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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일본에서 독거노인의 죽음을 정리하는 사람들

2010 년 10월 22일 9시 54분...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일본 아사히 방송의 "보도스테이션(報道ステーション : 이하, 보스테)"이 시작했다.
보스테는 뉴스방송이다. 산케이나 요미우리 같은 전통 우익 방송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사히의 보스테 뉴스를 즐겨본다. 아사히 뉴스는 객관적 방송을 한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오늘의 뉴스 리스트,,,
가고시마현의 호우를 시작으로, 경제, 사회, 정치, 국제, 스포츠, 그리고 마지막에 특집방송이 이어졌다.

아사히 방송의 2010년 10월 22일(금요일)의 뉴스 리스트
아사히 방송의 보스테 홈피 :
http://www.tv-asahi.co.jp/hst/

쿤이 하고싶은 이야기는 뉴스 리스트 가장 마지막에 있는 "【特集】遺品整理屋が見た孤独死の現場"이다..
한국어로 표현해 보자면, "유품정리인(人)이 본 홀로죽음(고독사)의 현장" 정도라 할 수 있겠다. 뉴스의 촛점은 다음과 같다.


전문내용 : 주인이 죽고, 삶의 손길이 사라진 집을 위족들에게서 의뢰를 받고 정리하는 업자 "유품정리인(人)"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그 배경은 최근 커더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독거노인의 고독사다. 그 누구의 보살핌도 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사정이 있었을까. 연간 300건 이상의 고독사를 접하고 있다는 업자를 밀착취재. 유품정리인(人)이 본 고독사의 현실을 전한다.


방송에서 소개된 사연

<첫번째>


홀로 죽어간 분의 딸이 유품정리를 의뢰했다. 딸이 10살 정도 였을 때, 부모가 이혼을 했고, 딸이 결혼을 하면서 아버지가 혼자 살게 됐다고 한다. 이웃들의 뭔가 썪는 냄새가 난다는 신고로 아파트 관리인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보니, 방 바닥에 쓰러져 돌아가신 상태였다고 한다. 사망시기는 약 보름 전. 딸은 도~ 저히 혼자서는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유품정리인(人)에게 아버지 유품정리를 의뢰했다고 한다.
3명의 유품정리인이 딸의 아버지가 살던 집에서 고인의 유품을 정리한다. 냉장고, 세탁기,  티비 등의 전자제품과 쓸만한 가구들은 전부 재활용되어 리사이클 가게로 옮겨진다. 그리고 고인의 추억이 담긴 것은 유족인 딸에게 전달된다. 약 5시간 정도만에 한 사람이 살았던 방은 유품정리인에 의해 깨끗이 정리되어 텅빈 공간으로 남았고, 현관문의 닫히면서 한 사람의 흔적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두번째>

원룸에서 70대 초반의 여성이 사망했다. 여성은 죽은 지 약 하루 만에 발견됐다고 한다. 30제곱미터(약10평) 남짓한 방에서 외롭게 죽어갔다고 한다. 다리 골절로 인해 약 반년동안 헬퍼의 도움을 받았고, 사람들과의 사교성도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빨리 발견된거 같다고 한다. 이 여성의 집은 2시간 정도에 정리되었고, 그것으로 또 한 사람의 삶의 흔적이 유품정리인으로 하여금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이 여성의 유품정리를 의뢰한 사람은 근처에 살고 있는 70대 후반의 친언니,, 사망한 70대 초반의 여성에게 자식이 있었는지, 배우자가 있었는지는 방송되지 않았다.

방송을 보면서 생긴 의문점

내가 가진 의문점은 "유족이라는 사람이 왜 직접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첫번째 사연의 경우 딸이라는 사람이 아버지의 유품을 업자에게 부탁을 했다. 딸은 결혼을 했다고 하는데, 왜 남편과 함께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지 않았을까..?? 남편에게 있어서 딸의 아버지는 장인이다. 죽어서의 자신의 흔적을 자식이 아닌 업자가 한다?? 아버지의 기분이 어떨까 하는 의문이다.

두번째 사연의 경우 유품정리를 의뢰한 사람이 70대 후반이라는 고령자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 의뢰자의 자식들이 정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한 다리 건너면 남인가..?? 라는 의문이 밀려온다.

유품정리 직업은 일본에만 있는 것일까?

방송이 끝나고 일본 야후에서 "유품정리"를 키워드로 검색을 해 봤다.


아니나 다를까..!! "유품정리", "유품처리", "유품회수" 등의 업자들의 선전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중에는 "유품정리로 걱정이 되십니까~~??" 라는 설득성 멘트도 볼 수 있었다.

한국의 포털사이트에서도 검색을 해 봤다.


한국에서도 역시 유품을 정리하는 업체는 있었다. 그 수는 일본에 비해서는 적었지만, 한국에서도 수요는 있다는 말로 들렸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생겨난 당연한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머리가 복잡했다. 그러면서도, 독거 노인과 같이 가족이 없는 경우를 생각하면 그네들의 뒷수습은 누가 하나라는 걱정도 앞섰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독거노인의 사망이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인생의 막을 닫는 순간, 외롭게 홀로 죽어간다는 것, 자신의 흔적이 남의 손에 의해 정리된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현재, 한국의 고령화 속도 또한 세계 최고라 한다. 의료시설의 발달로 장수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하는 독거노인의 죽음 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 곁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것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바람이 아닐까? 홀로 죽어가는 것도 두렵지만, 내 죽음 뒤에 마지막 남은 나의 모든 것이 남의 손에 의해 정리된다는 것이 그리 반갑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전문업자로 인해 유품이 정리되어지고 있다는 보스테의 뉴스를 통해서 또 다른 씁쓸함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