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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인이 궁금했던 한국인 습관

다다다는 일본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재는 한국에서 발행한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 고유의 표현이나 문화까지도 같이 가르친답니다.


어느 날이었어요.

한국어 표현을 연습하는 시간이었는데 한 학생이 질문을 하더군요.

 

" 선생님, 이 표현이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

 

학생이 질문한 교과서 내용은 바로 이 문장이었어요.

 

집에 돌아온 다음에 손과 발을 깨끗이 씻어요.

 

단어도 문법도 그리 어렵지 않은 평범한 문장이었기에 

 

" 아, 그러세요? 구체적으로 어디가 이해가 안 되시나요? "

 

학생 왈,

 

" 일본에서는 집에 돌아온 다음에 손은 씻어도 발은 잘 안 씻거든요. 발을 왜 씻는지 이해가 안 돼요."

 


저는 순간 좀 당황했습니다. 왜냐하면, 한번도 저 문장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거든요. 저도 집에 돌아가서 반드시 발까지 씻는 습관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누군가가 집에 돌아가서 발을 씻는다고 해도 별로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집에 돌아가면 손과 발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는 생활 습관 교육도 많이 받았고, 실제로 집에 돌아가는 즉시 손과 발을 깨끗이 씻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도 많이 봐 왔으니까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비슷하지만 다른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자주 듣는 귀가 후 생활 습관 표현은

 

" 집에 돌아온 다음에는 손을 깨끗이 씻고 입을 깨끗이 헹군다"


바로 이것입니다.

 

저 질문을 한 학생도 그러더군요.

 

"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손을 씻고 입을 헹궈야 한다는 표현은 많이 듣는데 발을 씻는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어요."

 

물론 귀가 후 발이 너무 더러운 상황이라면 씻을 수도 있지만, 굳이 일부러 목욕하기 전까지는 씻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는 반대로 (요즘은 또 모르겠지만) 귀가 후 입을 헹궈야 한다는 건 교육받은 기억이 별로 없는데

여러분들은 어떠신지...겨울철 감기 예방을 위해 입을 헹군다 정도는 들어본 것 같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저는 나름대로 한국집과 일본집을 살아보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점을 하나 캐치했어요.

 

한국집은 예나 지금이나 쓸고 닦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특히 걸레질 참 열심히 하지요? 우리 엄마도 청소기만 돌리는 건 뭔가 청소를 반만 한 기분 같다고 자주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아침 저녁 쓸고 닦고 한 집 안에 바깥을 누빈 더러운 양말을 그대로 신는 것도, 양말을 벗고 그대로 걸어다니는 것도 한국에서는 그리 좋은 매너는 아닐 거예요.

 

 

제가 가르치는 일본 사람들은 대다수 주부입니다. 청소기는 돌려도 걸레질은 거의 안 한다고 하더군요. 아예 안 한다는 사람도 반 이상이었고요, 가끔 한다는 사람도 진짜 소수(그것도 심각하게 좀 더러울 경우)... 자주 한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청소는 잘 못하지만, 걸레질 한 뒤의 상쾌함을 좋아하는 편인데요. 일본 생활하면서 걸레질을 잘 안하게 됐어요. 섬나라라서 한국 만큼 먼지가 많지도 않고, 2층 단독에 살다보니

1층만 청소기 돌리는 것도 벅차답니다.

 

한국도 요즘은 마룻바닥 많이 하니까 좀 바뀌었을 지도 모르겠네요. 어떠신가요?

일본에서는 마룻바닥은 물청소 자주 하는 게 안 좋다고 매일 하는 걸 만류하는 경우도 많아요.

저 또한 마루 시공업자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었고요. 

 

그리고 일본 집은 겨울에 바닥 난방이 일반화 되어 있지는 않지요? 슬리퍼 생활 많이 합니다.

집 구석구석을 깨끗이 쓸고 닦는 생활이라기 보다는 약간 깨끗한 사무실에 사는 느낌...

이런 생활을 하는 일본이다 보니,,,어쩌면 발 닦는 게 이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으로 이건 어디까지나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에요.

한국인이라도 한국인 나름이고 일본인이라도 일본인 나름이지요. 그 차이는 감안해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