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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한국어 배우는 일본인에게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일본에서의 한류..!!
일본에 사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한류는 굉장하다', '아니다 별로다'는 말이 오가곤 합니다.. 사람에 따라 사는 환경이 다르고 인간관계가 다른지라 누구의 말이 옳다 아니다 라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제가 생각하는 일본에서의 한류는 '굉장하다' 쪽에 무게를 둡니다..
여기서 말하는 한류란, 노래나 드라마, 영화와 같은 문화적인 면을 넘어서 한국 여행, 일본내에 퍼져가는 한국 관련 상품과 한국식 가게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한국과 관련된 유형/무형적인 가치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한류와 함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한국어'입니다.. 일본인들 중에는 적게는 10대부터 많게는 80대가 넘으신 어르신들까지 한국어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중고등학교에서는 한국어를 제 2외국어로 선택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일본의 대학에서도 한국어 강좌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다다도 여러 개의 한국어 강의를 뛰면서 수많은 일본인들과 만나고 있으니 한국어의 바람은 한 동안 계속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말하는 쿤도, 유학생 신분이었던 시절에는 그룹과 개인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한국어 강의를 했었지만, 직장인이 되고 나니 주말은 쉬어야 겠다는 귀차니즘이 생겨서 한국어 강의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런데, 지인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40대 중반의 여성 한 사람(이하 M씨)만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로가 바쁘다는 이유로 한달에 2번 정도만 합니다..  한국어 강의의 알바비는 그냥 점심 한끼 얻어먹는 걸로 강의료를 대신합니다.. (아는 사람이 무섭다는 말, 실감합니당..ㅎㅎ)  


지난 5월 27일...
그 날도 M 씨를 만나서 점심을 먹고 한국어를 가르쳤습니다.. 공부하는 횟수는 적지만, 제법 열심히 공부하는 M씨 입니다.. 공부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M씨가 CD 하나를 꺼내며 말을 합니다..

선생님.. 제가 나쁜남자 김남길씨 팬인데요.. 이 CD의 일본어 버젼을 구할 수 없을까요..??

뭔가~ 하고 봤더니, 나쁜남자 OST 였습니다..
M씨는 노래 가사의 뜻을 모르는게 많다며, 일본어 해설판을 구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글쎄요.. 일본에서 구할 수 없으면 없는거 아닐까요..??
아니 이 참에 직접 만들어 보세요.. 사전 찾아가면서 공부도 하고, 듣는 연습도 하고,,,
그럴까요..??


그렇게 말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6월 9일에 다시 만나서 점심을 먹고 공부를 하였더랬죠..
그리고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갈 준비를 하는데, M씨가 어렵게 말을 꺼냅니다...

선생님.. 나쁜남자요.. 제가 해석을 해 봤어요.. 그런데, 양이 좀 많아요..^^;;
그래요..? 괜찮아요..

그런데,,
M씨가 건낸 것은 종이 한 두장이 아니라 22장이나 되는 뭉치였습니다..(헉..!!)
그리고는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고쳐달라고 합니다..(캑..!!)


종이를 받아들고 저도 모르게 "와~ 많네요..^^;;" 하고 웃었더니, 겸연직한 미소를 짓습니다.. 


게다가 한국어 가사를 달고, 또 다른 페이지에는 일본어로 해석을 해 놓았습니다..


헉....!!
게다가 뒷면에는 모르는 단어까지 적어놓았습니다.. 대단합니다..(흐미)..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 9시가 넘어야 퇴근을 하고, 집에와서 밥 먹고 씻으면 밤 12시라는데, 언제 저 많은 것을 다 썼는지 그 정성에 감동도 밀려옵니다만,,,,,
가뜩이나 할 일이 많아서 정신이 없는데, 매일밤 20장이 넘는 문장을 첨삭하느라 쿤은 아~죽 죽을 맛입니다..

열심히 공부하라는 뜻으로 번역해 보라고 했는데, 이렇게 해 올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냥 일본어 판을 구해줄 걸 그랬나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