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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본을 다니다

280년 전통료칸에서 느낀 일본인의 장인정신

"일본"하면 떠 오르는 이미지 중에 하나가 '온천'입니다..
일본 온천은 일본을 여행하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코스중에 하나이지만, 대부분은 당일치기 온천이거나 도심지에 있는 목욕탕과 비슷한 온천을 가곤합니다.. 
하지만, 쿤과 다다다는 일본에서의 온천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료칸에서의 1박을 추천합니다.. 물론, 온천의 종류도 천차만별이고, 시설도 다양한지라 고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쿤과 다다다는 온천에 가기 전에, 인터넷에서 일본인들의 평가도 찾아보고, 홈페이지에 들어가보기도 하고, 직접전화해서 확인까지 합니다.. 물론 가격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지난 2월 말...
쿤과 다다다는 나라에 있는 온천에 다녀왔는데요, 처음에는 하루를 편안하게 쉬러 갔는데, 가서 보니 주인 아주머니(일본어로는 '오카미상')의 친절함과 정, 그리고 장인정신에 큰 감동을 받고 왔답니다.. 오늘은 그 감동을 풀어보려 합니다..


쿤과 다다다가 하룻밤을 묵었던 온천의 본건물입니다.. 얼핏 보기에도 참으로 오래된 건물이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덩쿨로 감싸인 모습과 어우러져 오랜 역사가 느껴지더라고요.. 나중에 알았는데, 저 건물의 유리창은 110년 전의 구조라 합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섰을 때 카운터 모습입니다.. 소소하면서도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에서 편안함이 느껴지지 않으세요..??


카운터 사진을 찍은 장소의 왼쪽에는 이렇게 신발장이 있었는데요, 각 신발장마다 손님의 이름을 적어놓은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신발장에서 고품격을 느꼈다면 이상하겠지만, 그 만큼 손님 한사람 한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료칸의 경영철학이 느껴지더군요..


이곳은 로비의 모습입니다..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마쳤더니, 안내인(일본어로는 '나까이상')이 방으로 안내할 때까지 잠시만 이곳에서 기다려 달라고 합니다.. 잠시 앉아있는 지루함을 달래시려는 듯 전통차도 가져다 주시는데, 손님에 대한 배려가 세심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로비의 이것 저것 구경했는데, 목탄난로와 히나인형, 컴퓨터와 잡지등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으셨더라고요.. 그다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안락함이 느껴지더군요..


방이냐고요..??
아닙니다.. 공용탕 앞에 있는 복도입니다.. 얼핏 보기에 방처럼 보입니다만, 복도입니다..


쿤과 다다다가 갔던 온천은 건물이 여러 개가 있고, 그 건물과 건물을 작은 복도로 이어놓은 구조였던지라, 이렇게 작은 복도가 여러 곳 있었습니다..


이곳은 가족탕입니다..
일본의 료칸에는 이렇게 가족탕을 운영하는 곳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1시간씩 이용할 수 있는 시간제로, 가족탕 이용을 예약한 사람들이 정해진 시간에만 이용하는 곳입니다.. 공간이 작다고 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연인이나 부부, 또는 아기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이용하기에는 전혀 작지 않은 곳이랍니다..


사진찍기 좋아하는 쿤이 공용탕 사진을 찍겠다고 아침일찍 일어나서 찍은 사진입니다.. 커~다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실내탕과 실외의 노천탕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요기까지는 다른 일본의 전통온천과 다를바가 없습니다만, 2가지 작은 감동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감동 1... 손님의 요구에 응해주는 모습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쿤은 온천을 예약할 때, 주로 전화를 이용합니다.. 이것 저것 물어볼 수 있고, 필요한 서비스를 사전에 부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온천여행도 인터넷에서 다~ 알아보고 예약은 전화로 했답니다..

그런데,,,
저녁 식사의 대략적인 시간과 장소를 조율할 때였습니다..

주인 아주머니 : 식사는 어디서 드시겠습니까..?? 방에서 드실 수 있고, 식당에서도 드실 수 있는데,
                    원하시는 장소를 말씀해 주시면, 준비를 해 놓겠습니다.. 
        쿤        : 참 어렵네요... 
                    식당보다는 방이 좋은데, 방에서 먹으면 냄새가 배는 것이 싫은데 어떻게 하죠..??
주인 아주머니 : 네..???? 아.... ㅎㅎ 알겠습니다.. 뭔가 방법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말도 안되는 응석(?)을 부리는 쿤에게 '알겠다'며 호탕하게 웃는 주인 아주머니가 어떻게 준비를 해 주실지 궁금해졌습니다..


결국 쿤의 응석에 주인 아주머니는 그것을 기억하시고는 별도의 방에 저녁식사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어떻게든 손님의 입맛에 맞추려는 모습에 작은 감동까지 느껴지더군요..
2인분의 저녁식사가 준비되어 있었고, 쿤과 다다다는 서로는 마주보고 앉았습니다..


그런데,,,,,
종이 커버를 걷어내고 준비된 식사를 보더니, 다다다가 한 마디 합니다..

다다다 : 근데,,, 식사가 조금 부실한 것 같지..??
   쿤    : 대부분 코스로 준비를 하니까 앞으로 계~속 나올 거야..
다다다 : 난 일본 료칸에 오면, 어딜가든 식사가 부실하다는 생각이 들어...
           많이 먹어도 속이 허~~한 느낌이랄까...??
   쿤    : 컵라면이라도 가져올걸 그랬나...??


저녁식사가 시작되고, 나카이상(시중 들어주는 분)이 챙겨주는 것을 먹는데, 어..!! 제법 맛있었습니다..


게다가 먹는 순서에 맞춰서 하나하나 나오는 음식들을 집어 먹다보니, 배가 부르더군요.. 쿤과 다다다가 이용했던 료칸은 적은 양의 요리지만, 많은 종류를 맛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부실(?)했던 식단이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식사를 즐기고 나니, 한상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간만에 포식했습니다.. 게다가 오랜만에 맥주까지 한 잔 마셨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 방으로 돌아봐 보니, 잠자리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온천을 해서 피로가 풀리고, 포만감과 맥주까지 한잔 마시고 나니, 소로록~ 잠이 오더군요.. 밤 산책을 하면서 잠을 쫓으려는데, 산책하는 동안에도 졸음이 가시질 않아서 9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침 6시 경에 일어나서 목욕탕 사진을 찍고, 온천을 하고 나니, 아침을 먹을 시간입니다.. 전날 방에서 먹었던지라 아침은 식당에서 먹겠다고 했는데, 이곳이 식당이었습니다.. 이곳 분위기도 괜찮더라고요..


쿤이 평소에 먹는 아침은 밥과 반찬 2~3 가지 정도인데, 료칸의 아침은 반찬수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아침을 먹고 나면, 료칸을 뒤로하고 또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야 한다는 작은 슬픔이 밀려듭니다..


감동 2... 280년 전통을 지키는 17대 주인의 장인정신
아침을 먹고나서 퇴실 준비를 하는데, 다다다가 꾸물꾸물 합니다.. 남자들의 외출준비는 10분에 끝나지만, 여자들의 외출준비는 1시간이 걸린다는 정설이 쿤과 다다다에게도 있습니다.. 다다다가 준비하는 동안, 할 일이 없던 쿤은 료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료칸 여기저기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을이 많았던지라, 지나가는 종업원에게 물어봤는데, 잘 모르겠다며 주인 아주머니를 불러줍니다.. 아주머니와 함께 료칸을 둘러보는데, 와~ 정말 감탄이었습니다..


료칸의 역사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장부입니다.. 본래의 장부는 어느 박물관에 가 있고, 료칸에 있는 것은 복사본이라 합니다.. 280년 전의 료칸의 모습이 느껴집니다..


초창기의 숙박 명부라 합니다.. 우리나라의 식민지 역사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토 히로부미와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다녀갔다고 합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역사적인 인물이야기가 나오면, 한국 사람이나 중국 사람들은 마음 아픈 기억이 있겠지만, 자기네는 그저 작은 료칸이라고 생각해 달라합니다.. 어찌보면, 역사의 아품을 이해하는 아주머니이기에, 쿤에게 보다 자세한 설명을 해 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일본의 옛 천왕도 다녀갔다며, 사진까지 걸려있는데, 이상하게도 사진이 안 찍힙니다.. 다섯번이 넘게 찍었는데, 가장 잘 나온 사진입니다.. 유독 이 사진만 잘 안 찍히더라고요.. 사진 찍히는 게 싫었나 봅니다..


일본 왕실의 마크와 뭐라 고어가 적혀있었는데,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추측을 하건데, 전통을 지키는 료칸이라는 인증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 방은 19세기 말의 메이지 시대 전통 방을 재현한 방이라 합니다.. 당시 일본집의 특징은 사람들의 키가 작아서 방의 높이가 낮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방 바닥과 천장까지의 높이는 2.0 ~ 2.5m 정도라 합니다..


봄에서 가을까지는 야외에서도 식사를 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17대 전통을 이어오는 주인 아주머니의 장인 정신에 매료되어 사진을 한 장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응해주시더라고요.. 인터넷에 마구마구 뿌릴 것인데 괜찮겠냐고 물어보니, 그럴 줄 알았으면, 기모노를 입는 건데~ 하시며 아쉬워 하시더군요.. 매일 입다가 하루 안 입었는데, 사진을 찍을 줄은 몰랐다고 하십니다..ㅎㅎ


내려오는 길에 요시노산 주변을 돌아봤는데, 쿤과 다다다가 묵었던 료칸은 '정부등록국제관광료칸'으로 지도에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일본 정부도 280년의 역사와 전통은 무시하지 못 하나 봅니다.. 참고로 료칸은 해발 500m 정도의 고지대에 있습니다..


팁 하나...
4월 초에 가게 되면, 벗꽃이 만발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쿤과 다다다는 2월에 가서 볼 수 없었지만, 포스터로 만족했답니다.. 3월 말에 다시 가려는데, 혹시 일찍피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해봅니다..

<여행정보>
료칸이름 : 사코야(さこや)
  주소지  : 일본 나라현 요시노군 (奈良県吉野郡吉野町吉野山)
  연락처  : +81-(0)746-32-5155
     HP    :
http://www.sakoya.co.jp/
찾아가는 법
일본 간사이공항 도착 후 오사카 텡노우지(天王寺)역으로 이동..(JR 이용시 50분.. 요금은 1030엔)
텡노우지역에서 도보 1~2분 정도 떨어진 오사카아베노바시(大阪阿部野橋)역에서 요시노(吉野)역으로 가는 급행 탑승하면, 1시간 20분 정도 소요... 요금은 편도 950엔..
요시노에서 하차하여 하나뿐인 출구를 나오면 오른쪽에 무인 관광안내소가 있는데, 그 곳에서 전화를 하면, 10분 이내로 픽업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