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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일본문화)/쿤이 보는 일본

일본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지금 병에 걸렸다는데...


<본 글의 내용은 방사능과 상관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지난 5월 초...
쿤과 다다다는 일본의 골덴위크(golden week : 황금연휴) 기간에 일본을 떠나 여행을 갔었습니다. 그리고, 5월 9일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일본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12일 동안 여기 저기 바쁘게 돌아다니고나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피곤함은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더군요.
여독이 가시기도 전에 다음 날 10일부터는 정상적으로 출근을 했고, 간만에 출근한 회사에는 할 일이 산더미처럼 밀려있었습니다.(가중감 두배)

그런데, 지난주 목요일인가 금요일부터 몸이 조금 이상했습니다. 몸이 무겁고, 팔다리에 힘이 없었죠. 잠만 몰려오고, 식욕도 없었답니다. 의욕 감퇴에, 뭔가에 집중이 안 되군요.. 주말에 쉬면 괜찮아 질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주가 시작되고 화요일이 되었는데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잠깐 다녀온 여행에서 뭔가 잘못 된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생각 끝에 회사에 상주하고 있는 의사를 찾아가 봤습니다. 이런 쿤의 증상을 이야기 했더니, 이것 저것 물어보고, 여기 저기 살펴보시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한 마디합니다.

오월병(五月病)이야..
오월병요?
요즘 오월병 걸린 사람들 많어.. 오월 내~~내 이럴거야.. 무리하지 말고, 운동 많이 하고...

일본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골덴위크가 끝나면 걸린다는 5월병... 그 병에 걸린 것이었습니다.


일본에는 5일 이상의 연휴가 1년에 두 번 있습니다. 한번은 연말연시의 약 1주일 정도의 연휴이며, 또 하나는 4월 말부터 5월 5일 경까지 이어지는 약 9일 정도 연휴인 골덴위크입니다. 서비스업을 제외한 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에 연휴를 즐긴답니다. 쿤과 다다다도 이 시기에는 '어디 갈데 없나~' 하고 열심히 인터넷을 검색합니다만, 비싼 가격 앞에서 배추를 세곤 하죠. ( 포기~~~)

쿤의 경우, 올초의 연말연시 휴일은 5일이었으며, 골덴위크의 휴일은 12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골덴위크의 휴일...!! 이게 문제랍니다.
1월에는 연휴가 짧기도 하지만, 17일간의 휴가를 내고 여행을 다녀왔어도 이런 무기력증은 없었습니다. 새 해의 시작인 1월에는 연휴가 끝나면, 만나는 사람들에게 밝은 모습으로 신년인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겨울의 춥고 쌀쌀한 날씨가 무기력증 조차 느끼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런데 5월에는 1월과 다른 상황이 됩니다.
먼저, 연휴가 길고, 날씨가 따뜻해서 만사가 귀찮고 몸이 늘어지기 쉬운 시기가 됩니다. 게다가 5월 초의 골덴위크가 끝나면, 9월의 중순까지 평일 휴일은 7월 중순에 있는 '바다의 날' 하루 뿐입니다. 예전에는 그 휴일이 7월 20일이었습니다. 그런데, 7월 20일이 토요일인 경우, 주말 휴일에 포함되어 버려서, 쉬는 날이 사라져버리곤 했답니다. 결국, 5월초부터 9월 중순까지 휴일이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2003년에 법이 개정되었고, 바다의 날이 7월 셋째 월요일로 지정되면서, 휴일을 만들어 넣었답니다. 변경된지 8년 됐네요.


집에 돌아와서 다다다에게 오월병 이야기를 했습니다.
작년까지는 안 그랬는데, 올해는 나도 오월병이래~ 이젠 나도 나이를 먹었나봐~~

다다다가 의사인 양 받아칩니다.
그게,, 나이를 먹어서가 아니고, 올해 주 5일 출근한 날이 몇번이나 돼... 이번주까지 출근해도 5주가 안 될껄...?
엥? 설마~~

다다다의 말을 듣고 달력을 들춰봤습니다. 이번 주까지 20주가 지났는데, 주 5일 출근한 주가 3주였습니다.
매~달 휴일이 한 번에서 두번은 있었고, 감기 몸살로 쉬고, 3~4월에는 지진으로 부품 조달이 안 되어서 주 4회 출근을 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올해에는 오월병에 걸려버린 것이었고, 그 증상도 심했던 것이지요...


지금 일본에는 오월병에 걸린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5월을 무기력하게 보낼 것입니다.
그런데, 오월병에 걸린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6월과 8월에도 휴일을 넣어달라는 것이랍니다. (그렇게 되면, 매~달 쉬는 날이 생기는 건데, 거기까지는 욕심일까요?)