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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 여자들이 생각하는 남친, 남편이란?

한국어를 가르치다보면, 공부 이외에도 한국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나와 공부하는 학생은 대부분 여자이고, 중학생부터 주부까지 연령대도 아주 다양하다.
한류 스타 뿐만 아니라 한국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이미지 때문인지, 그녀들의 주요 관심사는 한국 남자는 정말 그렇게 사랑한다고 자주 말하고 가사를 잘 도와주며 낭만적이냐는 것이다.

일본 남자를 사귀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가늠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지만,
드라마, 주변 일본인, 주어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한국 남자보다는 약하고 소극적인 이미지는 확실히 있다. 그리고, 애정 표현에 상당히 인색하다는 것, 사랑을 위해서라면 뭐라도 할 것같은 열정, 객기같은 건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20대 후반 혹은 30대의 여자들이 지금껏 연애를 해오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하거나 한 두번밖에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일본어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한국의 사랑한다는 말보다 상당히 무겁고 사용하기 어려운 말이라는 이미지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드라마를 봐도, 프러포즈하는 방송을 봐도 '나 너 좋아해. 결혼해 줘' 로 끝난다. 여자가 울길래, 너무 식상한 프러포즈에 실망해서 우는 줄 알았다. ㅋ 그게 감동의 울음일 줄이야..)

그럴때면, '사랑한다는 말도 듣지 못하고 어떻게 사귀어요? '라고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하곤 한다. 지금껏, 가볍게 혹은 무겁게 한 명 이상의 남자들에게 들어왔던, 지금은 의미도 없는 그런 말들이 내 머릿속을 헤집고 지나갔다. 순간 나는 내가 이상한 건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수업이 조금 늦어지거나, 수업 후  같이 식사라도 하게 되면 어김없이 걸려오는 남편의 전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내 남편이 의처증이거나 스토커가 아닌가 생각했다고 한다. 회사에 가 있는 남편하고 심심하면 문자질 한다고 하자, '도대체 무슨 할 말이 있어요? 난 용건 없으면 안 보내는데' 라고 말하며 신기하게 본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연인들이 아침 모닝콜부터 저녁 자장가까지 서로 문자와 전화를 수없이 주고 받는다고 하자, 닭살 돋고, 그런 관계는 너무 피곤하단다.

그럼, 도대체 일본인들에게 있어 연인 관계란, 부부 관계란 어떤 모습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내가 결혼할 때 아니 그 이전부터 자주 들은 이야기는 '한 이불을 덮고 자는게 부부고, 싸워도 등돌리지 말고 자고, 각 방 쓰지 말라'는 주변의 충고와 어른의 가르침이었다.

그런데, 일본에는 2인용 이불이 없다. 이불은 당연히 1인용이고, 부부라도 따로 따로 깔고 덮고 자는 경우가 많다. 일본인 아줌마들에게 물어보니, 그게 편하단다. 게다가, 주말에 남편이 놀러 나가거나 외박하면 자유가 생기는 것 같다 신이 난단다. (킁  (−_−メ)   나 같으면 족쳐서 외박해서 뭐했냐고 군기 잡을텐데...)  또, 사귀는 연인이라고 하면서 연락은 며칠의 한 번씩 하고, 뭐 먹을 때 터치페이하는 커플이 많다.

그러던 어느 날,

아와지시마에 사는 29살의 미혼인 나오코 상과 공부할 때 생긴 일이다.

최근에, 화장실 앞에서 여자 가방을 들어주는 남자에 대한 옹호, 비난 의견으로 떠들썩한 글을 읽은 적이 있어, 겸사겸사 수업 중에 이야기를 꺼냈다.

한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오코상 왈

" 아니, 근데, 뭘 믿고 내 가방을 맡겨요?" 


헐??

그건, 내 이야기의 핵심도 아니었을 뿐더러,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과연 일본 여자들에게 남친이란, 남편이란 어떤 존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