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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의 일본 유학기

일본에서 독도때문에 알바 잘린 사연.

요즘 일본 뉴스에서 빠지지 않는 뉴스가 있다. 바로 중국에서 일어나는 "반일대모"다.

지난 9월, 일본과 중국 사이에 있는 섬(일본명 : 尖閣諸島, 중국명 : 釣魚島) 에서 조업을 하던 중국 선박을 일본 자위대가 나포(拿捕)했다. 일본은 중국인 선장을 구속하려 했으나, 중국이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막자, 마지 못해 중국인 선장을 석방했다. 그 사건으로 중국에서는 반일대모가 거의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분쟁의 섬(지도출처 : 야후 재팬)


영토분쟁의 뉴스를 볼 때마다, 필자는 일본 유학시절 독도를 지키려다(?) 알바를 잘린 사건이 생각난다. 알바를 잘렸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것은 아니었지만, 제법 짭짤한 알바였기에 가슴이 조금 쓰리긴 했다. 어쨌거나 일본에서 한국인으로서 떳떳하게 살아가는데는 여러가지 어려움도 따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던 사건이었다. 

2005년의 어느 날 사건은 터졌다.

그 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한국에서는 일본의 독도 망언으로 시끄러웠고, 일본은 연일 그것을 보도하기에 바빴다. (지금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일 대모처럼 말이다.) 당시, 
후꾸오카에서 지진이 일어났지만, 한국에서 일어나는 대모나, 각종 시위를 보도하는 일본방송은 끊이질 않았다.
독도에 대해서 일본 사람들 거의 대다수가 관심이 없었지만, 한국에서의 반일감정으로 독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한국 여행을 취소하는 사람이 줄을 이었다.

그 때 당시 필자는 대학원에 재학 중이었고, 일본의 모 도시 YMCA에서 일본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일본에서 한국어 가르치기는 다른 아르바이트의 4-5배 정도의 짭짤한 수익이 보장되어, 한국인 유학생이라면 누구나 선호하는 알바중에 하나였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그런던 2005년의 어느 날.. 사건은 터지고 말았다.

YMCA의 각 교실에는 일본 전도가 붙여져 있었다.
그 지도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 국경선이 그려져 있었다.

야후 재팬의 한국-일본의 지도
("일본해"라는 글씨는 눈에 거슬리지만, 일본 발행지도의 국경선을 표시하고자 야후재팬의 지도를 첨부한다)

필자는 자연스럽게 울릉도와 독도 사이의 국경선을 파란색 매직으로 지워버리고, 독도와 오키섬 사이에 빨간 매직으로 국경선을 그었다.

변경 전                                                                        변경 후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주일이 흘렀고, 수업을 하기 위해 YMCA로 갔더니, 있어야 할 11명의 학생들 중 수업을 들으러 온 학생은 두 명뿐이었다. 그 두 명은 YMCA 근처에 사는 사람으로, 오늘 한국어 수업이 없다는 전화를 받았고 무슨 일인가 확인하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수업시간이 되자,,, YMCA의 담당직원(약 50대, 제법 윗 사람)이 들어왔다.
(대화내용은 당시상황을 재연한 것입니다.)

직원 : 지도에 빨간매직으로 그은 거 너냐? (무지 화가 나 있음)
 저   : 예~ 그런데요~~?(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됨)
직원 : 왜 그었냐?
 저   : 아~~ 틀린것을 어린 애들이 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정정했는데요.
직원 : (범인확인을 했다는 얼굴로 방방 뛰면서) 뭐가 틀렸는데?
 저   : (이래저래 설명)
직원 : 다케시마(독도)는 1905년에 일본 시마네현으로 정식 귀속이 됐고, 1952년 센프란시스코 협약으로 일본 땅임을 재확인한 거 알아?
 저   : 에이~ 그건 아니죠. 1905년에 두둘겨 패서 빼앗고, 아저씨가 말하는 센프란시스코는 전쟁 후에 국경선을 나눌 때 울릉도는 들어가고 독도가 안 들어갔으니까 일본 땅이라는 건데, 그렇게 말하면 하와이도 일본 땅, 괌, 사이판, 필리핀, 호주까지 다~ 일본 땅이네요~ (내가 질소냐~)

10분 정도 언성이 더 오갔고, 결국 필자는 해고됐다. 흔한 말로 잘렸다.
옆에 있던 다른 직원이나 한국어를 배우는 아주머니들이 그냥 잘못했다고 말하고 없던 걸로 하자고 했으나, 이미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되어 버렸기에 그럴 수 없다고 했다.

필자는 그 직원에게 다시 물었다.

 저   : 지나가는 사람을 두둘겨 패서 만 엔을 빼앗았다. 그 만 엔은 누구 것이죠?
직원 : (망설임없이) 빼앗은 사람의 것이지. 빼앗은 사람이 잘못이 아니라 맞고 빼앗긴 놈이 바보 아냐?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그 도둑은 잘못이 없고, 도둑에게 털린 집 주인의 잘못이란다. 그 말을 들은 일본 아주머니들은 덩달아 흥분을 했고, 여기서 한국어 수업이 없어진다면, YMCA 에 낸 돈 전액을 돌려달라는 엄포도 놓았다. 하지만, 필자나 그 직원은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고, 한국어 알바를 잘렸다.


그러나~!!
필자는 절대로 잘린 것이 아니다.


직원 : 독도가 밥 멕여주냐? 너는 결국 그 독도 때문에 밥줄이 끊기는데도 독도가 니네꺼라고 우기는 게 우습다. 아무튼 너는 해고야
 저 :  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해고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 스스로 그만두는 것이다.
        한국인의 혼이 담긴 자랑스런 한글을 이렇게 더러운 곳에서 가르치는 것이 수치다.

지금도 일본의 영토분쟁이 나올 때마다, 5년 전 저 사건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