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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일본인 동서가 한국 회갑문화에 놀란 4가지

회갑...!!!

육십 갑자가 다시 돌아온다는 뜻으로 61세의 생일을 뜻하는 날이라고 합니다. 만 60세에 해당하는 나이인 회갑은 일본에도 있지만 환갑잔치는 없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아니, 한국처럼 거창하게 잔치를 하는 문화가 아니라고 하는게 맞을지도 모르겠어요. 주변의 일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60년 만에 돌아오는 갑자라 의미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 나이를 기념하는 행사는 없다고 해요. 이벤트를 한다면, 모여서 가볍게 식사를 하거나 가족여행을 가는 정도라고 합니다.

(한국도 요즘은 가볍게 식사만 한다고 합니다만, 잔치를 열어드리니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이러한 일본 사회에서 태어나서 30년 이상을 보낸 일본인 동서...!!! 저에겐 하나뿐인 동서가 바라보는 한국의 회갑문화는 어땠을까요...?? 많이 놀라고, 신기하고 재미있기도 한 모양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회갑잔치"라는 말에 놀라다......!!!!

"제수씨..!! 10월 말에 한국에서 어머니 회갑잔치를 할 예정이에요.."
"잔치요? 그게 뭐예요.."
"글쎄요. 일본어로 하자면, 回甲祝宴이라고 해야하나... 60년에 한 번 어쩌고 저쩌고....."
"와~ 한국에서는 그런 풍습도 있나봐요. 저희 아버지 어머니는 그냥 평범한 생일이었는데....."
"여튼 친지들이나 부모님 친구분들 모시고, 작~게나마 파티 한 번 하려고 해요."
"파티요..?? 와~ 재미있겠어요.. 한국의 파티가 기대돼요.. 그런데, 작게라면 몇 명 정도나 오나요.?"
"글쎄요~ 100명 정도만 하려고요.."
"헉!! 100명??" (일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랍니다.)

지난 봄에 쿤이 동서네 가족을 불러놓고 시어머니의 환갑잔치를 한다는 것을 알렸답니다. 한국의 잔치가 뭔지도 모르는 동서에게 회갑잔치를 설명하자니 답답했는지, 비슷한 말로 파티라는 말을 하고 넘어갔더랬죠.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당시 동서는 클래식이 은은하게 들리는 넓은 홀에서 예쁜 드레스를 입고 와인을 마시며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현대식 파티를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켁..!!!

여튼, 동서는 한국의 회갑잔치라는 말에 놀라면서도 흥미와 기대를 갖는 눈치였습니다.



한복을 맞춰입는 모습에 놀라다......!!!!

일본에 살고 있는 쿤과 다다다는 한국에서 행사를 치를 때면, 인터넷과 전화로 행사준비를 합니다. 여기 저기 행사장을 알아보고, 인터넷에 올라있는 후기도 읽어보면서 꼼꼼하게 준비를 하죠. 그리고 행사준비가 갖추어지면, 분위기도 알아보고 예약을 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가서 최종 상황을 점검합니다.
이러한 모든 준비를 마춰놓고 환갑잔치를 하기 위해 지난 10월 19일에 한국에 들어갔더랬죠.

한국의 집에 가서 보니, 인터넷으로 주문해 놓은 한복, 오시는 분들께 나눠드릴 답례품 등이 다~ 도착해 있더군요.
커~다란 박스로 도착해 있는 한복 박스를 본 동서...
"이게 뭐예요?"
"한복이요. 일본에 기모노가 있다면, 한국에는 한복이 있죠."
"근데 이걸 왜?"
"내일 파티 때 이걸 입을 거예요."
"같은 디자인에 같은 색이잖아요."
"부모님 형제들, 자식들 별로 나눠서 색깔을 맞춰서 입어요. 내일 한복 입는 사람만 30~40명 정도 될 거예요."
"캑!! 그렇게 맞춰 입는 거 학교 교복 이후로 처음이에요..ㅎㅎ"



밴드와 국악인은 친척?

회갑연이나 고희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분이 있다면, 밴드와 국악인일 것입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서 팡파르나 음악을 연주해 주시고, 재미있게 행사를 진행하시면서 손님들을 불러내서 노래도 시키시곤 했죠. 국악인의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진행과 농담, 웃는 모습에 우리 동서는 국악인이 친적이라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럴만도 했던 것이, 일본에서는 행사를 진행하는 사람을 부르면 딱딱한 격식을 차려가면서 실수하지 않고 원만하게 행사를 진행하려 하는데, 한국 회갑연의 국악인은 몇 년은 알고 지낸 사람처럼 행사를 진행해 주니 오해를 했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친척 중에는 재미있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대요.



마지막으로 스킨십에 놀라다.ㅋㅋ

회갑연 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어릴 때 이후 가장 많이 부모님과 스킨십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손잡으세요. 안아 드리세요. 볼에 뽀뽀해 드리세요. 업어 드리세요...등등등...스킨십이 익숙한 손자, 손녀부터 별로 그렇지 못한 장성한 자식과 친척까지 평소에 스킨십 안했던 관계였어도 이 날 만큼은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기쁨 마음으로 잡고 업고 안고...어떤 거부감없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느낄 수 있는 날이었던 것 같아요. 이를 본 동서...깜짝 놀라더군요. 일본에서는 성인이 된 이후 부모 자식 간에 스킨십은 거의 없다고 하네요. 설사 그것이 부모님의 잔치라고 해도 말이죠. 시키는 이도 없고 하는 이도 없을 거랍니다. 한국은 그런 면에서 서양의 문화와 닮아 있는 것 같다나 뭐라나..

그 밖에도 평소 조용하고 진지하기만 했던 쿤이 회갑연 행사 당일에 부모님 앞에서 재롱피고, 망가지고, 시키는 거 다~ 하면서 사람 웃기고 하는 모습을 보고서는, 평소 자기가 생각했던 아주버님이 아니라고 놀라더군요. 게다가 시동생까지 쌍으로 같이 망가지는 모습에 결혼해서 처음 보는 모습이라며 신기해 하고 즐거워했답니다.

동서의 말을 들으니 한국의 가족문화는 "우리"라는 울타리로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녀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과 헌신을 하시는 부모님. 그러한 부모님이 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고 할까요?

물론, 한국도 점차 회갑잔치 문화는 사라지고 있지만, 그래서일까요? 준비하는 내내 힘들고 마음이 무거웠지만, 막상 해보니 부모님께 참 좋은 추억이 되더군요. 일본인인 동서에게는 물론 낯설고 신기한 체험이었겠지만, 생각해보면 토종 한국인인 저에게도 참 특별한 경험이었답니다. 물론, 동서만큼은 놀라지 않았지만요.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