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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가 사는법

남편에게 받은 특별한 장미 백송이에 감동을 받다.

2008년도의 일이다.
그 당시 우리는 결혼한 사이였지만, 나는 한국에서 쿤은 일본에서 각자 일을 하며 두 집 살림을 하고 있었다. 일년동안 같이 산 시간은 여름방학, 겨울방학, 명절과 휴일을 다 합쳐서 3~4개월 정도였다. 대신, 각자, 집에 돌아오면 서로 메신저를 켜놓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생활을 했고, 싸이 업그레이드나 이메일도 연애때처럼 열심히 했다.

어느 날 우연히, 친구의 싸이에 들어가니 백송이의 장미를 흐뭇하게 안고 있는 사진이 걸려 있었다.
사진 밑에는 '내 인생의 마지막 100송이 장미가 되지 않을까?' 라는 멘트도 있었다.


문제의 사진

사진을 보자마자, 연애와 결혼생활을 걸쳐 단 한번도 백송이의 장미를 아니 한 송이의 장미도 선물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서 내 싸이에 사진을 얼른 퍼왔다.

제목은 '쿤은 각성하라~~~!! 나도 백송이 장미를 받고 싶다' 로 바꾸었다.

그 날도 어김없이 집에 돌아온 쿤이 메신저에 나타났다.
몇 분이 지났을까...싸이의 글을 본 듯 했다. 밑에는 코멘트가 달렸다.
 


                                                  위에 있는 댓글이 다다다, 답글이 쿤이다.
                                                              
          
서먹서먹하게 일이 마무리되고 그렇게 2주 쯤 지나 겨울방학이 시작되었고 나는 일본 집에 가게 되었다. 쿤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내가 먼저 집에 도착했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방문을 열자, 침대 위에 뭔가가 놓여 있었다.
자세히 가서 보니, 장미 한 송이와 작은 메모 한 장이었다.



'에게게 겨우 한 송이' 라고 생각을 하며 메모를 집어든 나는 쿤의 센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뒤이어 뭔지 모를 가슴 뭉클한 감동이 찾아왔다. 

메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 꽃의 이름은 장미 백송이 입니다. 사랑합니다 "


퇴근하고 돌아온 권군이 현관을 열자마자 내게 한 말은 이것이었다.

쿤       :   다다다, 이제 장미 백송이 받은거다.

다다다 :  웅..그래그래.

쿤       : (아주 뿌듯해하며) 내가 이 다음에는 장미 백만송이 해줄게.

남편의 센스만점 멘트에 백송이 장미를 해주지 않는 서운함은 일순간 다 날아가 버렸다.
그 어떤 사람이 받은 백송이의 장미보다 더 특별한 감동의 백송이 장미로 남아 있다.

처음부터 나는 백송이나 되는 장미를 받고 싶은 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살림하는 주부들이 다 그렇듯이, 빠듯한 살림에 나 좋자고 100송이 장미를 사서 받은들 마냥 좋다고 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걸 알면서도 막상 '그럴 돈이 어딨어?'라고 하면 서운해지는 게 여자의 마음이다.

어쩌면, 우리같은 아내들이 남편에게 바라는 건 마음이고 표현일 것이다.
연인에게 혹은 아내에게 100송이 장미를 사려다가 가벼운 지갑에 망설이는 당신에게 추천하는 방법이다.

단, 여러번 사용하지는 마라.


여기서 잠깐~~!!

빠질 수 없는 일본 이야기를 안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
나의 이 이야기를 일본 친구들에게 해주면 아주 의아하게 듣는다.

" 한국에서는 장미를 한 두 송이도 아니고 100송이나 선물하나봐~!! "

일본에서는 연인에게 장미를 백송이나 선물하는 문화는 없는 것 같다.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번화가에 나가봐도 한국처럼 연인 선물용 꽃집은 찾아보기 어렵다.
화분을 사거나 꽃을 사는 평범한 꽃집이 대부분이다.
100송이의 꽃이라면 주문하지 않으면 사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꽃값은 몇 배로 비싸다. 100송이라면 상상초월할 가격이 나올 것이다.
한국에서는 데이트가 많이 이루어지는 지역을 돌아다니다보면,
남친에게 꽃을 받아 들고가는 여성을 볼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도 그 때문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