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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일본인들에게 "사람이 먼저다"를 들려줬더니...

일본 회사에서 받는 진급연수 3일째. 

30명의 진급대상 사원들 앞에서 강사가 말을 꺼냈습니다.


어제 상황극 연출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인상적인 연출을 해 주신 분이 계셔서 소개를 해 드릴까 합니다. 

그 분은 바로 쿤님...!


강사의 말이 떨어지자 29명의 사원들이 일제히 쿤을 바라봤습니다(몰론 저도 놀랐죠.). 다른 사원들이 쿤을 알아본 이유는, 연수 첫쨋 날 24명 : 1명으로 토론을 했는데, 1명이 이겼고, 그 1명이 쿤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토론은 A, B, C 라는 안건을 놓고, 6명 5개조로 나누어 토의를 했는데, A 가 4개조(24명), C가 1개조(6명) 로 갈렸습니다. 시작은 24명 : 6명 이었으나, 토론이 진행되면서 같은 조원이었던 5명이 나가 떨어졌고, 결국 24명 : 1명인 상황에서 1이 이겼으니,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던 것이었죠.


쿤님에게 주어진 연출극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은 모회사의 과장입니다. 당신의 부서는 A, B, C 라는 3개의 팀으로 구성이 되어 있고, 각각의 팀에는 팀장 이외에 5-7명의 직원이 있습니다. 

어느날, C팀의 사원이 C팀장이 계약직 사원(사토미, 여, 28세)을 정신적으로 괴롭힌다며, 귀뜸을 해 왔습니다. 사원의 말로는 계약직 사원이 일을 못 한다며 사람들 앞에서 면박을 주거나, 늦게까지 잔업을 시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르겠다, 나가라, 그만둬라 라는 말도 쉽게 한다고 했습니다. 그냥 보고 있자니 그 계약직 직원이 너무 안스럽다며, 과장님이 나서서 해결을 하시는게 좋을 거 같다고 부탁을 해 온 것입니다. 

과장인 당신,,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시겠습니까? 생각할 시간은 5분입니다.


5분 뒤에 당신은 C팀장(상황극 지도 강사)을 불러 10분간 면담을 하게 됩니다. C팀장은 성격이 급하고, 조금은 다혈질적인 면이 있으며, 과장앞에서도 할 말을 다~ 하는 성격이지만, 기본적인 예의는 있는 사람이며, 당신의 대화 인솔에 따라 반응도 달라지게 됩니다.

참고로, C팀장은 면담을 하러 들어오면서 이렇게 말하고 들어옵니다.


"아이~ 과장님, 바빠 죽겠는데, 아침부터 무슨 면담을 하자고 부르신 거에요?"

이 문제를 받으신 분들은 쿤님 말고도 5명 더 있습니다. 그 분들은 본인의 상황을 되짚어 보시면서 비교해 보셨으면 합니다. 그럼, 비디오 촬영 영상을 보시겠습니다.


문제를 받았을 때는 참 난감했습니다. 이걸 5분 동안 생각하고, 10분 동안 면담을 해서 뭔가 결과를 내라~~ 명확한 답안이 떠 오르질 않더군요. 생각을 하는 사이에 5분이라는 시간은 지나갔고, 이름이 불려서 면담을 하러 들어가면서, C팀장 얘기를 먼저 들어주고, 설득을 하자는 작전을 세웠습니다. 


이쪽으로 않으세요. 상하관계와 면담내용은 다 이해하셨죠? 

면담 상황은 전부 녹화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면담은 제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시작되며, 시간은 10분 이내로 마칠 수 있게 진행을 해 주세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아이~ 과장님, 바빠 죽겠는데, 아침부터 무슨 면담을 하자시는 겁니까?

아~ 바쁜데 불러서 미안.

근데, 무슨 일이세요?

어~ 그게 말야. 여기 저기서 이상한 소문이 들려서 말야. 자네에게 확인 좀 하고 싶어서.

소문요? 무슨 소문인데 그러세요?

자네 팀에 있는 사토미씨 말야. 인간관계나 업무능력,, 이런 저런 것을 종합해서 봤을 때, 어떤가? 

아... 사토미씨요.. 제가 팀장이니까 느낀 점 그대로 말씀드릴게요.

먼저, 사교성이 떨어져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못 하고, 회의때 의견을 말하지도 않아요. 그렇다고 업무적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큰 사고는 안 치지만, 업무적으로 기대 이하라 보여요. 

아~ 그렇구만. 자네가 팀장으로 마음 고생이 많겠구만.

과장님이 그렇게 이해를 해 주시니까 좀 더 노골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 개인적으로는 그만두게 하고 싶습니다. 시간을 많이 줘도 업무적 달성도가 떨어져서 가끔은 팀 전체에게 민폐가 되는 경우도 있어요.

음~  나는 사토미씨랑 직접 업무를 보지 않아서 전혀 몰랐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의외의 면이 있구만.

말하자면 많아요. 근데 누구한테 어떤 소문을 들으신 거에요?

아~~ 지나가다 담 넘어 들리는 소리를 들었는데, 신경이 쓰이더라고.

아~ 그러셨군요. 그런데 과장님. 회사업무를 생각하신다면, 사토미씨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음~ 

그럼 말야, 사토미씨의 장점은 없나.. 뭔가 잘하는 거라든가, 인정한다는 거라든가 말야.

글쎄요. 제가 마이너스 사고라 그런지 특별히 그런 건 못 느겼는데요.


강사가 영상을 멈추더군요. 


자,, 일단 여기까지 보시겠습니다.

쿤님의 과장으로서의 면담, 뭐가 좋았을까요? 

먼저, 사토미씨의 일을 귀뜸해 준 C팀 사원에 관련된 어떠한 것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부하 직원인 C팀장에게 강요를 하거나, 윽박을 지르는 것이 없었고,, 오히려 C팀장의 입장에 서서 C팀장을 이해하려는 모습이 좋아보였습니다. 

(중략)

하지만, 제가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여기부터 입니다. 보시죠


강사는 일부분을 건너 뛰고, 6분 중반대부터 다시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C팀장~ 잘 들어보게. 

사토미씨는 지금 우리과 같이 일하는 동료이자 부하직원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

그렇죠. 사실이니까요.

그럼, 사토미씨가 이 회사를 나가는 순간....!!  "고객"이 된다는 거,, 아나?

....고객요?

직원인 사토미씨에게 하는 말을, 사토미씨가 고객이 됐을 때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겠나?

....글쎄요. 그건 좀..


(쿤이 C팀장에게 선서하는 자세로 손바닥을 펴 보이며) 자, 뭐가 보이나?

네?

보이는 거 다~ 말해 보게.

네,,, 손, 손바닥, 손끔, 지문, 손가락 마디, 정도..요.

그래? 내 눈에는 말이지, 손, 손등, 손톱, 굳은살, 핏줄이 보이네. 

보는 건 내 손인데,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서 보이는게 다르지 않나? 

그렇죠. 보는 각도가 다르니까요.

그럼 사토미씨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면, 좀 다른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


지금은 상사와 부하직원이지만, 훗날 직원과 고객으로 입장이 바뀌어 만날 경우를 생각한다면, 난 말야,,, 일보다도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네.

..사람요..... 네.. 노력해 보겠습니다.


영상은 9분이 안 되서 끝났고, 조용~해진 강의실 적막을 깨며 강사가 말을 이었습니다. 


자,, 어떠세요.

2분도 채 안되는 짧은 조언이었지만, 듣는 이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 조언이었습니다. 

(다른 사원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에..)

그런데, 마지막에 사람이 먼저라는 말은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인가요?

아~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이 있는 데, 그 분의 인생철학인 거 같더라고요.

처음 저 말을 접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까, 뭘 하든 지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겠더라고요. 상대를 존중하고, 등급이나 계급이 아닌 인간대 인간으로 대하고, 뭘 하든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면, 생각지도 않은 많은 것들이 따라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조금 흉내를 내 볼까 하는 마음으로...ㅎㅎ

오호.. 그런 분을 저는 왜 몰랐을까요?

아.. 그게 한국의 정치인이라 잘 모르실 거에요. 2012년에 대선때 패하시고, 지금(2016년 가을)은 은퇴를 하셨나 그래요.

정치인요? 정치인을 존경하는 게 흔치 않은데,,, 그런 분이 은퇴를 하셨다니...

아니, 은퇴가 아닐 수도 있어요.

근데, 참 의미는 있네요. 사람이 먼저다... 


(다른 일본인 사원들도 끄덕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