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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10,000 은 일본인보다 한국인에게 특별하다?

" 10,000 원 "

여러분은 위에 있는 " 10,000 원 " 을 뭐라고 읽으셨나요? 한국인이라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만원" 이라고 읽었을 것입니다.


" 10,000 엔 "


그럼, 단위를 " 원 -> 엔 " 으로 바꾸고, 일본인들에게 읽는 법을 물어본다면, 뭐라고 읽을까요?
모든 일본인들이 "일만엔(いちまんえん:이치만엥)" 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즉, 한국인과는 다르게 일본인들은 "일" 을 넣어서 표현을 한다는 것입니다.

일본인 : 와~ 가방이 정말 예뻐요.. 얼마예요?
한국인 : 세일해서 만엔에 샀어요..
일본인 : 만엔? 아~ 일만엔...
한국인 : 일만엔??... (만엔인데....쩝)

이러한 표현의 차이는 한국인이 일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한 번 쯤은 부딪치는 필수관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일본의 표현문화에 익숙해져 갑니다.


일본인에게는 10,000 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럼, 일본인들은 왜 "일"을 넣어서 표현을 하는 것일까요?
저는 이러한 한일 양국민의 표현의 차이가 화폐 자체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한국의 만원권 화폐에는 "일(壹)"이 없지만, 일본의 만엔권 화폐에는 "일(壹)"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각각의 10,000 표현법에 익숙해져서 단위가 바뀌어도 표현법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10,000 명 : 한국인은 "만명", 일본인은 "일만명(いちまんにん:이치만닝)"
10,000 m  : 한국인은 "만미터", 일본인은 "일만미터(いちまんメートル:이치만메-토루)"
10,000 개  : 한국인은 "만개", 일본인은 "일만개(いちまんこ:이치만꼬)"

그런데, 일본인들은 10,000 에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00 을 "일만" 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원칙적인 표현일 뿐이었습니다.


일본인들은 수를 표현할 때, 각 자릿수에 숫자를 붙여서 사용합니다.
예를 들면 200,000 은 십만자리에 이가 있으니까 이십만이고, 5,000,000,000은 십억자리에 5가 있어서 오십억으로 표현합니다. 이러한 표현법을 지킨다면, 일의 자리에는 숫자만 넣고, 10,000은 일만, 100,000,000은 일억, 1,000,000,000,000는 일조로 표현이 됩니다. 결국 일본인들은 위에 있는 원칙을 지킬 뿐 10,000에 의미를 두는 것은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에게 있어서 10,000 은 특별했다.

그럼, 한국인은 어떨까요?

한국인의 숫자 표현은 일본인과 같습니다. 
200,000 은 이십만이고, 5,000,000,000은 오십억입니다. 그리고, 각 자리에 1일 있으면 1,000,000,000,000는 일조이고, 1억은 일억으로 표현합니다. 그런데, 10,000은 일만이 아니라 으로 표현합니다.

일본인 : 일조엔은 천문학적 금액이고, 일억엔은 만지기 힘든 돈이지만, 일만엔은 지갑에 있어요..
한국인 : 일조원은 천문학적 금액이고, 일억원은 만지기 힘든 돈이지만, 만원은 지갑에 있어요..

신기하죠...?? 왜 그럴까요...??
인터넷을 여기 저기 뒤져봤지만, 명쾌한 대답이 없었습니다. 어쩌면 저런 호기심을 갖은 사람이 저 쿤 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영어의 표현도 일본어와 똑같다는 것입니다.

      1,000  :  one thousand
1,000,000  :  one millon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10,000 을 "만"으로 표현하는 것은 10,000 이 한국인에게 특별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명쾌한 답을 아시는 분은 트랙백이나 댓글로 이유 좀 남겨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본어를 배우는 한국인 중에는 "만" 이냐 "일만" 이냐로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으리라 봅니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인과 일본인의 표현의 차이니까 그 나라 표현법에 익숙해 지고 따르라는 것입니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지 우짜겠습니까..??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