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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의 일본 유학기

일본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한국으로 가는 일본인

쿤에게는 30살이 조금 넘은 토모미짱(여자)이라는 친구가 있다(오늘 이야기는 일본인 친구 한 개인의 이야기이다).
이 친구의 성격을 말해 보자면, 일단 참을성이 없다, 말이 많다, 적극적이다, 좋은 건 좋고, 싫은 건 싫다고 말로 표현을 한다, 욕도 잘 한다, 길거리에서 남자랑 맞짱도 뜬다(들은 말), 술을 말로 마시지만, 끄떡이 없다(쿤은 20대 중반때 술 맞장을 뜨다가 필름이 끊긴 적이 있다.)..남자같은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인정이 많다, 일본인 특유의 혼네(본심)/다테마에(속내)가 없어서 거리낌이 없다.

다다다가 한국에서 들어올 때 짐이 많다고 하자, 한국 여행 때 일부러 들어오는 날과 항공사를 맞추어
 인천공항에서 만나 같이 들어온 토모미짱과 다다다(맨얼굴인데 올린다고 버럭~!!)

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토모미짱을 여자 깡패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토모미짱이 원래부터 이런 성격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토모미짱은 한국이 1998년에 IMF 로 원화 가치가 폭락하자, 그해 여름 거침없이 한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고 한다. 2년간 어학연수를 하면서 한국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경험했다고 한다. 
어학연수 초기, 토모미짱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고 한다. 토모미짱은 "뭐~ 이런 나라가 다~ 있을까~?"라고 표현했다.

<토모미짱의 한국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 세 가지>
1. 버스와 택시, 그리고 각종 차량의 난폭운전 : 급정지/급출발, 끼어들기, 불법주차, 기사의 욕설 등..
2. 지하철에서의 무매너 : 안방인냥 사용하는 핸드폰, 시끄러운 목소리, 새치기, 불법 잡화 판매원 등..
3. 아파트의 생활 소음 : 윗집/아랫집/옆집의 소음, 마이크 확성기의 트럭 판매원 등.. 

이런 한국에서 2년간 생활을 하면서 토모미 짱의 성격은 180도 변했다고 했다. 변했다기 보다 숨겨져 있던 본능이 발산되었다고 해야하나..그렇다고는 해도 한국 생활에 나름 적응을 했을 뿐, 일본과 다른 생활에 대한 불만은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온 토모미 짱은 예상하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립고 편안하기만 했던 30여년의 익숙한 일본 생활이 낯설고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고, 딱 2년 밖에 살지 않았던 한국이 몹시도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일본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하는 세가지>
1. 버스와 택시, 그리고 각종 차량의 느림보 운전 : 지나친 안전 운전, 저속운전으로 시간낭비, 비싼요금..
2. 지하철에서의 답답함 : 핸드폰으로 전화를 못하는 답답함, 조용한 지하철에서 친구와 떠드는 수다의 낯섬, 지루하기만 한 지하철 분위기 등..
3. 매너만 외치는 일본의 주거문화 : 폐를 끼치면 안된다고 조용하게만 사는 일본인의 주거 생활..
4. 서류중심의 사회문화 : 늦은 일처리, 철저한 원칙주의, 융통성이 없는 생활문화.. 

토모미짱은 한국생활 초기에 느꼈던 불편하고 낯설었던 것들조차 다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또, 한국이라는 나라는 이상하게 중독되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선지 '일본 생활에서는 점점 염증을 느낀다'며, 쿤의 10년 넘는 일본생활에 대해 '이해를 못하겠다'고 했다. '내가 한국인이라면~!! 난 일본에서는 살지 않아' 라는 말을 가끔씩 던지곤 했다.
24시간 싸고 풍부한 먹거리 문화가 있고, 전철표 한장으로 마음 껏 갈아타고 이동이 가능하며, 새벽 2시가 넘어도 활기와 인간의 숨결이 느껴지는 천국의 도시 서울을 놔두고 왜 이렇게 답답한 일본 생활을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일본은 죽은 나라, 한국은 살아 있는 나라" 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쓰며 '삶의 활기'를 주는 한국이 너무 좋고 다시 한국에 가서 살고 싶다며, 오랜 세월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등 한국에 갈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인'인 나와 서로 국적이 바뀐 거 아닌가 오해를 할 정도로 한국을 향한 그리움은 커졌고, 일본에서 한숨 쉬며 직장생활을 했다. 

그런  토모미 짱이, 올봄 드디어 꿈을 이루고 한국에 살러 간다고 한다. 화끈하고 털털한 성격, 한 오지랖하는 다다다보다 한국 친구가 더 많은 문어발 인간관계, 한국의 가족 문화에 금방 낄줄 아는 능청스럼을 알아선지 걱정은 전혀 안된다.
남은 것은, 흥분과 설렘으로 가득한 토모미 짱의 행복한 한국 생활 소식을 기대해보는 것, 토모미 짱과의 이별파티를 준비하는 것 정도일 것 같다.

"토모미 짱, 한국 가서 행복하게 잘 살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