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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의 일본 이직기

(04) 일본 이직 첫걸음 -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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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의 블로그 공백기에 있었던 이직에 대해 연재중입니다.


 (01) 세계적 불황에 실업자가 된 쿤

 (02) 이직으로 타지생활에 내몰리는 일본 남성들 

 (03) 43시간의 결혼기념일

 

 

 

(일본내 이직스토리 04) :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


사업을 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기분 전환으로 떠난 하와이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것도 비행기 안에서,,, 다다다가 던진 뜻밖의 말, "자기 취업해라". 물론 많은 생각끝에 내린 결정이고, 어렵게 꺼낸 말이라는 걸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직"이라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40이라는 나이를 코 앞에 두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조차 이직의 마지노선이라 부르는 불혹의 나이 40. 게다가, 외국인이라는 신분과, 이직에 있어서 그 어떤 정보도 없는 미지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 걱정이었죠. 그리고, 사업을 하겠다고 계획 다~ 세워놓고, 5년간의 로드맵까지 작성했던지라,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다다가 결정타를 날리더군요.


"많은 사람들한테 취업상담도 해 드렸으니까 잘 할 수 있지?"

"해야지. (그런 내가 경험한 신입사원 취업이고, 이직은 나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라고....)"


이렇게 해서 일본내에서 이직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저는 방문을 걸어잠그고, A4용지 500장 묶음과 볼펜 하나를 올려놓고,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으나, 종이를 한장 꺼내서 적었습니다.


goal : 일본내 이직


그리고, 나 자신에게 문답식으로 적기 시작했습니다.
(끄적거린 종이가 있어서 정리해 봤습니다.)

●뭘 해야지?
   → 이직.
근데 어떻게 하지?
    글쎄, 방법을 모른다 말이지. 
모른다고 그만 둘 수는 없잖아?
    그렇지, 방법을 찾아야 겠지.
방법을 알면 쉽게 이직이 될까?
    뭔가 어필을 해야겠지.
내가 할 수 있는게 뭔데?
    반도체 공정 엔지니어
그게 다야?
    10년간 엔지니어, 그 이외에는,, 할 수 있다기 보다는 여러 분야 공부 좀 했다는 거?
그게 뭐지?
    전기, 전자, 로봇, C언어, 비행기 정비, 일반 이공계 분야의 기초 지식 정도
그 어정쩡한 지식으로 40세에 이직이 될까?
    된다고도 안 된다고도 못 하겠지.
그럼 자격증은 뭐가 있지?
    글쎄, 한국에서는 꽤 땄는데, 일본에서는 면허증 이외에는 없네.
어학 점수는 ?
    그것도 N1 고득점 이외에는 없고, 그 마저도 십수년 이전에 딴거라 성적표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네.
영어 점수는 ?
    공식점수는 없고, 학생시절 학교에서 실시한 토익 모의테스트 한번 본 거.
  근데, 논문이나 메뉴얼 정도는 읽고 쓰기 되고, 회화는 여행 다닐 정도..?

저 자신과의 대화 내용을 종이에 생각나는 대로 적어 내려갔습니다.
그 내용을 정리해 보니, 저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게 되더군요. 그리고, 이직분야를 추릴 수 있었고, 이직 활동의 전략(?)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일부 내용을 적어봤습니다.

(이직활동의 신념)
1. 40세 목전의 이직활동이다. 백수가 될지라도, 적당히 타협하지 말자. 
2. 간사이 지방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이직을 한다. (간사이를 벗어난다면 길이 넓었음에도)
3. 6개월 동안 죽어라 해보고 안 되면, 깨끗이 포기하고 사업한다.

(이직분야)
1. 반도체 공정 분야
2. 메카트로닉스 분야
3. 최악의 경우 사업

(앞으로 해야 될 것)
1. 일본인들의 이직활동 방법 조사
2. 일본 기업체의 40세 구인상(40세에 이직하는 사람에게 뭘 원하는지) 조사.
3. 면접연습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①간사이 지방은 전공과 관련이 있는 기업은 갈 마음이 없더라도,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정보를 수집한다.
   ②교통비를 지급하는 기업은 원거리(장거리)라 할 지라도 무조건 이력서를 내서 면접을 본다.

물론 객관적으로 정리를 한다고는 했으나, 이게 이직 활동에 통할지도 불분명했습니다. 거의 하루 동안 정리를 했고, 그 내용을 다다다에게 보여주며,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다다다야. 잘 들어봐. 
나 이번에 이직활동 한다. 그건 니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도 있지만, 나이 40을 목전에 두고, 나 자신을 평가해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는 거야. 그러니까, 기왕에 하는 거 목숨 걸고 한다는 생각으로 할 거라서, 적당한 타협으로 이직하는 일은 없다. 그러다 보면, 갈 데 없어서 백수가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데,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정말 만약 그렇게 된다면,,,,그 때는 사업을 한다. 그렇다고 사업을 염두하고 하는 말은 아니고, 내가 원하는 직장이 아니면, 또 다른 길을 가겠다는 거야.

일종의 선전포고였습니다.
다다다는 흔쾌히 OK를 했고, 당연히 잘 될 거라서 걱정하지는 않는다 하더군요.
나중에 다다다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정리가 확실히 되어 있었고, 하고자 하는 것이 뚜렷해서 마음이 놓였다, 사업할 일은 없겠구나 하고요..

여튼 쿤은 40세 목전의 이직활동을 앞두고 저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그래서 지금 사업을 하냐구요?
조금만 더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