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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인들의 사고의 깊이는 어디까지인가

일본이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그런 면까지 생각하고 있었다니" 라고 놀랄 때가 있습니다. 마냥, 저만의 생각만 가지고 있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답변이 돌아올 때면 그렇구나 싶다가도 아닌것 같기도 하고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는데요. 그들의 생각의 깊이를 보면서 저에게는 여러가지 의문점이 남고는 했지요. 오늘은 저의 의문점을 여러분과 함께 풀어보고자 합니다.  
 
호텔로 만나러 갈게요.

남편이 대학원에 다닐 당시, 구민회관 같은 곳에서 한국어 알바를 했었답니다. 대개 나이가 지극한 주부가 대부분이었는데 팀을 이루어 돌아가면서 한국을 찾았고, 저는 당시 일본어를 거의 못했지만, 그들을 가이드해주었었죠. 우리가 결혼할 때가 골덴위크(비행기값이 최고조일 때)였는데, 그들은 자비를 털어 결혼식에 와 자리를 빛내주었답니다. 고베에 신접살림을 차리고 나서도, 그들은 신칸센을 몇 시간씩 타고와 우리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자고 갔답니다. 그들이 언제 우리 집을 다시 찾아와도 우리는 오케이였죠.
불현듯 마지막으로 우리집을 찾았던 날 밤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 쿤 상하고 다다다 상도 우리 동네에 놀러와요. 놀러오면 우리가 다 모여서 호텔로 만나러 갈테니까요 "

저는 순간 제 귀를 의심했어요. "그래요. 그래요." 맞장구를 쳐대는 다른 분들의 대화를 통해 잘못 들은 건 분명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습니다. 족히 10명은 되는 그들 누구도 저희를 재워 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대놓고 놀러와서 호텔에서 자라는 그 표현이 귀에 거슬렸던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다가, 여러 일본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방면의 사고가 존재했음을 알게됩니다. 물가가 비싼 대도시의 경우 일본 집은 아주 작은 경우가 많습니다. 재워 줄 방이 없는 경우도 많지요. 한국인의 사고라면, 손님이 오면 주인이 마루에 나가고 안방을 내어줄 정도의 각오를 하는 분들도 있는 걸로 압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들 손님의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일본인들은 손님이 와도 자비를 털어 일부러 호텔로 모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가 편하고자 함도 있지만 손님이 마음편하게 쉴 수 있으니까요.

 일본인들은, "우리집은 좁아서 불편하니까 호텔로 가세요" 라고 해도 기분 나빠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바탕이 된 것이죠. (일본 친구가 일본에 놀러오라고 한다면 집으로 초대하는 건지, 단순히 놀러오라는 건지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집에서 김밥 만들어 먹는 남편의 지인들

지하철에서 함부로 자리를 양보하지 마세요.

처음 제가 일본에 왔을 때, 가장 창피했던 기억은, 지하철에서 나이드신 분이 앞에 타면 용수철 튀듯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는 것이었죠. 그때마다 시선이 저에게 집중되어 난감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보다 더 난처한 것은 양보를 하는 저의 선의를 거절하는 분들 때문이죠. 끝까지 아니라면서 옆 칸으로 피해가기까지 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양보한 내가 잘못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고는 했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참 자리를 양보를 안합니다. 우리 나라 같은 경우는 나이드신 분들이 너무 자기의 권리마냥 자리 양보를 강요해서 그것도 그리 달갑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양보안하고 휴대폰이나 들여다보면서 앉아있는 젊은이들을 보는 것도 마음이 편치는 않더군요.

어느 날, 제가 친구에게 그랬습니다.
"너네 지하철에 자리 양보 좀 안하는 것 같아. 그래서 내가 양보하면 거절해. 왜 그런거야? "

친구가 그러네요.

양보하고 싶어도 못할 때도 있는거라고. 자기 딴에는 힘드실까봐 자리를 양보하려는 좋은 의도만 가지고 시작하지만 양보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당신도 이제 자리 양보받을 나이가 된거야" 라고 대놓고 말하는 것 같아서 망설이게 된다고요.

양보하기 싫어하는 핑계로 들리기도 하고, 정말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하고, 저로서는 참 아리송하더군요. 도대체 어느 정도의 나이, 어느 정도의 외견을 기준으로 나눠야할지도 모르겠고요.

남편이 옆에서 한 마디 합니다.
" 웃기지 말라 그래. 그런말 하기 전에 양보부터 하고 말해라라는 노인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고"

서로를 너무나 배려하다가 오히려 좋은 의도가 행해지지 않은 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짐 좀 들어주세요.

남편과 연애할 때, 결혼해서 2년 간을 한국과 일본을 오가던 때, 제가 일본인들에게 느낀 이미지는 정말 친절하다는 것이었죠. 단순히 길을 물어봐도 그들의 성심성의가 담긴 답변과 친절을 받다보면 감동까지 할 때가 있으니까요. 
한 2년 전쯤의 일일겁니다. 비행기 시간이 애매해서 집에서부터 혼자 공항까지 가야하는 상황이었죠. 큰 캐리어 가방을 들고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는데 꽤 힘들더군요. 짐이 얼마나 무거웠던지, 한 두어걸음 가서 쉬고, 두어걸음 가서 뒤고 정말 거북이보다 더 느린 발걸음이었답니다. 한참을 낑낑대다가 리무진을 타고 한시름 놓고나서 팔다리에 맺힌 근육통을 주무르며 든 생각...그 친절한 일본인들은 다 어디로 간거지?

한국에 도착해 남편에게 하소연을 했어요. 일본인들 하나도 친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내가 바로 코 앞에서 가방을 들고 어쩔 줄 몰라하는데, 건장한 남자들도 바로 뒤에 따라오면서 손 끝하나 움직이지 않았다고요.

남편이 그러네요.
우선, 같은 남자로서 하는 이야기지만, 젋은 여자가 혼자 힘들어할 때 선뜻 다가서기 힘든 게 남자라고요. 그러면서 일본인들은 도와달라고 말을 한다면 성심성의껏 도와주지만, 스스로 다가와 도와주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요. 상대방이 불편해하거나 원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생각해보니, 그들이 친절하다고 느꼈던 그 일들은, 다 제가 도움을 요청한 경우였답니다.



리무진 버스를 기다리는 다다다..너무 힘들어서 뿔났음.
 
 
작년인가요. 출근 길에 이번에는 반대의 입장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하철 역에서 낑낑대고 캐리어를 들고 가시는 할머니를 발견하고 "제가 도와드릴게요" 하고는 캐리어 가방을 쥐려고 하니 할머니가 가방잡은 손을 놓지 않으시더군요. 결국, 도와드린다는 명목은 있었지만, 할머니와 저는 캐리어를 같이 들고 계단을 내려갔답니다. 상상해보시면 알겠지만, 작은 캐리어 가방에 달린 손잡이 얼마나 작습니까. 그걸 같이 쥐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고맙다는 말씀을 연이어 하시면서도 가방잡은 손만큼은 끝까지 놓지 않는 할머니의 태도에 기분이 나쁘면서도, 어쩌면 그 할머니는 내가 돕는 걸 원하지 않았던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았답니다.

친구가 그럽니다.

일본이들은 엉켜들어가는 걸 싫어한다고요. 그래서 웬만하면 나서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일일이 서로의 입장을 따져보고 해야하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이러한 일본인들은 이런말을 참 잘합니다.


당신이 혹시 괜찮다면 ~~
이런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확실히 일본인들의 대화나 사고방식은 우리나라보다는 양방향적이라고 느껴집니다. 내가 좋으면 상대방도 좋겠지라며 무작정 달려들지는 않으니까요. 

그럼에도
저의 의문은 시작됩니다.
과연 일본인들의 한 발짝 더 나아간 그 사고의 깊이는

자기 자신을 위함인지.....

상대방을 위함인지....

모두를 위함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