말랭이......' 족족 먹을 수 없는 것만 떠올라서 괜히 기분만 다운되었다. 현실적으로 구해 먹을 수 있는 일본 음식을 생각하니 둘다 '욱~~ 못 먹겠다!!' 상상만으로 식욕이 떨어져버렸다. 김치찌개를 해먹으려고 하자, 김치가 똑 떨어져 버렸다.ㅜㅜ. 미리 주문했어야 했지만, 친정 엄마가 김치를 보내주시겠다고, 책도 같이 보내주신다며 인터넷으로 사서 집으로 보내라고 하셨는데, 시간을 못맞춰서 설과 겹쳐버렸다. 게다가 우리 집은 자주 조금씩 장을 보기 때문에 다다다가 드러누운 금요일(1/28) 이후 냉장고에는 먹을 것이 없었다.

우리가 한 일이라고는 식은 땀을 흘리며 골골잠을 잔 게 전부인데, 시간이 약이라고...목요일(2/3) 쯤 되자 다다다가 일어나 학교에 갔다. 금요일(2/4)이 되자 쿤이 출근을 했다(37.2도 열이 나는 채로). 하지만, 둘다 몸 상태는 건강할 때의 60~80% 정도였다. 그리고 토요일(2/5)이 되어서 80~90%까지 컨디션이 돌아왔지만, 밥은 넘어가지 않았다.(이러다가 우리 거식증 걸리는 거 아닐까? 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나 다다다는 2월 들어서 밥 구경을 못했고, 쿤은 2월 1일 아침 이후로 밥 구경을 못했지만, 배가 고프지 않았다. 걱정과 두려움속에 오늘(2/6), 여전히 입맛은 없지만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불량주부 다다다가 요리를 시작했고, 밥 세 숟가락을 20여분에 걸쳐 천천히 먹었다.

해외 생활 중 홀로 아픈 것만큼 서러운 게 없다고 한다.
쿤을 홀로 아프게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내가 아플 때 쿤이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하지만, 둘이 아파 며칠 누워 있으니 그 또한 아주 서럽더라.
서로에게 뭔가 해주려고 하지만 해줄 수 없는 그 무거운 슬픔이 참 싫었다.
가끔 눈을 뜨면 헥헥대며 누워 있는 서로를 보는 것도 참 힘빠지는 일이었다.

'어여 일어나' 라고 흔들어도 픽픽 쓰러지고 말던 쿤과 다다다의 악몽같던 매일매일...

둘다 아프다는 건, 낫는 것도 그만큼 더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 상황은 홀로 아플 때와 둘다 아플 때의 상황을 재현해 본 것이다.

상황1> 홀로 아플 때
안 아픈 사람  : 자기야~~ 내가 자기를 위해서 김치 찌개를 끓여지롱..
                        일어나서 딱! 한 입만 먹어봐..
아픈 사람      : 힘이 없어. 입맛도 없어. 못 먹을 것 같아.
안 아픈 사람  : 냠냠, 쩝쩝..아유 맛있어. 이거 진~짜 맛있다. 내 말 믿고 딱 한 입만 먹어봐.
                        자..아~~입만 벌려봐. 내가 먹여 줄게...ㅋㅋ 아~~
아픈 사람      : 아~~(쩝쩝)한 입 먹었으니 이제 다시 누울래.
안 아픈 사람  : 어때? 맛있지? 맛있지? 이거 세 숟가락은 먹어야 약 먹을 수 있어. 
                        자, 딱 두 번만 더 먹는 거야...아~~

--> 한 명의 오바스런 장단에 맞춰 어떻게든 밥을 먹는다.

상황2> 둘다 아플 때
아픈 사람1     :  아, 입맛 없어...(한술 뜨고 나서) 욱~!
아픈 사람2     :  그치? 못먹겠다. 왜 이렇게 입이 쓰지...
아픈 사람1     :  더이상 못먹겠다. 가서 누워야 겠다.
아픈 사람2     :  나도, 나도 눕는 게 낫겠어. 한 술도 안 넘어가..

--> 서로의 힘없이 구겨진 얼굴을 보고 입맛을 잃고는 다시 침대로 간다. 

우리 부부는 굳게 약속을 했다.
다시는 아프지 말자.
그래도 꼭 아파야겠다면, 순서 정하고 차례로 아프자.
같이 아프니까 더 죽겠더라. 
그러니, 절~~~~~대로 같이 아프지는 말자. 
(그런데 쿤이 이번 감기로 3kg 이상 빠졌다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그런 식으로 다이어트 하면 안되거덩~!!)

내일부터 일본찍고 쿤과 다다다의 블로그 일본 이야기 다시 시작합니다. 유후~!! 
여러분 감기 조심하세요.
아프지 마세요. 그리고 절대로 같이 아프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