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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한국은 '어버이 날', 일본은 '어머니 날'과 '아버지 날'

지난 5월 8일은 어버이 날이었다.
그런데, 우리 부부는 어버이날을 까~맣게 잊고 지나갔다. 아니 전화를 하면서도 어버이날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다시 한번 반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깜빡증(?)은 해외에 사는 한국사람이 쉽게 범하기도 하는 실수(?)이기도 하다. 한국과 다른 달력, 한국과 다른 생활이슈, 한국과 다른 생활패턴 때문에, 한국에 있는 친인척이나 친구들의 생일은 물론이고, 각종 기념일도 잊곤 한다.

어제(5/13)는 시내에서 일본인 친구에게 한국어 개인 레슨을 하고,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쿤을 만나기로 했는데, 쿤이 30분 정도 늦는다고 전화가 왔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져서 뭘 할까~ 하는데, 친구가 어머니께 드리는 꽃을 사는데 같이 가겠냐고 물었다. 시간도 때우고, 일본의 카네이션이 보고 싶어져서, 나는 친구를 따라 나섰다. 친구는 수업을 하기 전에 봐놓은 꽃이 있다며, 산노미야 중심에 있는 상점가로 향했다. 그런데 계~속 어머니 이야기만 했다.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꽃은.....
엄마한테 드릴 선물은.....
우리 엄마는.....

순간 친구에게는 아버지가 안 계신 줄 알았다. 그래서 엄마이야기만 했다.
그리고, 꽃집에 도착했을 때, 나는 오랜 기억속에 흐릿해져 버린 일본의 문화 하나를 생각해 냈다.

                       <어머니날 기념 특별판매,,,,꽃을 사는 사람은 전부 여자뿐이었다.>

아차차..... 일본에서는 '어버이날'이 아니라 '어머니날'과 '아버지날'로 나누고 있었지...?

그렇다.
일본에는 어버이날이 없고, 그 대신 어머니날과 아버지날로 나누어서 보낸다. 
'어머니날'은 5월 둘째 일요일이고, '아버지날'은 6월 셋째 일요일이라 한다. 그리고, 카네이션을 한국처럼 가슴에 달아드리는 일본인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작은 꽃을 선물한다고 했다. 친구는 금전적인 여유가 있다면, 또 다른 선물도 드리겠지만, 올해는 꽃만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날에는 뭘 해 드릴까 벌써부터 고민이 된다고 했다.

한국은 어버이날이라고 해서 부모님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날이 있는데, 일본은 '어머니날/아버지날'로 나눈다는게 신기하다고 했더니, 친구는 화들짝 놀란다. 그러면서 선물을 드려도 두 분의 것을 드려야 하니까 부담이 되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같은 날에 하게 되면, 어느 한쪽을 잊는 실수는 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편하다고 했더니, 친구도 그것 때문에 난감했던 적이 있다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여튼, 올해의 어버이날에는 양쪽 다 깜빡잊고 지나갔지만, 나는 일본의 어머니날과 아버지날보다는 한국의 어버이날이 더 바람직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