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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세계를 다니다

남편이 고른 여행지 선정이 밉지만은 않았던 이유

지난 10월 초.
티비를 보는데 호주의 불루마운틴 전경이 화면에 잡혔고, 남편 쿤은 뜬금없이 호주로 여행을 가자며, 비행기 표를 알아봤다. 하지만, 일본에서 연말연시에 해외로 여행을 간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일본은 연말연시 특별(?)연휴로 5일~10일 정도 쉬는 회사가 많기 때문에, 해외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항공권을 구할 수가 없었다. 비싼요금은 물론 말할 것도 없다.
남편 쿤은 생각 끝에 한국에서 출발하는 항공권을 알아봤지만, 할인티켓은 이미 동이나 있었고, 남아있는 항공권은 세금을 포함하니까 1인당 200만원이 훌쩍넘었다. 둘이 가려고 하니 표값만 400만원이 넘는 것이었다. 비수기 때는 세금을 포함하더라도 1인당 100만원도 안 되는 경우도 있는데, 두 배가 넘는 가격을 주고 가자니 마음이 내키질 않았다.

         [일본생활/일본문화/다다다가 보는 일본] - 일본에서 해외여행 가려다가 낙심한 이유
결국, 연말에 호주에서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보내자던 우리의 바람은 그렇게해서 사라져 버렸다. 그런 나와는 달리 쿤은 포기하지 않았다. 쿤은 이것 저것 알아보더니, 한국의 ㅇㅇ여행사의 투어상품으로 팁과 옵션 그리고 유류할증료까지 포함한 여행상품이 있다며 그걸 가자고 했다. 쇼핑센터 몇 곳을 들르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었지만, 뉴질랜드까지 갈 수 있고, 우리의 겨울휴가 일정과 너무 딱 맞는다며 좋아라 했다. 단체행동을 해야하는 투어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망설이기도 했지만, 일정이 너무 잘 맞았기에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렇게 예약을 했고, 출발 날짜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출발이 한 달 정도 남았을 무렵에 여행사에서 전화가 왔다. 우리의 호주여행 취소를 알리는 전화였다. 이유는 이랬다. 우리가 가려는 시기에는 연말연시를 호주에서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항공기 예약이 폭주하여 여행사에는 항공권을 제공할 수 없다는 K 항공사의 연락이 있었다고 한다. 아~ 정말 호주여행은 우리와 거리가 멀어보였다. 마지막 남은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의 꿈은 그렇게 해서 사라져 버렸다. 
연말연시에는 집에서 졸업논문이나 쓰고, 작은 집 식구들과 모여서 떡만두국이나 끓여 먹자고 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2~3일 정도가 지났을 무렵에 쿤이 작은 종이 조각을 손바닥에 들고 내 앞에 나타나서는 말을 걸었다.
   쿤    : 다다다야. 호주는 다음에 가기로 하고, 이번에는 다른 곳에 가자..
다다다 : 다른 곳? 어디?
   쿤    : 여기 내가 엄선한 6곳의 여행지를 골랐는데 하나만 뽑아봐!!

쿤의 손바닥에는 6개의 종이 조각이 있었고, 각 종이마다 번호가 적혀져 있었다. 내가 골라서 나오는 곳이 우리가 이번 겨울여행을 떠나는 곳이라 했다. 뭔가 발동이 걸리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 나온 것이다. 나는 2 번을 골랐다. 눈에 띄는 1등보다는 시선집중을 덜 받는 2등이 편하다는 쿤의 생각을 알았기에 2번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 였다.
다다다 : 이집트 찍기...???
   쿤    : 어?! 스핑크스랑 피라밋의 이집트 골랐네..

그렇다. 이집트가 나왔다. 피라밋 이외에는 그 어떤 생각도 안 드는 나라 이집트가 나온 것이었다.
다다다 : 치.. 비행기 타고 떠야 가는 거지..
   쿤    : 아냐아냐... 이번엔 잘 될 거야..

속으로는 호주보다도 더 흥미진진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호주여행을 계획하면서 두 번이나 포기를 해야했기에 확신이 없었다. 그런 생각과 함께 '나머지 다섯 곳은 어디일까?' 하는 궁금증이 밀려왔다.
다다다 : 근데, 나머지 다섯 곳은 어디야..?
   쿤    : 응? 그건 왜?
다다다 : 아니, 궁금하잖어..

쿤은 이것 저것 다~ 열어보면 이집트와 다른 장소를 비교하게 되고, 그러면 마음이 흔들려서 죽도 밥도 안 되는 경우가 있으니까 신경 끊으라고 했다. 그리고, 엄선해서 뽑은 이집트 여행이나 준비하자며, 남은 종이 조각 5개를 휴지통에 버렸다.
다음날...
쿤이 출근을 하고, 오전에 집안 청소를 하다가 휴지통을 비우는데, 작은 종이조각들이 떨어졌다. 전날 쿤이 보여주지도 않고 휴지통에 버렸던 여행지가 적혔던 작은 종이였다. 순간 호기심이 발동하여, ④
번이라 적힌 종이를 펴 보았다..
이집트??? ②번이 아니고 ④번이네...
그렇다. ④번에도 이집트가 적혀져 있었다.
내친김에 눈에 보이는 3개의 종이조각을 다~ 펴 보았다.


이집트!! 이집트!! 이집트!!!!!
쿤은 여행갈 장소를 이미 다~ 골라놓고 나름대로 작은 이벤트를 준비해 준 것이었다.ㅋㅋ
난 그것도 모르고, 또 다른 여행지가 어디일지 궁금해 했던 것이었다.ㅋㅋ
이렇게 좋이를 펼쳐놓고 사진을 찍고 보니, 이집트 여행에 대한 나의 생각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때 같으면 같이 고르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번 여행은 어디까지나 쿤의 독단적인 결정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여행지 선정을 한 남편이 밉지만은 않다.
이유는,,,,,
남편의 작은 이벤트에서 나는 ②번을 골랐고, ②번에서 나온 여행지가 이집트...!! 
고로 이번 여행지는 내가 골랐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쿤과 다다다는 호주가 아닌 이집트로 여행을 떠납니다. 예정했던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는 아니지만, 또 다른 추억을 만들기 위해 떠납니다. 이번 여행에는 쿤돌이와 다순이도 한께 가는데요, 자세한 이야기는 일본으로 돌아와서 올리겠습니다.. 이름하여,,,"일본찍고 이집트..."
<추신>
12월 한달은 개인적으로 일들이 많이 겹친 관계로 일본이야기를 올리지 못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가져주시는 이웃 분들과 블로그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그리고, 다음 블로그 어워드 투표에서 쿤과 다다다에게 1,100 여표를 밀어주셨던 분들께 고맙고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덕분에 평생 잊지 못 할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쿤과 다다다는 내년도에도 변함없이 활동하겠습니다...꾸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