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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고등학교 야구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들

요즘 일본에서는 "제 93회 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일명 "코시엔(甲子園:갑자원)"이라고도 불리는 대회랍니다. '흥!! 그깟 고등학교 야구?' 하면서 평가절하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일본에서는 '코시엔'이라는 말이 하루도 빠지지 않을 정도랍니다.
대회가 열리는 기간 중에는 코시엔 구장을 홈으로 쓰는 프로구단 "한신타이거즈" 선수나 관계자들은 구장 사용을 못 하는 정도이고, 티비와 라디오에서는 하루 4개 시합을 방송사 별로 돌아가면서 생방송으로 중계를 하기도 하며, 고등학교 야구가 스포츠 신문의 톱을 장식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고등학교 야구에 관심이 많습니다.


고등학교 야구선수권 대회에 참가하는 고등학교 수

'코시엔'이라는 명칭은 야구장이 있는 곳의 이름을 말합니다. 8월 6일부터 15일 동안에 걸쳐 열리는 이 대회에 참가하는 고등학교는 일본의 47개 도/도/후/켕(都,道,府,県: 한국에서 말하는 도(道))에서 49개 학교입니다. 각 도에서 예선을 걸쳐서 1개 학교만 본 대회인 코시엔에 출전을 원친으로 하고 있지만, 도쿄와 홋카이도는 학교가 많고 지역이 넓은 관계로 2개 학교가 출전해서 49개교가 됩니다.
그런데, 지역 예선에 출전하는 학교 수가 엄청납니다. 올해 지역 예선에 출전한 학교는 4,014개 학교나 된다고 합니다. 일본에 저렇게 많은 고등학교가 있었나 의심이 갈 정도로 많은 학교가 참가하더군요..

(일본위키아: 제93회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

                                              2011년 8월 7일의 제 3시합의 한 장면


선수와 같이 웃고 우는 응원석

응원전 역시 뜨겁습니다. 각 학교마다 버스를 대동하여 대규모 원정 응원을 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응원단 단원수가 부족한 학교는 근처의 지역에서 출전한 학교들과 연합응원을 하기도 하더군요.. 안타 하나에 팔짝뛰며 기뻐하고, 역전패를 당할 경우 응원을 하던 학생들 역시 한 바탕 눈물을 쏟아내곤 합니다.


아래에 있는 사진은 2011년 8월 7일 오후 4시경의 코시엔 1루 상황입니다. 티비 화면에 잡힌 것을 촬영한 것입니다. 지붕이 없는 내야석이지만, 응원단과 관중들로 빼곡합니다. 야구장을 찾은 관객의 수가 무려 44,000여명이라 합니다. 국제대회가 열리는 것도 아니고, 전국체전이나, 유명한 프로야구 팀들의 시합도 아닌 고등학교 야구선수권 대회의 모습입니다. 이런 야구 열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프로야구를 향한 전초전으로 불리는 코시엔

코시엔에서는 매년 걸죽한 스타를 배출하곤 합니다. 메이져리그에서 활동하는 마츠자카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 같습니다. WBC 나 올림픽의 한일전에 등판해서 한국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기도 합니다만, 제80회 고등학교야구 선수권 8강전, 17회까지 가는 접전의 경기에서 250개의 공을 던져 승리하면서 일본에서는 괴물로 통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손수건의 왕자로 불리는 사이토, 150km/h 를 던졌던 다나카 등도 코시엔 출신입니다. 언론의 이목과 일본인들의 관심을 받게되자, 프로관계자들의 스카우터도 연일 코시엔을 찾습니다. 결국, 코시엔에서의 활약은 프로입단으로 이어지다보니 어찌보면, 프로야구를 향한 전초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의 야구 인프라는 정말 폭이 넓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본야구는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에 발목을 잡히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굴욕이다 치욕이다"라는 말을 쓰면서 분해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야구가 국제대회에서 일본을 이길 수 있는 이유는 '헝그리 정신'에서 나온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즉, 일본은 야구를 즐기기 위해 하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은 이기기 위해 한다고 할까요..?? 그러한 모습은 한일전에 임하는 선수들의 인터뷰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본선수 : 상대가 누가 되든 우리는 우리만의 스타일로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한국선수 : 일본하고 하는 이상 꼭 이길 것입니다.


폭 넓은 야구인프라를 갖춘 일본야구를 각종 국제대회에서 보기 좋게 이기는 한국야구이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오늘 8월 8일이 청룡기 고교야구 결승전이 열리는 날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해 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