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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의 일본 유학기

일본유학 시절 연말연시가 되면 꼭 했던 알바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새 해를 문전에 둔 이 날이 되면 이상하게도 한 해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훨씬 더 지난 유학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일본의 경우, 연말연시에 연휴인 회사들이 많다. 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올해 같은 불경기에는 12월 23일(목)부터 1월 2일(일)까지 약 10일간 쉬는 회사들이 많다.(쿤이 일하는 회사는 일본회사가 아닌지라 겨우 5일 쉰다. 아~)
이렇게 일본 사람들이 느긋하게 쉬는 연말연시에 쿤이 꼭 했던 알바가 있다.

바로 '야타이(야간포장마차)' 에서의 판매 알바다.

교토 야사카 신사 내의 야타이

야타이에서의 판매 알바는 12월 31일 오후 4시부터 1월 1일 오전 8시까지 16시간 동안 하는 밤샘 알바이다. 찬바람을 맞으며 두손 호호~ 불어가며 "이랏샤이~~"를 외치고, 손님들과 짧은 대화를 하면서 내 가게처럼 일했다. 그에 대한 알바비는 3만엔 + 알파를 받았는데, 아는 사람의 가게였기 때문에 두둑히 챙겨주셨고, 배 고프지 않게 먹을 것도 알아서 준비해 주셨다.

일본에서 이런 알바가 가능한 이유는 일본인들의 연말연시 풍습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일본 사람들은 공공장소에 모여서 카운트다운을 한다. 그리고 그대로 밤을 지새고 아침 일찍 절이나 신사에 가서 새해의 소원을 빈다. 그렇기 때문에 연말연시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다름아닌 절이나 신사이기에 어김없이 야타이가 등장하는 것이다.


쿤이 야타이에서 했던 일은 우동과 감주를 파는 일이었다.
평소 200엔(2,800원) 정도하는 길거리 우동이 연말연시의 야타이에서는 800엔~1,000엔(13,000원) 정도에 팔린다. 커피잔 8부 정도를 채워주는 따뜻한 감주는 500엔(7,000원) 이나 받았지만, 늘어나는 줄을 감당하지 못 할 정도로 불티나게 팔렸다. 16시간 동안 팔리는 감주만 대략 2,000여잔, 돈으로 하면 100만엔(약1,400만원) 정도였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교토 유학생활 7년 동안에 12월 31일에는 집에서 잠을 잔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일본 사람들은 집에서 토시코시소바(年越しそば : 해를 넘기며 먹는 소바)를 먹으며 새해를 맞이했지만, 쿤은 우동과 감주를 팔면서 새해를 맞이했다. 조금 씁쓸하기는 했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직장을 잡고 결혼을 하면서 작년에 처음으로 집에서 토시코시소바를 먹었다.
정신없이 일하고 정신없이 공부하던 시절에는 이런 날이 내게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 만큼 시간도 흘렀고, 주변 환경도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생겼기에 누릴 수 있는 풍요로움이라 생각한다. 

12월 31일만 되면 추위와 싸워가며 동분서주 뛰어다니던 야타이 알바를 7년을 해서일까?(대학원+직장 생활 이후로는 안했으므로 공백도 6년이다)  요즘도 왠지 연말이 되면 '어딘가 야타이에 가서 우동이나 감주를 팔아야 하는데, 내가 이렇게 느긋하게 쉬고 있어도 되는 건가?' 하는 불안감이 몰려오기도 한다. 
토시코시소바를 만들어 먹자고 분주히 준비하는 다다다를 보고 나서야 '이제 더 이상은 안해도 되지. 휴우' 하고 안도의 한숨과 편안함을 느껴보는 것이다. 외로움조차 모르고 줄기차게 달려온 유학시절이었지만, 먹어본 놈이 맛도 안다고 외국생활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가족이 있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지금쯤 어디선가 혼자 연말연시를 맞이하는 외로운 유학생들, 어쩔 수 없이 현실을 위해 생활 전선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유학생들에게 '훗날의 행복한 날을 믿고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 

"유학생 여러분 힘내십시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소중한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연말연시 되시기를 희망해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쿤과 다다다의 일본이야기는 내년에도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