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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한국과 일본의 키에 대한 민감도 차이

얼마 전, 한남일녀 커플인 아짱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 다다다 궁금해서 그러는데 한국 사람은 키가 많이 중요한가 봐? "

 

갑자기 그건 왜? "

 

" 아니, 우리 남편이 리츠키(아들 이름, 만 2살 반)가 키가 너무 작다면서 걱정을 하더라고. 그러면서 여자는 173cm, 남자는 188cm(나보다 어린 아짱의 남편 분. 세대 차이일까? 이상형 이렇게 커졌다니??)은 되어야 한다는 거야. 근데 다다다 생각을 해 봐. 남편은 172cm, 나는 158cm이야. 우리 애가 188cm이 되겠냐고. 우리 가족, 남편의 가족 내력을 봐도 188cm은 절대 무리라고 봐. 현실적으로 안 될 것 같은데 매사 키가 무슨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집착을 하고 그런다니까..이런 사람은 남편이 처음이라서...한국 사람들이 다 이런가 싶어서 물어보는 거야"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한국에 살았을 때 겪었던 키에 대한 많은 일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한국에서 이상형을 말할 때 키는 구체적으로..

 

미혼 시절 친구들과 연예, 결혼 이야기를 하면서 빠지지 않는 게 바로 키였던 것 같다. 이상형을 말할 때는 구체적으로 몇 센티 이상이라고 꼭 집어 말하고, 사람을 소개해 줄 때도 '혹시 키 봐? ' 라고 묻거나 '다른 건 완벽한 데 딱 하나 단점(왜??)이 있는데 키가 좀 작아' 라고 묻지도 않는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이 좋아요?' 라는 물음에도 키는 종종 등장하고 때로는 이성을 고르는 데 있어 키가 1순위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는 키 때문에 진로를 바꾸기도 

 

내 한국 지인 중의 한 명은 메이저 방송 아나운서 시험 최종에서 2번이나 탈락의 고배을 맛봤는데 ' 지성과 미모는 겸비했으나 키가 작아서(157cm)' 라는 관계자의 말을 듣고, 마음을 접고 케이블 방송쪽으로 갔다고 들었다. 그녀를 제치고 붙은 아나운서들의 키가 적어도 그녀보다 10cm는 큰 것을 보고 '진짜구나' 했다. 일본의 아나운서는 지성과 미모를 갖춘 것은 상당히 비슷한데 키는 아담하고 귀여운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키에 예민한 나머지 이런 오해를 사기도

 

5년 전 한국에 갔을 때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친구네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갓난 아기를 처음 보고 신기했던 나는...

 

" ..진짜 작다...와 이렇게 작은 줄 몰랐어..."

 

친구가 갑자기 살짝 버럭하며..

 

" 우리 애 그렇게 작지 않거든...50센티에 3.4키로로 태어났는데 뭐가 작아.." (그게 아닌데...ㅜㅜ 작은 모습에 감동 받았을 뿐.... '작다'를 너무 연발했나 보다.  미안!! 친구. )

 

 

비단 이것 뿐이겠는가..한국에서 키는 늘 단골 화두에 오르는 단어인 것 같다.  

 

아짱의 질문을 들었을 때, 문득 내가 일본에 사는 동안에 키에 대한 화두를 많이 잊은 채 지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나 역시 그녀의 남편처럼 내 아이의 키 만큼은 꽤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 또한 떠올릴 수 있었다. 

 

 

키에 대한 민감도 소아과에서부터 차이가

 

몇년 전일 것이다. 후배가 아들 정기 검진에 다녀왔는 지, 결과를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린 적이 있었다. 사진에는 몸무게, 키, 가슴 둘레가 적힌 곳 옆에 의미를 알 수 없는 어떤 숫자가 괄호 안에 적혀 있었다. 후배의 설명에 따르면, 괄호 안에 숫자는 현재 키가 100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몇 위 정도인가를 의미한다고 했다. 후배의 아들은 상위 5프로 안에 든다며 자랑 아닌 자랑도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수치화 해서 비교 한다는 사실에도 놀랐지만, 키가 작은 편에 속하면 의사 선생님에게 잔소리도 듣는다는 말에 더욱 놀랐다(그래서일까? 육아 사이트에서도 아이 키가 거의 100명 기준 하위인데 어떻게 하면 키를 크게 할 수 있느냐는 엄마의 고민이 담긴 글들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당시 나 또한 아이의 정기 검진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긴장한 채로 일본 소아과에 갔다. 키, 몸무게 등을 잰 결과를 보고, 의사 선생님은 정상 범주에 해당 되는 분포도를 가리키며 이 안에 들어가니 큰 문제가 없다고만 했다.  좀 키가 작은 편이어서 걱정이라고 했더니 식사 거르지 않고, 잘 뛰어 놀고, 아프지 않고, 키가 크고 있는 게 보인다면 걱정은 필요없단다.

 

키에 대한 질문이나 비교의 태도도 달라..

  

서너달 전 나는 콩이를 데리고 한국에 다녀 왔다. 콩이가 좋아하는 찜질방에 갔을 때이다. 어머니 뻘 되시는 분이 콩이를 보고는 몇 살이냐고 물었고, 콩이는 5살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 아이고...애기가 밥 좀 많이 먹어야 겠다. 너무 작은데...우리 손자가 지금 4살인데..비슷한가? 아니 더 클 것 같은데......밥 좀 많이 먹어...아가...."

 

한번이면 족하겠는데.... 키즈 카페에 갔을 때, 전철을 타고 아이와 이동할 때 비슷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친척 집에 갔을 때에도 애 좀 많이 먹이라는 둥, 키 좀 크게 노력해야 겠다는 둥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많이 들어야 했다.

  

사실, 일본에서도 밖에서 길가다 아이들을 만나면 몇 살이냐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고, 아이 친구들 엄마와도 키와 몸무게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키가 작다느니 말랐다느니 우리 애는 키가 얼마냐느니 하는 비교나 밥 좀 먹어야겠다는 등의 잔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나 스스로도 우리 아이가 작다고는 생각했지만, 막상 한국에 가서 많은 잔소리를 듣고 오니 내심 마음이 무거워지고 죄인이 된 것 같았다.

 

이런 나에게 콩이의 보육원 선생님은

 

" 어머니...작으면 어때요? 여자 애들은 작아야 귀엽죠..."  라고 나를 위로했고,

 

우리 한국어 교실 학생은

 

" 선생님, 우리 우리 딸이 중 3인데요. 유치원때부터 초등학교 때까지 키가 전교에서 제일 컸어요.  저는 진짜 이러다 180 되는 거 아닐까 걱정까지 했다니까요. 근데 그 키가 그대로 멈춰서 지금 162예요. 우리 애 보다 작았던 애들 더 많이 크고...지금이라도 좀 더 커주면 좋겠지만 어쩌겠어요. 아이 때 키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끝까지 커 봐야 안다니까요."  라고 나를 위로했다.  

 

키에 대한 열망은 다 똑같다.

 

한국어 교실 학생들(대부분 50~60대임)이 자신들이 자식을 키우면서 겪었던 키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모로서 자식의 키를 걱정하고 욕심을 내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다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욕심의 정도는 상당히 달랐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이 정도면 걱정안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키라도 한국 사람들은 남보다 작아서 걱정을 하고 어떻게 더 키울까를 걱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짱의 남편이 말한 이상형의 키는 일본에서는 넘사벽으로 꿈도 안 꾸는 것 같았다.)

 

키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려는 태도에도 차이가 컸다.

 

한국인들은 아이 키를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 (이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나도 애엄마다보니  이해는 된다. )영양제를 먹이고 성장 클리닉에 보내는 등 갖은 노력을 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일본에서는 약을 먹인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고(일본에서는 아이에게 그 흔한 영양제도 거의 안 먹이는 것 같다.) 성장 클리닉도 별로 없을 뿐더러. 문제가 있으면 가는 곳이지 단지 좀 작다는 이유로가는 곳은 아닌 듯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일본 사람들이 한국 연예인 들의 훤칠한 키에 '멋있다'를 연발하고 열광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그건 어디까지나  연예인일 뿐이고..현실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크면 고마운 것이고 작으면 작은대로 매력이 있지 않느냐고 인공적인 노력은 거부 반응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 놓는다.

 

 

한국과 일본의 결정적 차이는 이것

 

한국과 일본에서 살아보면서 직간접적으로 차이를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찌보면, 이런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 단지 국가 뿐만 아니라 개인 차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이거 하나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은 키에 대해 너무 대놓고 말한다는 점..그게 칭찬이든 아니든 말이다. 

 

각자 이상형의 키가 있다면 마음 속에만 두자.

아이들의 키를 수치로 비교하고 닥달하고 잔소리 하는 것도 그만 했으면...ㅜ.ㅜ  

 

 

마지막으로

 

키에 대해 한국이 민감하다느니 일본이 어떠느냐니 주절거리고 있는 내 글을 보고, '너야말로 키에 민감해 보인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남겨본다.

 

그 말이 정답이라고..ㅋㅋ

 

아무리 키에 대해 조금 여유로운 일본에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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